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우연히 본지에 입사했다. 기자가 되고 싶지도 않았고 다양한 사람을 만날 생각도 없었다. 어쩌다 본지 모집 글을 발견했고, 활동 요일이 신기하게도 아르바이트 날짜와 겹치지 않았다. ‘한 번 해볼까’란 안일한 생각에 지원했고 본지 기자가 됐다.

기자 생활은 필자의 성향과는 지독히도 맞지 않았다. 인터뷰를 부탁드리기 위해선 인터뷰이에게 요청 메일을 보내고 전화를 해야 한다. 그러나 필자의 인터뷰 요청이 상대에게 피해를 끼친단 생각에 전화조차 걸기 싫었다. 통화 버튼을 누르기 전엔 몇 번의 리허설과 심호흡을 거쳤다. 상냥한 목소리로 전화를 마치면 다시 한번 심호흡을 했다.

대면 인터뷰를 해야 할 땐 도망치고 싶었다. 낯가리는 성격을 감추기 위해 최대한 밝은 척했다. 웃고 있었지만 목소리가 떨렸다. 필자의 부족한 실력을 인터뷰이에게 들킬까 무서웠다. 편집실에 돌아와 취재증을 내려놓고 나서야 안심이 됐다.

그럼에도 필자는 본지 활동이 좋았다. ‘프로 참석러’란 생각이 들 정도로 본지는 교내 곳곳을 다녔다. 본지에 입사하지 않았다면 알 수 없었을 행사에 다녀오고, 본교의 문제를 알리고, 다양한 사람을 만났다. 과정이 쉽진 않았지만 매 순간 새로웠고 신기했다. 이 활동 모두 본지 기자였기에 가능했다. 

처음으로 맡은 학내보도 1면 탑 기사 ‘미래를 향한 힘찬 발걸음, 2023 취업직무박람회’ 바이라인엔 필자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기분이 참 좋았다. 완벽한 기사는 아니었지만 일주일의 노력이 담겨있었다. 비 내리는 행사에서 인터뷰를 부탁하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닌 기억, 더 좋은 각도를 위해 수십 개의 사진을 찍었던 기억, 하루 종일 머리를 싸매고 기사를 마감한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노력의 결과가 매주 나온단 것은, 그리고 그 결과가 본교의 하나뿐인 신문이란 것은 영광스러운 일이다.

시간은 모든 것을 해결했다. 익숙하지 않던 업무가 손에 익고, 계속되는 인터뷰는 필자의 두려움을 없앴다. 많은 분이 바쁜 시간을 쪼개 인터뷰에 응해주셨다. 인터뷰마다 정성스러운 답변과 상냥한 얼굴이 필자를 맞이했다. 어떤 분은 인터뷰 요청이 고맙다고 선물을 한가득 챙겨주셨다. 여전히 인터뷰는 긴장되지만 이젠 두려움보단 감사함과 사명감을 느낀다.

늦은 밤, 필자는 오늘도 노트북 앞에 앉는다. 일주일간 받은 따뜻함과 감사함에 보답하기 위해 졸린 눈을 비비며 기사를 쓴다. 필자에게 우연히 찾아온 본지라는 행운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

여성부 정기자 김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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