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칼럼]

여기 한 사람이 있다. 그는 만화 <디지몬 어드벤처>와 <포켓몬스터>를 좋아한다. 한땐 공룡을 좋아했다. 뛰어난 암기력과 자신만의 세계를 가진 그는 읽었던 책을 계속 읽고 들었던 노래를 계속 듣는다. 때론 낯선 것에 불안해하고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땐 큰 소리를 낸다. 기분이 좋을 땐 계속 웃고 박수를 친다. 누군가 따라 부를 때까지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그는 의미 없는 행동을 되풀이하며 타인을 외면하기도 한다. ‘자폐 스펙트럼’이란 말을 들었을 때 모두가 떠올리는 이미지가 있다. 특정 장애에 대한 이미지는 매체에서 그려낸 장애인에 기반한다.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매체 속엔 실제 장애인이 존재하는가?

영화나 드라마에 장애인 당사자가 등장하는 경우는 드물다. 영화 <굿 닥터>, <7번 방의 선물>과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 주인공이 장애인인 드라마는 꾸준히 존재했다. 배우들은 장애인에 대해 깊이 연구하고 조사해 완벽한 연기를 펼쳤다. 그러나 비장애인이 장애인 등장인물을 연기하는 경우가 다수다. 우리나라 장애인 배우는 단 4명뿐이다. 크리핑 업(Cripping up)이란 비장애인이 장애가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서양에선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연기하는 것 역시 크리핑 업에 해당한다며 이를 문제 삼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광고는 어떨까. 광고엔 장애인이 아예 등장하지 않는다. 광고 ‘이건 그냥, 평범한 헤드폰 광고’는 교육부 주관 ‘2022 범국민 장애 공감 문화 확산 캠페인’으로 제작됐다. 해당 광고에선 제품 광고엔 장애인이 등장하지 않음을 꼬집으며 장애인이 등장하는 광고는 공익광고뿐이란 메시지를 전했다. 실제로 지난해 장애인이 등장하는 광고는 0편이었다. 우린 소위 ‘평범한’ 광고나 드라마에 장애인을 등장시키지 않는다. 장애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 때문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장애인의 모습은 실제 모습이 아닌 사회가 만든 ‘장애’의 이미지인 경우가 많다. 이미지는 오히려 장애인에게 장애가 걸림돌로 존재하게 한다. 누구나 다양한 삶의 궤적을 걸어가듯 장애인도 마찬가지다. 그들 역시 울고, 웃고, 기뻐하고, 슬퍼한다. 다시금 묻고 싶다. 우리는 정말로, 장애인을 알고 있을까?

위의 이야기는 자폐 스펙트럼과 발달 장애를 가진 필자 둘째 오빠의 특징이다. 그가 하루 종일 노래 부르고 박수 치는 덕분에 필자의 일상도 심심하지만은 않다. 노래를 꼭 따라 불러줘야 다음 노래로 넘어갈 수 있으니까. 매체에서 보여주듯 장애인의 삶이 슬프기만 하진 않다. 보이는 모습이 전부는 아니다. 필자는 오빠와 나눈 교감을 잊을 수 없다. 분명 장애인 당사자 곁에서만 느낄 수 있는 깨달음이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것에 의문을 가져야 한다. 장애인은 캐릭터(Character)가 아니라 우리와 함께 세상을 살아가는 존재다. 사회가 이 사실을 꼭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건 필자의 다짐이기도 하다.

아동복지 19 최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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