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문화]

‘나는 중독된 것처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트위터 타임라인을 체크한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이게 과연 나에게 좋을까. 기술이란 것이 마약이라면 부작용도 있지 않을까.’ <블랙 미러(Black Mirror)>의 작가 겸 프로듀서 찰리 브루커(Charlie Brooker)가 영국 일간신문 <더 가디언(The Guardian)>에 남긴 글이다. 바로 이 즐거움과 불안함 사이에 <블랙 미러>가 있다.

우리 사회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편리함과 기술의 노예가 될 것 같은 불안감. 기술이 발전할수록 커질 딜레마(Dilemma)를 치열하게 고민하는 작품이 <블랙 미러>다.

<블랙 미러>는 매회 다른 세계 이야기를 다루는 옴니버스(Omnibus) 드라마다. 작품에선 기술이 발전한 미래 사회의 기술, 인간관계, 테러리즘, 현대정치, 미디어, 혐오, 죽음, 사랑 등을 소재로 기술 발전의 어두운 면과 부작용을 심도있게 비판한다.

시즌 3 에피소드 1 ‘추락’의 배경은 서로에게 보내는 평점이 곧 평가의 척도인 사회다. 사람들의 홍채엔 특수 렌즈가 삽입돼 있어 타인을 바라볼 때 머리 위 평점이 보인다. 사람들은 여기서 주체적으로 살지 못한다. 음식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자신의 평점을 위해 웃으며 5점을 보내줘야 한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평점이 낮은 사람의 아부를 받아주면 타인에게 낮은 평점을 받는다. 개인의 의견은 묵살당하고 선행조차 제재받는 무의미한 삶을 살아간다. 주인공 레이시(Lacie) 또한 가식적인 삶으로 평점 4.2를 유지하고 있다. 그녀는 꿈에 그리던 집의 살인적인 집세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다. 평점 4.5점에 도달해 집세를 20%까지 할인받는 방법이다. 주인공은 평점을 올리기 위해 과거 자신을 괴롭힌 친구의 결혼식 축사를 결심한다. 하지만 공항으로 향하던 중 사소한 실수로 평점이 떨어지고 ‘추락’의 길로 들어선다.

‘추락’의 세계는 본질은 사라진 채 평점이란 가상의 숫자만 남은 사회다. 현대사회는 소비를 좌우하는 브랜드, 온라인상의 좋아요와 팔로워 수처럼 이미지로 가득하다. 문제는 가상 이미지가 세계를 지배하는 것이다. 이곳은 평점이 낮은 소수자가 스스로 살아가는 것을 필사적으로 막는다. 평점이 낮은 사람은 대우받지 못하고 완전한 추락을 맛본다. 그녀는 젖은 분홍색 드레스를 입고 화장이 다 번진 채로 자신을 괴롭힌 친구의 본성을 폭로한 후 경찰에 잡힌다. 교도소에서 특수 렌즈를 제거하고 지금껏 입에 담지도 못했던 욕을 시원하게 뱉은 그녀는 처음으로 솔직한 모습을 보인다. 줄곧 파스텔톤 색을 유지하던 이상적인 평점의 세계에서 어두운색의 현실로 돌아온 레이시. 과연 이것이 진정한 추락일까.

흔히 알고 있던 디스토피아(Dystopia)는 극단적으로 어두운 폐허다. 그러나 삶의 가치가 평점으로 전락하고 그 사실을 인지하지도 못하는 <블랙 미러> 속 세계도 디스토피아다. 유토피아(Utopia)를 갈망하다 유토피아처럼 보이는 디스토피아를 건설한 것이다. 블랙 미러는 우리가 가까운 미래에 겪을지도 모르는 세계를 보여주며 현재의 우리를 되돌아보게 한다. 가볍게 즐기던 SNS가 우리 삶을 지배하지 않도록 언제나 깨어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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