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에게 지혜를 나눠주는 선생이 되고 싶어요” 신희선(정치외교 89졸) 동문은 지난 1985년부터 현재까지 약 40년간 학부생으로, 대학원생으로, 교수로 숙명과 함께했다. 그는 2002년 본교 기초교양대학학부 교수로 임용돼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본교 교양수업인 ‘비판적사고와토론’ ‘융합적사고와글쓰기’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교양 교육 특화 교수 신 동문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자. 


읽고 쓰는 즐거움
신희선(정치외교 89졸) 동문은 책을 즐겨 읽던 아이였다. 독서와 글쓰기는 학창 시절 내내 그의 관심사였다. 본교 정치외교학과에 입학한 신 동문은 공모전, 세미나 등 다양한 교내 활동에 참여했다. 이후 그는 대학원에 진학하며 공부하는 재미를 찾았다.

Q. 교수님의 어린 시절이 궁금해요.
어린 시절부터 독서의 즐거움을 알았어요. 어머니께서 세계 명작동화전집, 위인전집을 집에 들여 책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셨죠. 초등학교에 입학하곤 글짓기반에 들어가 백일장에서 수상하기도 했어요. 그 활동을 이어서 고등학교 땐 ‘백합’이란 문예반 활동을 했어요. 문예반에선 시화 작품을 만들고 전시했죠. 당시 친구들에게 ‘책 많이 읽는 애’ ‘글 잘 쓰는 애’란 얘길 가장 듣고 싶어 했어요.

Q. 1989년 본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셨어요. 정치외교학과에 진학하신 이유가 궁금해요.
고등학교 시절 교장 선생님께서 정치외교학과를 추천해 주셨어요. 학생회장 활동을 했던 제게 ‘나중에 정치부 기자가 돼 여자도 뭔가를 할 수 있단 것을 보여줘라’라고 말씀하셨죠. 당시엔 여성 정치부 기자가 적었어요. 여성이 글을 써 세상을 바꿀 수 있단 그 한마디가 제가 정치외교학과를 선택한 계기가 됐어요. 해당 학과에 진학해 사회 문제에 대한 글을 쓰고 싶었죠.

Q. 대학에서 기억에 남는 활동이 있나요?
학회와 공모전 활동에 열심히 임했어요. 학부 1학년 땐 독후감 공모대회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죠. 이를 눈여겨본 전공 교수님의 추천으로 ‘대학생 동남아시아 연수’에 학교 대표로 참여했어요. 당시 해외 연수는 흔하지 않았던 일이라 특히 기억에 남죠. 3학년 땐 통일문제연구소에서 주관한 학술 세미나에서 ‘한반도 분단의 원인과 성격에 관한 고찰’을 주제로 논문을 쓰고 발표했어요. 준비는 힘들었지만 국제정치와 북한에 대해 연구할 수 있었죠. 학술 세미나 활동과 <국제정치학> 수업을 들으며 배움에 대한 열망이 커졌어요. 

Q. 학부 졸업 후 바로 본교 정치외교학과 대학원에 입학하셨어요. 교수님의 대학원 시절이 궁금해요. 
제게 대학원 시절은 공부하는 재미를 일깨워 준 시간이에요. 대학원에선 학술운동단체 ‘한국정치연구회’ 회원으로 활동했어요. 연구회에서 마르크스(Marx)의 '자본론', 정치경제학, 그람시(Gramsci) 등의 책을 읽으며 학교에선 배울 수 없는 지식을 쌓았죠. 새로운 경험을 하며 우물 안 개구리식 사고에서 벗어날 수 있었어요. 


“숙대에서 교양 강의 가르칩니다”
신 동문은 본교 기초교양학부에서 22년간 재직하며 교양필수 과목 ‘비판적사고와토론’ ‘융합적사고와글쓰기’ ‘디지털시대의사고와의사소통’을 비롯해 ‘젠더로읽는여성’ 강의를 맡아왔다. 그는 ‘학생이 스스로 성장하는 수업’을 지향한다. 

Q. 교수님만의 수업 준비 과정이 듣고 싶어요. 
아침엔 종이신문을 읽으며 하루를 시작해요. 수업에 필요한 자료가 있으면 주제별로 스크랩해 수업 소재로 활용하거나 학생들에게 소개하죠. 학교 안팎에서 진행되는 특강이나 콜로키움도 시간이 생길 때마다 참석해요. 제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강의실 밖에도 배움이 있다’는 걸 강조하며 참여를 권유하죠.

Q. 교수님께서 강의하는 ‘비판적사고와토론’은 ‘시끄럽고 소란스러운 수업’을 지향한다고 알고 있어요. ‘시끄럽고 소란스러운 수업’이 무엇인가요?
생각의 틀을 깨고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수업을 뜻해요. ‘비판적사고와토론’에선 의제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문제를 분석하는 역량이 필요하죠. 올바른 의사결정을 위해선 모든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아야 해요. 학생들은 조용한 수업에서 사고력과 표현력을 기를 수 없죠. 학생들이 수업 중 마음 편히 토론하며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요. 

Q. 교양선택 과목 ‘젠더로읽는여성’은 어떤 수업인가요?
젠더로 읽는 여성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강의죠. 수업에선 한국 사회 속 여성 문제를 함께 생각해 봐요. 크게 ‘가정 속 여성’ ‘노동 현장 속 여성’ ‘역사 속 여성’을 주제로 강의하죠. 학생들은 주제와 관련된 영화를 감상하거나 책을 읽고 함께 토론해요. 특히 사회적으로 소외되거나 배제된 여성의 목소리에 공감하며 문제 해결 능력을 키워주죠.

Q. 학생들을 지도하며 가장 중시하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학생들에게 ‘학습 동기’를 부여하는 일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지식 전달 이상으로 학생이 스스로 문제의식을 가지는 것에도 신경 써요.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본 근력을 만들어 주는 일이죠. 제 수업에선 학생들이 기분 좋게 공부하며 자신의 역량을 키워나가길 바라요.

▲지난 2019년 ‘코딩 교육’을 주제로 열린 제18회 숙명토론대회에서 신희선(정치외교 89졸졸) 동문이 수상자와 함께 웃음 짓고 있다.
▲지난 2019년 ‘코딩 교육’을 주제로 열린 제18회 숙명토론대회에서 신희선(정치외교 89졸졸) 동문이 수상자와 함께 웃음 짓고 있다.

Q. 2002년부턴 ‘숙명토론대회’를 맡아 진행하셨어요. 대회를 준비하며 중요하게 생각하신 점이 있나요?
학생들이 토론에 재미를 붙이도록 독려해요. 스스로의 능력을 의심하고 토론에 두려움을 가지는 학생이 많아요. 그런 학생들에겐 ‘충분히 할 수 있다’며 믿음을 주죠. 토론을 몰랐던 학생들에게 즐거움과 보람을 일깨워 주고 싶었어요. 

Q. 22년간 본교 교수로 재직하셨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학생이 있나요?
마음에 남아있는 학생은 참 많아요. 그중 ‘리더십포럼’에서 만난 학생들이 기억에 남죠. ‘리더십포럼’에선 매주 10명의 학생과 만나 독서토론과 사회 문제를 분석하는 활동을 했어요. 활동 시간이 아침7시다 보니 학생들과 함께 아침을 먹기도 했죠. 그 학생들과 사제지간 이상으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이가 됐어요. 


배움을 묵묵히 실천하는 삶
신 동문의 가치관은 ‘배워서 남 주자’다. 늘 배우는 자인 동시에 가르치는 자인 그가 학생을 아끼는 방식은 ‘소통’이다. 소통은 신 동문이 학생을 가르치는 무기이기도 하다. 학생과 가까운 교수가 될 수 있었던 신 동문의 비법은 무엇일까.


Q. 학우들에게 어떤 교수로 기억되고 싶은지 궁금해요.
누구보다 숙명을 아끼고 학생들을 사랑했던 교수로 기억되고 싶어요. 학생들이 저와 함께 책 읽고, 글 쓰고, 토론하는 경험으로부터 공부하는 즐거움을 찾길 바라요. ‘진짜 공부’란 자신을 발견하고 세상을 보는 올바른 시각을 갖는 것이죠. 제 수업이 오래도록 몸에 남는 ‘배움’이면 좋겠어요. 늘 학생 곁에서 힘이 돼주고 응원하는 ‘치어리더’ 와 같은 선생이길 소망하죠.

Q. 지난 4일(토) 한국사고와표현학회 11대 회장에 선임되셨어요. 소감이 듣고 싶어요.
11대 회장이 됐을 땐 그간 노력했던 많은 일이 떠올라 감회가 새로웠어요. 2007년 창립 당시 학회의 총무이사로 참여했죠.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였기 때문에 회원을 모으는 일부터 학술지를 발간하는 일까지 첫발을 내딛기가 힘들었어요. 시작이 힘들었던 탓인지 애정도 깊어졌죠. 앞으론 사고와 표현 연구, 그리고 교육에 힘쓸 계획이에요. 

Q. ‘교수 신희선’이 아닌 ‘인간 신희선’이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나요?
‘작가’가 되고 싶어요. 깊은 울림이 느껴지는 좋은 글을 쓰길 원하죠. 누군가 밑줄 긋고 메모하며 기억하는 책을 쓰고 싶어요. 아직은 야심 찬 목표지만 이루고 싶은 꿈이에요.

Q. 숙명인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세상을 바꾸는 부드러운 힘’은 의사소통 능력에서 시작돼요. 의사소통은 자신의 생각을 설득력 있게 표현하는 능력이죠. 학생들이 왕성하게 독서하며 교내 독서토론 모임이 늘어나면 좋겠어요. 숙명에서 생각을 키우고 미래를 만들어 가길 바라죠. 자신의 세계를 단단하고 아름답게 채워가는 숙명인이 되길 기대해요.


신희선(정치외교 89졸) 동문의 교수 생활엔 늘 학생이 우선이다. 그가 자신을 표현하는 문구는 ‘배움과 나눔’이다. 신 동문은 “늘 배우는 사람이길 바라고, 누군가의 가슴에 불씨를 심어준 선생이길 꿈꾸죠”라고 말했다. 배움을 멈추지 않고 나누는 기쁨을 아는 신 동문의 자세를 배워보자. 한 걸음 성장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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