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파동 사진관]

가을은 사계절 중 가장 옅은 흔적만을 남기고 겨울에게 자리를 양보한다. 가을 풍경을 놓치지 않으려면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겨야 한다. 그렇게 발견한 갈대의 물결. 부드러운 끝이 하늘을 간질이는 듯, 하늘을 그리는 듯하다. 노을빛을 머금은 나뭇잎과 갈대는 한 해가 저물어 가는 시기에 황혼의 계절을 그려낸다. 눈부시고 아름다운 시간은 왜 이렇게 짧을까. 한 해를 완주하기 위해 달려온 우리의 땀을 말리는 바람이 분다. 따스한 빛으로 우리를 감싸 위로하는 시간이 천천히 지나간다.

미디어 20 서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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