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선택하지 않는 여성이 늘고 있다. 여성 연예인에게도 비혼 선언은 더 이상 금기가 아니다. 배우 김혜수는 누군가의 여자로 살기보단 자신의 이름이 더 빛나길 원했고 가수 이소라는 결혼이 가수란 직업에 방해될 것 같다며 비혼을 선언했다. 결혼을 선택하지 않은 여성이 실제로 증가하고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여성이 어떤 이유로 비혼을 선택하는지, 우리 사회는 비혼 여성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살펴보자.


여성에게 가해진 ‘결혼라이팅’
과거 한국 사회에서 결혼은 성인이 되기 위한 통과 의례였다. 결혼 이후에야 독립된 인격체이자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받았다. 여성의 결혼과 출산은 사회적 의무였다. 아이를 낳아 대를 잇고 가내노동에 헌신하는 것이 여성의 역할로 여겨졌다. SBS 시사교양 프로그램 ‘SBS 스페셜’은 ‘결혼은 사양할게요’를 주제로 비혼주의자들의 모습을 담았다. 해당 방송에서 ‘온전히 나를 위한 삶을 살겠다’며 비혼을 주장하는 딸에게 아버지는 ‘이기적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아버지는 ‘결혼하면 분명 행복할 것’이라 말하며 얼른 결혼해 손자를 만들라고 강요한다.

‘정상 가족’을 지향하는 사회는 결혼하지 않은 여성을 ‘비정상’으로 치부했다. 싱글리즘(Singlism)은 미국의 심리학자 벨라 드파울로(Bella Depaulo)가 처음 사용한 단어다. 즉 결혼을 이상적으로 생각하며 비혼주의자에게 부정적 편견을 갖는 일종의 차별주의다. 싱글리즘을 믿는 이들은 싱글이 결혼한 사람을 부러워하며 외롭고 불행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결혼한 사람들이 싱글보다 인생을 더 잘 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결혼이 인생의 정상적인 과정이라고 생각해 싱글에 대한 차별을 인지하지 못한다. 사회가 지향하는 정상성에서 벗어난 여성은 결함이 있거나 변덕스러운 존재로 여겨졌다. 유튜브(Youtube)에 ‘비혼 여자’를 검색하면 인기 동영상으로 ‘현실’ ’후회’ ’처참’이란 단어가 적힌 영상이 나타난다. 해당 영상은 비혼 여성을 부정적으로 나타낸다. 비혼 여성의 미래를 소개하는 영상엔 이들을 측은하게 바라보며 은근히 무시하는 시선이 담겨있다. 영상에 등장한 여성은 모두 비혼 선택을 후회하고, 혼자임을 외로워하며, 이성에게 선택받지 못한 ‘문제 있는’ 여성으로 비춰진다. 

사회는 비혼 여성에게 저출생의 책임을 전가했다. 지난 2019년 아동 교육용 잡지 위즈키즈 11월호엔 ‘저출생이 초래한 미래 우리나라 모습’이 담겼다. 비혼주의 여성인 주인공의 꿈에 나타난 다둥이 엄마는 그에게 저출생의 심각성을 설명한다. 만화의 해당 장면에선 비혼주의 여성이 저출생과 인구 감소에 책임감을 느끼도록 강요한다. 지난해 5월 사회풍자 영상을 제작하는 유튜버 진용진은 비혼주의 30대 여성의 인생을 담은 단편 영화 <외면>을 게시했다. 비혼주의인 주인공 ‘은정’은 동성 친구들과 한국의 저출생에 대해 얘기하며 ‘여성이 희생하는 사회에선 절대 결혼하지 않겠다’라고 큰소리친다. 영상에서 젊은 시절 은정이 ‘외면’한 저출생 문제는 은정의 인생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사회에 진출한 은정은 성과를 쌓기 위해 노력하지만 인구 감소에 따른 거래처 폐업과 세금 증가는 그의 인생을 더 가혹하게 만들었다. 극단적인 미래를 가정해 여성의 비혼 선택이 틀렸음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해당 유튜버가 제작한 작품에서 저출생의 책임은 오로지 결혼하지 않은 여성에게만 부과됐다.


혼자일 때 더 행복한 그녀들
미혼 여성을 향한 우리 사회의 편견에도 결혼을 선택하지 않은 여성의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23년 7월 통계청이 발표한 ‘저출산과 우리 사회의 변화’에 따르면 여성 25~49세 미혼율은 2010년 22.6%에서 2020년 32.9%로 크게 증가했다. 여성 3명 중 1명은 결혼을 택하지 않은 것이다. 미혼 여성의 증가로 여성 경제활동인구도 늘었다. 통계청의 1월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여성의 경제활동 인구는 2021년 대비 13만 9000명 늘어났다.

현재 ‘결혼’은 여성에게 매력적인 선택지가 아니다. 결혼 정보회사 듀오가 25~39세 미혼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4 혼인 이혼 인식 보고서’에 따르면 미혼 여성 71.4%(357명)가 ‘결혼은 안 해도 된다’라고 답했다. 남성 응답률 40.6%(203명)에 비하면 결혼에 대한 여성의 인식이 회의적임을 알 수 있다. 작년 8월 한반도미래연구원이 15~59세 남녀 23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여성의 46.3%가 ‘혼자 사는 삶이 더 행복할 것 같아서’, 34.9%가 ‘다른 사람에게 맞춰 살고 싶지 않아서’를 비혼의 이유로 택했다. 남성과 달리 여성은 기혼자일수록 출산과 육아 등을 이유로 경제활동 참여 비율이 낮았다. 여성의 사회진출과 노동 참여가 활발해지자 결혼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졌다. 독박육아, 시집살이, 경력 단절 등 여성에게만 강요되는 희생은 결혼 선택을 기피하게 만든다. 

결혼제도 자체를 거부하는 비혼주의 여성도 증가했다. 2021년 2월 결혼정보업체 가연이 25~39세 미혼 여성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2.6%(313명)가 비혼에 긍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었다. 현재 결혼하지 않았으나 결혼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는 미혼과 달리 비혼주의자는 결혼제도 자체를 선택지로 두지 않는다. 앞서 제시한 한반도미래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30대 여성 중 16.3%는 ‘절대 결혼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답했다. 남성 응답률 8.7%보다 2배 더 많은 수준이다. 최근 비혼주의 여성들은 결혼식 대신 비혼식을 열기도 한다. 비혼식의 형식은 자유롭지만 비혼 선언문 낭독이 일반적이다. 이들은 가족과 지인에게 비혼을 공개적으로 선포함으로써 결혼하지 않는 삶을 확고히 하고 싱글로 살아갈 삶을 축하받는다. 비혼 여성의 일상, 덕질, 연애 등을 담은 비혼 가시화 팟캐스트(Podcast) ‘비혼세’는 누적 조회수 1700만 회를 달성하며 청취자의 공감을 이끌고 있다. 비혼세 제작자 겸 진행자인 곽민지 작가는 ‘누구보다 잘 사는 비혼주의자’를 보여주고자 비혼세 방송을 시작했다. 비혼세는 비혼인의 연결고리가 되기도 했다. 비혼세 청취자들은 비건, 영화, 독서 등 관심사에 따라 새로운 공동체를 형성해 상호작용을 이어가고 있다. 


사회는 계속해서 결혼이란 테두리 안에 여성을 가둔다. 하지만 각자의 삶을 즐기는 여성들은 혼자서도 충분히 행복하다. 다른 비혼 여성들과 공동체를 형성하거나 취미를 즐기며 시간을 보낸다. 각자 비혼을 결심하는 이유는 다양할 것이다. 자신의 성향을 탐색하고 미래를 계획하며 원하는 삶의 형태를 선택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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