8월 25일 뜨거운 햇살이 펼쳐졌던 날, 나는 오랜 학생생활을 마무리 하는 졸업식에 참여했다. 대학에 입학한 지 15년 만에 학사 ․ 석사 ․ 박사과정의 교육과정을 모두 마친 것이다. 가족들과 함께 학교에 도착했을 때 나의 마음은 평소와는 사뭇 달랐다.

어린 시절 어머니께서 사주신『한국의 역사』라는 10권짜리 만화책이 재미있어서 몇 십번을 봤고, 자연스레 또래에 비해 역사에 대한 지식이 많이 쌓이면서 역사를 공부하겠다고 중학교 때부터 확고히 길을 정했었다. 이후로도 나의 뜻은 변하지 않아 숙명인이 돼 공부를 지속했고 현재 박사과정까지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숙명여대는 나에게 많은 것을 주었다. 한국사학과 교수님들은 단지 지식을 전달해주는 교수님을 넘어서 학생들을 가족처럼 대해주셨고, 내가 따뜻한 분위기에서 오랜 시간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으며 때때로 힘들어 할 때 큰 힘이 되어주셨다. 대학이라는 만만치 않은 큰 사회에서 이토록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공부할 수 있었던 것은 나의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나의 박사논문 제목은 ‘19세기 수렴청정 연구’이다. 수렴청정은 조선시대에 어린 왕이 즉위했을 때 왕실의 어른인 대왕대비나 왕대비가 왕을 도와 정치를 하였던 제도이다. 아직 학계에서는 연구가 미진한 부분임에도 관심을 갖고 연구를 시작하게 된 것은 내가 숙명여대에 다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사회에 많은 여성 리더를 배출하는 것이 목표인 우리 학교의 교육 방향은 비록 시대는 다르지만 조선시대에도 여성이 리더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수렴청정에 관심을 갖게 했던 것이다. 아마도 내가 다른 학교에서 공부를 했다면 이 주제에 관심을 갖고 연구를 했을 것 같지는 않다. 역사학자에게 있어서 박사논문은 학계에 입문하는 중요한 시작점이 되고, 앞으로 계속 연구를 지속할 수 있는 역량이 된다. 이처럼 중요한 박사 논문 주제를 여성이 주체가 돼서 국가를 이끌어갔던 수렴청정으로 정할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하면서 내가 숙명인이라는 것에 또한 감사한다.

오랜 학창시절동안 숙명여대에서 많은 추억도 쌓았다. 15년 전 아담했던 캠퍼스는 큰 규모로 확장 됐으며, 무엇보다 도서관이 깨끗하게 바뀐 것이 좋았다. 그러나 캠퍼스에서의 가장 큰 추억은 웅장하게 확장된 시설도, 깨끗하게 바뀐 도서관도 아닌 이경숙 총장님과 악수를 했던 순간이었다. 학부 4학년 때 처음으로 우등상을 수여하는 행사가 시작됐다. 나는 그때 총장님으로부터 상장과 빌게이츠의 『미래로 가는 길』을 부상으로 받았다. 상장을 받으면서 총장님과 나눈 악수는 매우 힘 있는 악수였다. 아마 앞으로도 이처럼 학문에 정진하라는 의미였을 것이다. 그때의 기분을 이후로도 계속 간직했다. 힘 있는 악수. 그것은 그냥 악수가 아니라 내가 계속 공부를 열심히 할 수 있게 한 하나의 원동력이었다. 이후 나는 리더가 돼 그 힘 있는 악수를 누군가에게 청할 수 있는 사람이 된 자신을 꿈꾸며 마음을 다잡곤 했다.

이젠 학생으로 숙명여대를 다니는 것은 끝났다. 그러나 졸업은 곧 또 다른 시작이다. 앞으로도 나는 후배들에게 강의를 하기 위해서, 학자로서 학문을 지속하기 위해서 계속 숙명여대에 다니며 숙명인으로 남을 것이다. 내가 숙명여대를 다니면서 시작한 연구도 지속할 것이고, 힘 있는 악수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임혜련(한국사학, 박사졸업)

저작권자 © 숙대신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