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칼럼]

필자의 전공은 발레다. 어린 시절부터 수많은 무대에 올랐다. 반짝이는 조명 아래 춤추는 순간이 행복해 시작한 일이다.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라도 매 순간 즐거울 수만은 없다. 시간이 지날수록 무대 위에서 넘어지진 않을지, 실수하진 않을지 걱정이 앞섰다. 관객에게 평가받는 순간도 두려웠다. 더 잘해야겠단 부담이 커졌고 더 이상 춤추고 싶지 않았다. 군무 연습실에 들어가는 것조차 고통이었다. 그럴 때마다 필자는 ‘당신을 대신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의미의 ‘Nothing can be instead of you’란 구절을 읊었다. 도망치지 않기 위한 주문이었다. 필자가 도망친다면 남아있는 무용수들에게 짐이 된단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본교 입학 후 학보사 기자 활동을 시작했다. 글을 쓰는 기자의 업무는 발레와 다를 것이란 기대를 품었다. 기대와 달리 학보사 생활도 발레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밤샘 마감과 긴 퇴고 과정은 그리 힘들지 않았다. 가장 힘든 것은 ‘내가 하지 않으면 안돼’란 책임감의 무게였다. 기사에 담긴 장소부터 행사명, 심지어 날짜 같은 정보는 기자가 직접 움직이지 않으면 얻을 수 없다. 펜을 든 순간부터 마지막 온점을 찍기까지 기자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았다. 도망치려 다짐했을 땐 남아있는 업무가 눈에 밟혔다. 필자가 하지 않은 일은 동료 기자들의 짐이 될 것이 분명했다. 그럴 때마다 이 구절을 읊으며 마음을 다잡았다.

본지에서 활동하며 ‘Nothing can be instead of you’의 정의를 새로 내렸다. ‘내가 하지 않으면 안돼’가 아닌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이 세상에서 필자를 대신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필자에게 주어진 일은 필자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다. 그 사실에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필자는 ‘숙대신보’란 무대 위에서 참으로 행복했다. 무용수로 무대에 오를 때보다 더 벅찼다. 무대 위에서 함께 해준 동료 기자들과 후배 기자들에게도 전하고 싶다. 당신을 대신할 수 있는 건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고. 언제나 자신감을 가지고 스스로를 믿어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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