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면서 인구 소멸에 대비하기 위한 이민 정책 논의가 활발하다. 통계청 ‘인구동향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 2022년 합계출산율 0.78명을 기록해 처음으로 0.7명대에 들어섰다. 해당 조사에선 올해 합계출산율이 0.68명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생산가능인구란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만 15~64세 인구를 의미한다. 통계청 ‘세계와 한국의 인구현황 및 전망’엔 한국의 생산가능인구가 2022년 71%에서 2070년 46.1%로 24.9% 감소해 고령인구보다 적은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한다. 경제활동 인구의 비중을 늘리기 위한 새로운 대안이 절실하다. 그 대안으로 이민자 정책 확대는 어떨까.


이민자를 바라보는 엇갈린 시선
다문화 시대에 들어섰지만 단일민족에 대한 인식이 남아 있는 일부 국민은 여전히 이민을 낯설게 받아들인다. 우리나라에서 단일민족에 대한 인식은 1920년대에 등장해 일제에서 해방된 이후 본격적으로 확산됐다. 우리나라 국사 교과서엔 한민족을 강조하는 순혈주의적 인식이 담겨있다. 2007년엔 단일민족 개념이 교과서에서 사라졌지만 우리나라가 단일민족이라고 생각하는 세대가 남아 있다. 지난해 5월 ‘데이터솜’이 한국갤럽에서 전국 만 19~59세 12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외국인 이민자에 대한 생각 조사’에 따르면 참여자 중 45%(약 541명)가 ‘우리나라는 단일민족 국가다’라고 답했다. 외국인에 대한 편견도 존재한다. ‘외국인 이민자가 늘면 한국 사회의 갈등이 확대된다’는 항목엔 68%(약 817명)가 동의했다. 응답자 중 33%(약 397명)는 ‘외국인 이민자가 한국인의 일자리를 빼앗아 간다’고 여겼다.

▲지난해 5월 ‘데이터솜’이 19~59세 1202명을 대상으로 한국갤럽에서 실시한 ‘외국인 이민자에 대한 생각 조사’다. 참여자 중 45%(약 541명)가 ‘우리나라는 단일민족 국가다’라고 응답했다.
▲지난해 5월 ‘데이터솜’이 19~59세 1202명을 대상으로 한국갤럽에서 실시한 ‘외국인 이민자에 대한 생각 조사’다. 참여자 중 45%(약 541명)가 ‘우리나라는 단일민족 국가다’라고 응답했다.


정부는 이민 정책을 부족한 노동력을 해결하는 수단으로 바라본다. 우리나라 기업이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도록 허가하는 ‘고용허가제’는 인력난이 심각한 업종에 외국인 노동자를 투입한다. 해당 제도는 이민자를 값싼 노동력으로 인식한다. 노동 기피 산업을 지칭하는 ‘*3D 업종’엔 대부분 외국인 근로자가 종사한다. 지난 1월 8일(월)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2023년 외국인력 고용 관련 종합애로 실태조사’에 따르면 내국인 근로자를 고용하지 못하는 사유로 85.8%가 ‘열악한 작업환경과 임금 및 복지 수준으로 인한 내국인 취업 기피’라고 답했다. 서울시가 추진 중인 ‘외국인 가사·돌봄 노동자 시범사업’도 임금 차별 문제로 논란이다. 지난 5일(화) 발표된 한국은행의 ‘돌봄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 부담 완화 방안’ 보고서엔 외국인 가사도우미에게 더 낮은 최저임금을 적용하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가입된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은 동일 업무를 수행하는 내국인과 외국인의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늘어나는 외국인, 구멍 뚫린 정책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의 ‘2023년 12월 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체류 외국인은 약 251만 명으로 2019년 이후 4년 만에 최대치를 보였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의 ‘2023년 12월 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체류 외국인은 약 251만 명으로 2019년 이후 4년 만에 최대치를 보였다.

국내 체류 외국인은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국내 체류 외국인은 약 251만 명으로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 이후 4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통계청의 ‘2023년 이민자체류실태및고용조사 결과’에 따르면 외국인 상주인구는 143만 명으로 전년 대비 12만9천 명 증가했다. 제조업, 건설업, 농·축산업 등 일정한 자격이나 경력이 없어도 근무할 수 있는 ‘비전문취업 자격’으로 체류한 외국인은 26.9만 명이었다. 이는 전년 대비 6만 명 증가한 수치다. 외국인 취업자가 많은 경기 안산시와 서울 구로구는 다양한 인종과 민족을 존중하는 상호문화도시(ICC)로 지정되기도 했다. 해당 프로젝트는 이주민 고유의 정체성을 지키며 모든 분야에서 평등한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돕는다. 

정부는 올해부터 외국 인력 충원을 위해 고용허가제 규모를 확대했다. 고용허가제는 외국 인력을 중소기업에 투입해 인력난을 완화하는 제도다. 사업자가 외국인을 구인하는 직종과 목적 등을 제시하면 고용노동부 장관이 이를 검토해 허가 여부를 결정한다. 올해 고용허가제로 입국하는 비전문 취업비자 외국인 근로자는 16만5천 명으로 지난해에 비해 4만5천 명 늘었다. 외국인 근로자가 일할 수 있는 업종도 다양해졌다. 외식업과 호텔·콘도업에서도 외국인 근무를 허용했다.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현재 노동시장에서 부족한 인력을 외국인 노동자로 충원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한편 고용허가제는 외국인 노동자의 권리를 일부 제한한다. 현재 임금 체불, 폭언 및 폭행, 주거 환경의 열악함 등 권리 침해 사례가 빈번하게 나타남에도 외국인 노동자는 작업장을 3회 이내로만 변경할 수 있다. 지난 1월엔 농촌 인력난 해소를 위한 외국인 계절근로 현장에서 브로커와 고용주들이 외국인 노동자의 신분증을 압류하고 임금을 착취하는 일이 벌어졌다. 윤 교수는 “현재 고용허가제는 외국인 노동자 인권을 침해하고 있어 실질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민 정책을 효율적으로 실행하기 위해선 정책을 다루는 정부 기관의 개편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이민청과 비슷한 기구가 설립된 일본이나 대만에 비해 관련 논의가 늦게 이뤄졌다. 이민자는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지만 관련 문제를 통솔하는 이민청이 부재한 실정이다. 이민을 국가 간의 경계를 넘는 행위로 단순화하는 것은 다양한 이민 정책의 반영을 막는다. 법무부는 지난해 말 이민청 설치 계획이 담긴 ‘4차 외국인정책 기본계획’을 확정했다. 지난 2월 2일(금) 국민의힘은 법무부 산하의 이민청 신설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민청 신설과 관련된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 교수는 “이민 정책은 국가의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에 법무부의 하부조직인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서 다루기엔 부족하다”며 “통제와 관리를 담당하는 법무부가 이민자의 통합이나 인권 보장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이방인에서 사회 구성원으로
이민 정책 도입 시 특정 나라와 비교하기보단 인권을 보장하는 보편적인 기준에 따라야 한다. 이창원 이민정책연구원 연구교육실장은 “이민이 익숙한 나라에서도 이민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가지각색이다”며 “다른 나라와 비교할 수 있는 수치가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민의 역사가 긴 미국, 캐나다, 호주와 같은 국가도 완벽하게 이민자를 통제하지 못한다. 지난해 캐나다엔 이민자 급증으로 주택 공급 부족, 보건비 부담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이 실장은 “이민 정책은 여러 국가가 얽혀있어 나라별 맞춤 이민 정책을 만드는 덴 한계가 있다”며 “수용국 입장뿐 아니라 송출국의 입장과 국제 규범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민자 유입 시엔 현실성 있는 점수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선진국은 연령, 언어 능력, 학력 등을 점수화해 역량을 객관적으로 평가한 후 일정 점수 이상을 취득한 사람을 받아들이는 ‘포인트 시스템’을 활용한다. 이 실장은 “지난해 장기 체류가 가능한 숙련기능인력 비자(E7-4)를 3만5천 명으로 늘렸지만 E7-4의 자격 요건을 충족한 사람은 만 명 정도에 불과하다”며 “현재 체류자격 요건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민자를 받아들이기 위해선 다양성을 포용하는 자세를 지녀야 한다. 윤 교수는 “법이나 제도는 논의를 거쳐 개정될 수 있지만 대중의 인식이나 가치관은 강압적으로 바꿀 수 없다”며 “혈통이 같은 한국인뿐 아니라 귀화, 국제 결혼 등 법적으로 국적을 취득한 사람도 우리나라 사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민 정책이 원활히 실행되기 위해선 이민자 입장에서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이 실장은 “역지사지의 태도가 필요하다”며 “우리나라에 사는 외국인들도 우리가 해외에서 거주하는 것과 똑같은 심정일 것이다”고 말했다.


이민 문제는 먼 미래가 아니다. 지난해 국내 체류 외국인은 250만7584명으로 우리나라 전체 인구 중 4.88%에 달한다. 이민을 확대하기 위해선 이주민이 본국에 들어와서 잘 적응할 수 있는 환경이 먼저 조성돼야 한다. 이창원 이민정책연구원 연구교육실장은 “부족한 노동력 문제는 이민자 유입으로 해결되겠지만 유입 규모를 늘렸을 때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민자를 받아들인 이후에 발생할 문제를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민자에 대한 인식 개선과 이민 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한 후 충분한 논의를 거쳐 선도적인 이민 정책이 실현되길 바란다.

*3D 업종: 건축업, 광업, 제조업 등 힘들고(Difficult), 위생적이지 못하고(Dirty), 위험한(Dangerous) 산업을 일컫는 말임.

참고문헌
전재호. (2022). 한국에서 단일민족 인식의 형성과 변화에 관한 고찰 : ‘혈통중심적’ 사고를 중심으로. 정치사상연구 제28집 2호, 184-211.
박재창. (2019). 한국의 이민정책과 학문 공동체의 책무. 한국이민정책학회, no.07, 3-8.
표아진. (2023). 외국 인력에 대한 분석과 고용허가제에 주는 시사점.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강동관. (2021). 한국의 인구구조와 외국인 정책 방향: 이민자유입, 사회통합, 거버넌스. 한국이민정책학보, 제4권 제2호 통권 제8호, p.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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