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필자는 요즘 드라마 <브러쉬 업 라이프>에 빠져 있다. 지난 3월 종영한 일본 NTV 10부작 드라마다. 제목의 ‘브러쉬 업(Brush Up)’은 ‘복습하다’란 의미다. 작품의 제목처럼 필자의 삶을 ‘복습’하는 상상을 해봤다. 돌이켜보니 본지 편집기자로 처음 활동했던 시기에도 일본 드라마 시청을 즐겼다. 수료를 앞둔 지금, 초심과 함께한 장르를 다시금 좋아하고 있다니 감회가 새롭다.

드라마의 주인공 콘도 아사미는 전생의 기억을 가진 채 자기 자신으로 다시 태어나 두 번째 인생을 산다. 소위 ‘인생 n회차’인 것이다. 현세에서 덕을 쌓아 내세에 인간으로 태어나기 위해 애쓰는 아사미는 인생마다 매번 다른 직업을 얻는다. 관심사나 호기심 때문도, 덕을 쌓기 위해서도 있다. 그는 자신의 삶을 복습하듯 재차 살아가며 전생의 과오를 바로잡기도 하고 행복했던 경험을 되새기기도 한다.

본지는 매주 월요일 평가 회의를 한다. 발간된 신문을 꼼꼼히 읽고 서로 잘된 점과 부족한 점을 나누기 위해서다. 완벽한 인생이 없듯 완벽한 신문도 없다. 아사미와 달리 우린 지난 발간을 없던 것으로 무르고 되풀이할 수도 없다. 그저 다음 호를 더 나은 신문으로 만들어 내는 것만이 최선이다. 어쩌면 완벽할 수 없어서 이 활동이 애틋한 걸까.

필자는 ‘다시 태어난다면 OO 한다’는 말을 종종 꺼내곤 한다. 그런 필자의 ‘인생 1회차’엔 본지 기자단으로서의 2년이 있다. 대면 학기를 시작한 이후 줄곧 편집기자로 활동했기에 필자에게 본지는 자연스럽고 당연해졌다. 그럼에도 지난한 발간 과정은 ‘다시 태어나면 숙대신보 안 한다’란 말을 무심코 뱉게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동안의 보람과 즐거움을 떠올리면 ‘다시 태어나도 숙대신보 한다’는 말도 마지못한 척 꺼낼 수 있을 듯하다.

아사미는 마지막 회차 인생에서 첫 번째 인생의 친구들과 함께하는 삶을 택한다. 그는 함께 추억을 만든 사람들 덕에 다시 같은 생을 선택했다. 본지 활동은 분명 매 순간 쉽지 않았다. 대학 생활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면 학보사란 이름의 책임에서 벗어나 다른 활동을 경험하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편집기자 활동을 선택한 데에 후회는 없다. 본지에서 만난 인연들이 소중해서다. 하고 싶은 일에 열정을 태우고, 지치고 힘들 때도 먼저 나서고, 혼자선 신문을 만들 수 없단 걸 아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 바로 본지다. 앞으로 본지의 미래를 책임질 후배 기자단도 서로를 배려하고 도우며 ‘다시 태어나도 활동하고 싶은 숙대신보’를 만들어 나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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