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숙케치]

▲고즈넉한 교토의 풍경이다.
▲고즈넉한 교토의 풍경이다.

우연한 기회로 본교에서 주관하는 ‘쇼와여대 언어교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프로그램에선 일본 쇼와여대 학생과 8주 동안 온라인으로 서로의 언어를 배울 수 있었다. 막연한 동경은 어떠한 계기로 구체화되며 실행을 통해 현실화된다. 필자의 일본 여행은 이렇게 시작됐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간사이 국제공항까진 2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지난 5월 21일(일), 낯선 공항에서 익숙한 얼굴의 친구를 마주했다. 친구는 필자와의 여행을 위해 이른 아침부터 지바현에서 신칸센을 타고 달려왔다고 말했다.

오사카 도톤보리에서 저녁을 먹으며 여행을 시작했다. 난바역 안 수화물 보관함에 짐을 넣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순간이 떠오른다. 온라인으로만 만나던 친구와 직접 얘기하며 걸을 수 있단 사실에 새삼 놀랐다. 둘째 날은 유니버셜 스튜디오로 향했다. 이른 아침부터 북적이는 사람들로 정신이 없었다. 지금은 함께 놀이 기구 줄을 기다리던 시간까지도 그립다. 그날 밤 지친 몸을 이끌고 오사카성으로 향했다. 비가 와서 그런지 방문한 사람이 없었다. 덕분에 운치 있고 낭만적인 오사카에서의 마지막 밤을 맞이할 수 있었다.

다음 날엔 교토로 향했다. 교토의 관광지 ‘아라시야마’의 평화롭고 다정한 자연이 필자를 반겼다. 굽이굽이 흐르는 강물은 햇빛을 받아 반짝였다. 하늘과 물은 맑았고, 대화에서 오가는 말은 참 고왔다. 서로의 앞날을 진심으로 응원해 주던 말도 한몫했다. 어둠이 내려앉은 교토는 낮과는 이질적인 감동을 가져왔다. 친구와 이야기꽃을 피우며 거리를 거닐었다. 추억을 가득 머금은 발걸음이 무거워 호텔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밤이었다. 그 다음 날엔 사원 ‘청수사’에 방문했다. 청수사로 향하던 중 마주한 고즈넉하고 잔잔한 골목이 기억에 남는다. 이렇게 교토에서 잊지 못할 이틀도 마무리됐다.

그리고 5일 차, 도쿄로 향하는 신칸센에 친구와 함께 올랐다. 6일 차는 친구가 잘 알고 있는 시부야, 오모테산도, 하라주쿠를 여행했다. 아쉬움을 적은 편지를 주고받으며 작별 인사를 나눴다. 일주일이 되던 날 카마쿠라 역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선 본 프로그램에서 처음 사귄 일본인 친구를 만났다. 수평선과 나란히 달리는 알록달록한 기차는 엽서 속 한 편의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필자는 일본 관련 전공자도 아닐뿐더러 일본 유학 경험도 없다. 단지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만을 가졌다. 친구들도 마찬가지다. 과거의 필자는 오늘의 필자를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우연에 인연이 얹어진 이번 여행은 필자에게 새로운 추억으로 단단히 자리 잡았다. 돌아오는 열차 맞은편 차창엔 행복을 감추지 못해 맑게 웃는 필자가 앉아 있었다.

8월 5일과 11월 15일, 이번엔 친구들과 우리나라를 여행했다. 우리의 이야기는 아직 진행 중이다.

기계시스템 21 이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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