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탠퍼드(Stanford) 의과대학 교수 애나 램키(Anna Lembke)의 책 「도파민네이션」은 지난 2022년 도서 판매기업 교보문고가 선정한 ‘역대 교보문고 베스트 셀러’에 오르며 인기를 끌었다. 책 「도파민네이션」에선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Dopamine)을 모든 중독의 원인으로 지목한다. 해당 책은 큰 자극을 좇는 현상을 ‘도파민 중독’이라 부른다. 도파민 중독은 정말 실존할까. 도파민 중독의 진실을 파헤쳐보자.


현대인은 도파민 탐색 중 
최근 ‘도파민(Dopamine)’은 자극과 재미를 지칭하는 단어로 쓰이고 있다. 현대인은 일상 속에서 도파민이란 단어를 자극의 동의어로 사용한다. 명수민(문화관광 20) 학우는 “요즘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도파민’이란 단어를 자주 활용하고 있다”며 “맛있는 음식을 먹은 뒤 기분이 좋아져 ‘도파민이 나온다’고 말하곤 했다”고 얘기했다. SNS에서도 ‘도파민’이란 단어를 사용한 게시물이 증가했다. 빅데이터 전문 기업 썸트렌드(Sometrend)에 따르면 ‘도파민’의 SNS 언급량은 지난 2020년 11월 2200건에서 지난해 10월 6만 건 이상으로 상승했다. 현대인은 도파민을 얻을 수 있는 행동을 적극적으로 찾는다. 서울대 트렌드분석센터가 정리한 ‘2024년 소비 트렌드 키워드’ 중 하나는 ‘도파밍(Dopamine Farming)’이다. ‘도파민’과 게임에서 아이템을 얻는 ‘파밍(Farming)’이 결합한 단어인 도파밍은 쾌락을 주는 대상을 찾아보는 행동을 뜻한다. 김소현(경영 21) 학우는 “도파민을 충전하기 위해 재밌는 콘텐츠를 직접 찾아봤다”며 “주로 드라마를 보며 재미를 느낀다”고 도파민을 좇은 경험을 말했다. 

숏폼(Short-form)은 단순한 내용으로 쾌락과 재미를 전달해 인기를 얻고 있다. 15초~1분 내외의 짧은 영상을 뜻하는 숏폼엔 유튜브 쇼츠(YouTube Shorts), 틱톡(TikTok), 인스타그램 릴스(Instagram Reels) 등이 해당한다. 바쁜 현대인은 짧고 빠르게 시청할 수 있는 숏폼을 선호한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의 ‘2022 MZ세대 숏폼 콘텐츠 시청 및 제작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만 15세~26세의 국민은 숏폼을 매일 1시간 이상 시청한다. 명 학우는 “주로 자투리 시간에 숏폼 영상을 자주 시청한다”며 “영상의 길이가 짧아 깊이 집중할 필요가 없다 보니 쉽게 시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숏폼은 짧은 시간 안에 시청자를 사로잡기 위해 영상을 빠르게 재생해 편집하거나 자극적인 소재를 사용한다. 

▲지난2월 종영한 드라마 의 방송사 tvN이 자사 유튜브(YouTube)에 게시한 영상이다. 영상 제목엔 ‘도파민 풀충전’이란 표현이 쓰이며 자극적인 내용을 드러냈다.
▲지난2월 종영한 드라마 의 방송사 tvN이 자사 유튜브(YouTube)에 게시한 영상이다. 영상 제목엔 ‘도파민 풀충전’이란 표현이 쓰이며 자극적인 내용을 드러냈다.

일부 콘텐츠는 자극적인 소재를 활용해 도파민의 분비를 유발한다. 지난 2월 종영된 tvN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에선 아픈 배우자를 두고 바람을 피운 남편이 등장한다. 해당 드라마는 자극적인 소재인 불륜과 복수를 주제로 내용을 전개하며 최고 시청률 12%에 달하는 인기를 끌었다. 해당 드라마의 방송사는 유튜브(YouTube)에 ‘도파민 풀충전’ ‘역대급 도파민’ ‘도파민 주의’란 문구를 사용해 드라마의 명장면을 편집한 영상을 게시했다. 출연진의 갈등 상황을 보여주는 연애 예능도 화제다. K-콘텐츠 분석 기관인 굿데이터코퍼레이션에 따르면 SBS PLUS와 ENA에서 방영된 연애 예능 <나는 솔로(SOLO)>는 지난해 12월 OTT 플랫폼에서 비드라마 화제성 부문 1위를 차지하며 인기를 끌었다. 해당 예능은 출연진의 갈등과 직설적인 언행을 방송에 담아 시청자의 감정적 자극을 끌어냈다. 김선우(한국어문 21) 학우는 “연애 예능에서 그려지는 출연진의 사적인 이야기와 고조된 감정은 시청자가 자극을 느끼게 만든다”고 말했다. 

자극도 과유불급 
도파민(Dopamine)은 쾌락을 느끼게 하는 신경전달물질이다. 쾌락을 주는 행동을 하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뇌에서 도파민이 분비된다. 자극적인 영상과 숏폼을 시청해도 도파민이 분비돼 쾌락을 얻는다. 안주연 마인드맨션 정신건강의학 전문의는 “도파민은 새로운 자극을 느낄 때 많이 분출된다”며 “특히 숏폼은 새로운 영상이 연속으로 재생돼 도파민이 분비되게 만든다”고 말했다.

도파민이 과도하게 분비되면 일상에서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다. 목표를 달성 했을 때 느끼는 성취감이나 맛있는 음식처럼 일상에서 얻는 ‘자연적 자극’엔 적정량의 도파민이 분비된다. 반면 도박, 인터넷, 술, 숏폼 시청 등 ‘인위적 자극’은 자연적 자극보다 2~10배 많은 양의 도파민을 분비해 큰 쾌락을 느끼게 한다. 인체는 도파민의 분비가 지나치면 도파민을 수용하는 물질의 수를 줄여 체내 환경을 일정하게 유지한다. 도파민의 일부를 작용하지 못하게 만들어 쾌락을 조절하는 것이다. 그러나 과도한 쾌락에 길든 사람은 쾌락이 줄어든 상황에 적응하지 못해 새로운 자극을 찾는다. 안 전문의는 “도파민이 지나치게 분비되면 자극을 느끼는 기준이 올라가 일상적인 쾌락으론 만족하지 못한다”며 “이전보다 더 큰 자극을 받아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도파민 중독’은 의학적 질병이 아니지만 도파민을 유발하는 행동에 과도하게 몰두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도파민은 알코올이나 마약처럼 외부에서 투약하거나 섭취하는 화학물질이 아닌 뇌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안 전문의는 “도파민은 중독에 관여하는 호르몬일 뿐 도파민 자체에 중독될 순 없다”며 “도파민 중독을 질병으로 판단하기보단 자극을 추구하는 사회적 현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도파민 중독이란 표현엔 일상을 멀리하고 쾌락과 재미만 추구하는 경향을 경계하려는 목적이 담겼다. 최혜륜(앙트러프러너십 23) 학우는 “숏폼을 세 시간 이상 시청해 취침 시간이 늦어졌다”며 “일상생활에도 지장이 생겼다”고 말했다. 

도파민과 거리두기
도파민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도파민 디톡스(Dopamine Detox)’를 실천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도파민 디톡스는 ‘도파민’과 중독을 해소하는 ‘디톡스’의 합성어로 도파민을 분비하는 행동을 줄이는 생활 습관을 뜻한다. 지난해 8월 방송된 MBC 예능 <나 혼자 산다>의 한 출연진은 일정 시간이 지나야 열 수 있는 ‘금욕상자’에 스마트폰을 넣고 상자를 잠가 디톡스를 실천했다. 도파민 디톡스를 돕는 물건과 앱(App)을 향한 관심도 늘었다. 지난 16일(토) 기준 네이버쇼핑에서 ‘금욕상자’를 검색하면 약 2만 개의 물품이 노출된다. 또한 데이터 분석기업 NHN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는 앱의 설치 횟수는 64% 상승했다. 임유현(프랑스언어문화 21) 학우는 “정해둔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초과하면 인터넷 접속을 차단하는 앱을 사용해 봤다”고 도파민 디톡스 앱을 사용한 경험을 말했다. 

도파민 중독을 해결하려면 도파민의 매개체인 디지털 기기의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스마트폰은 도파민에 접근할 수 있는 편리한 수단이다. 현대인은 스마트폰으로 쉽게 숏폼과 자극적인 영상을 시청한다. 명 학우는 “스마트폰을 항상 지니고 있어 무의식적으로 숏폼을 시청하게 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스마트폰 과의존 문제는 심각하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의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2년 우리나라의 스마트폰 이용자 중 23.6%가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이다. 김상우 시립창동인터넷중독예방상담센터 센터장은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을 때 불안을 느낀다면 ‘스마트폰 과의존’을 의심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중독에서 벗어나려면 일정 기간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거나 사용 시간을 정해둬야 한다. 

운동과 같이 디지털 기기와 온라인 환경을 멀리하는 외부 활동은 도파민 디톡스를 돕는다. 안 전문의는 “꼭 운동을 해야 한단 압박을 가질 필요는 없다”며 “10분 동안 공원을 산책하거나 버스 한 정거장 거리를 걷는 간단한 신체 활동도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운동을 하면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신경전달물질인 엔도르핀(Endorphin)과 세로토닌(Serotonin)이 분비돼 기분이 좋아지고 주의가 환기된다. 전문가는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소소한 대안 활동을 추천한다. 김 센터장은 “대안 활동을 고를 땐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대신 일주일에 1~2회 이상 실천할 수 있는 활동이 적합하다”며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나 잘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대안 활동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도파민은 그 자체로 유해한 호르몬이 아니다. 도파민을 촉진하는 행동이 도파민의 영향을 결정짓는다. 보상회로를 이용해 목표를 달성하고 도파민이 선물하는 쾌락을 즐긴다면 자기 계발에 몰두하며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도파민이 주는 쾌락에 지배돼 자제력을 잃으면 자극을 찾는 행위만 반복하게 된다. 도파민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우리에게 달렸다. 스마트폰과 자극적인 영상은 잠시 멀리하고 도파민이 주는 건전한 쾌락을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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