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기자에 대한 막연한 동경으로 본지에 입사했다. 신문에 새긴 이름 세 글자가 멋지다고 생각했다. 입사 당시 마음은 가벼웠지만 학생 기자의 삶은 무거웠다. 취재, 인터뷰, 마감, 발제, 평가회의로 촘촘히 채워진 일주일은 필자를 한계까지 몰아붙였다. 때론 스스로의 시간을 잃어버린 것 같아 회의감에 사로잡혔다. 부족한 재능을 자책했다. 그러나 본지 활동은 필자에게 많은 변화를 선물했다.

필자는 질문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다. 정해진 답을 찾아야 하는 입시를 겪으며 호기심은 무뎌졌고 의문점은 속으로 삼켜왔다. 그러나 질문 없는 기자는 기사를 쓸 수 없다. 매주 인터뷰 질문지를 만들고 때론 현장에서 궁금한 점을 추가로 질문한다. ‘왜’라는 물음을 반복해야 좋은 기사를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매주 월요일 지면 평가회의에선 독자의 입장에서 질문을 던진다. 침묵에 익숙하던 지난날과는 달리 질문이 일상인 삶을 살고 있다. 이전에는 생각해 본 적 없는 일이다.

본지 활동에서 처음으로 책임감과 소속감을 느꼈다. 누군가는 반드시 기사를 맡아야 하고 필자가 쓴 기사는 ‘숙대신보’의 이름으로 세상에 나간다. 책임감이 압박으로 다가올 때면 부담감에 도망치고 싶었다. 그러나 지난 10월 ‘숙대신보사 창간기념식’에서 만난 선배 기자를 보며 용기를 얻었다. 선배 기자들은 본지에서의 경험이 소중하다고 입을 모아 말하며 본지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힘든 학생 기자의 길을 완주하고 각자의 자리에서 사회인으로 마주한 선배 기자들은 필자가 생각한 ‘어른’의 모습이었다.

업무에 짓눌릴 땐 도망치고 싶었지만 끊이지 않는 업무는 역설적으로 필자의 발을 본지에 묶었다. 힘들다고 말하는 필자에게 한 친구는 ‘사실 즐기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당시엔 공감하지 못했지만 돌이켜보니 그 말이 맞다. 취재와 과제에 허덕인 순간들은 어느새 사라지고 필자에게 할 수 있단 격려를 보낸다. 

필자의 방 한 켠엔 중학생부터 취미인 전자키보드가 놓여있다. 매일 연습하던 전자키보드엔 요즘 먼지가 앉았다. 바쁜 본지 활동이 건반을 누르던 필자의 손가락을 노트북 키보드로 옮겼기 때문이다. 이 또한 기자 활동으로 생긴 변화다. 키보드를 두드리는 일상이 아직은 어색하지만 본지가 선물한 새 취미가 마음에 든다. 새 키보드와 더욱 친해지는 그 날까지 본지와 함께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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