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숙케치]

▲맑은 하늘, 푸른 나뭇잎, 그리고 마닐라 대성당의 모습이다.
▲맑은 하늘, 푸른 나뭇잎, 그리고 마닐라 대성당의 모습이다.

여행의 시작은 마일리지였다. 수개월 동안 이어진 항공사와의 서류 싸움 끝에 환불은커녕 마일리지만을 겨우 받아냈다. 마일리지를 보면 필자의 자산 같아 뿌듯하면서도 2년 안에 써야 한단 생각에 괜스레 불안해졌다.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당장 갈까?” 그렇게 토요일에 출발하는 비행기를 목요일부터 찾아봤다.

조건은 꽤 까다로웠다. 동행자와 필자의 일정에 모두 맞아야 하며 필자가 마일리지를 보유하고 있는 항공사의 항공편이 존재해야 했다. 또한 출발과 도착 시간이 여유 있어야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건 싼 티켓. 그 조건에 부합한 여행지가 마닐라였다. 마닐라는 필리핀 중에서도 관광지와는 한 뼘 빗나가있는 도시였다. 그러나 같은 도시라도 사람마다 감상이 천차만별이라고 생각했다. 필자는 충분히 재밌게 다녀올 수 있다고 믿었다.

목요일 밤에 비행기 표와 호텔을 예약하고 금요일에 짐을 싸 토요일에 출발했다. 마닐라 공항에 도착한 순간까지도 이틀 만에 이 모든 여행이 다 계획됐단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그리고 필자가 지금 마닐라에 도착해있단 것도 믿기지 않았다.

충분히 재밌게 다녀올 거란 필자의 다짐대로 여행은 참 행복하고 즐거웠다. 아무리 여행지로 추천받지 못하는 도시면 어떤가. 필자가 재밌는 일정을 구성하면 그만이다. 마닐라는 쇼핑몰이 유명한 도시라 첫째 날과 둘째 날엔 큰 쇼핑몰을 하루 종일 구경했다. 우리나라와는 비교되지 않는 크기였다. 덕분에 걸을 때마다 덜덜 떨리는 다리를 얻고 숙소로 돌아왔다.

‘호캉스’도 잊지 않았다. 필자는 수영을 좋아해 꼭 호텔 수영장을 즐기는 편이다. 가지고 놀 비치볼과 튜브도 여행을 준비한 짧은 시간 안에 빠르게 배송받았다.

셋째 날과 넷째 날엔 유럽 건축 양식의 영향을 받은 마닐라의 구조물과 대성당을 구경했다. 작은 유럽에 와있는 기분이었다. 한인이 운영하는 마사지 가게에서 마사지도 받았다. 해변에 인접한 마닐라 수족관에선 동물 친구들보다 훨씬 기억에 남는 해변도 봤다.

마닐라 여행에서 단연 최고 순간을 묻는다면 ‘모아 아이(MOA EYE)’를 꼽는다. 모아 아이는 마닐라를 상징하는 ‘SM 몰 오브 아시아(SM Mall Of Asia)’에 위치한 대관람차다. 관람차의 경치는 낮에도, 일몰 시각에도, 야경에도 필자를 계속 마닐라에 머무르게 했다.

여행이란 그런 것 같다. 너무 행복해서, 기뻐서, 황홀해서, 아직 여행 중이지만 벌써 그리워지는 순간. “나 벌써 이 순간이 그리워” 정말이었다. 아직도 필자는 예상치 못하게 떠나버린 마닐라를 마음에 품고 이 여행을 그리워하고 있다. 그리고 그 순간을 되새기며 일상을 살아간다.

경영 19 김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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