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B와 D 사이의 C’란 문장으로 설명되는 영화 <에브리띵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2022)를 보며 생각했다. 인생에선 누구나 선택의 갈림길에 선다. 이 영화에선 배에 힘을 주고도 지나가기 벅찬 골목길마저 선택의 순간이라고 말한다. 이런 사소한 선택도 삶의 궤도를 뒤흔드는 빅뱅을 부른다.

영화는 수많은 선택이 우리의 삶을 변화시킨단 익숙한 교훈에 기발한 상상력을 더한다. 영화에 상상력을 양동이 채 들이부어 멀티버스(Multiverse)를 접목했다. 살면서 마주친 수천만 개의 갈림길은 각각의 다른 인생을 만든다. 그 모든 ‘나’는 서로 연결돼 있다. 주인공은 최종 악당, 그리고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검은 ‘에브리띵 베이글’을 막기 위해 그들의 몸을 빌려 능력을 총동원한다.

다른 평행우주 속 자신에 빙의하기 위해선 전혀 해본 적 없는 행동을 해야 한다. 예시 중 하나로, 무술을 전공한 평행우주 속 ‘나’의 능력을 빌려 싸우기 위해 평생 딸의 동성애를 이해하지 않았던 주인공이 동성에게 사랑 고백을 한다.

영화가 우리에게 던진 메시지는 삶의 모든 순간은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갈 가능성을 지닌단 것이다. 우린 언제나 변할 수 있고, 무엇이든 될 수 있다. 단, 변화의 시작을 현실로 만들어내기 위해선 달라져야 한다. 타인의 눈을 의식하거나 체면을 위해 하지 않았던 행동을 감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영화의 독특한 제목은 이런 뜻이 아닐까. 당신의 꿈을 키워라. 당신은 ‘무엇이든(everything)’ 될 수 있고, ‘어디서도(everywhere)’ 해낼 수 있고, ‘한 번에(all at once)’ 그동안의 고초를 보상받는 날이 온다고. 그러니 당신이 전혀 해 오지 않았던 것에 도전하고, 하기 싫은 일을 지속하라고. 지금이 어쩌면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이른 기회일지 모른다. 하나의 무기를 강화해 나가는 것도 그만의 인생일 수 있다. 그러나 나무 작대기도, 도깨비방망이도 가져보자. 인생이 어디까지 재미있게 흘러갈지 기대돼 잠이 오지 않을 정도로. 본인 능력에 확신이 들지 않는다면 이 영화와 당신이 달려온 시간, 그리고 필자를 믿어보는 건 어떨까.

꿈과 산타의 공통점은 처음엔 모든 사람이 산타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단 점이다. 산타를 기다리며 부모님 말씀을 잘 듣는 어린아이처럼 우리도 성실하게 꿈을 기다린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산타는 오지 않는다. 우리 앞에 나타난 건 수염 붙인 어린이집 원장 선생님이다. 어른들이 말한 ‘그’ 산타 할아버지와 인상착의는 비슷하지만 뭔가 이상하단 생각이 든다. 마치 우리가 정한 꿈이 진정으로 원한 길인지 모호해 스스로에게 불신이 생기듯이. 그렇게 무럭무럭 자라난 어른은 어린아이의 동심을 지켜주는 산타가 된다. 팀장님의 전화로 징글징글 징글벨을 울리고, 야근이 만드는 불빛으로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만드는 어른들이 이 시대의 산타다. 산타든 꿈이든 존재하지 않는대도 괜찮다. 그저 내면의 목소리가 안내해 준 곳을 모험하고, 길을 잃어보기도 하며 마음에 드는 곳을 찾아 여행을 떠나자. 그러다 지쳐 쓰러져 눈을 뜬 그곳에서 당신에게 줄 수프를 만드는 어딘가 익숙한 할아버지의 뒷모습을 보게 될지도 모르니.

나도윤 교육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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