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시대인 요즘, 청년들은 밥 한 끼 든든하게 챙겨 먹는 것조차 버겁다. 이 배고픈 청년들에게 맛있고 값싼 한 끼를 대접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청년밥상문간을 운영하는 이문수 신부다. 본지는 지난 9월 25일(월) 이 신부와의 인터뷰를 위해 청년밥상문간 정릉점을 방문했다. 좁고 가파른 계단을 올라 식당으로 들어가면 보이는 메뉴는 단 하나, 바로 ‘김치찌개’다. 개업 이후 단 한 번도 가격을 올리지 않았단 그의 말에서 청년을 향한 진심이 느껴졌다. 
 

▲청년밥상문간을 운영하는 이문수 신부의 모습이다. (사진제공 = 이문수 신부)
▲청년밥상문간을 운영하는 이문수 신부의 모습이다. (사진제공 = 이문수 신부)


청년 바라기 신부, 식당을 열다
청년밥상문간 대표 이문수 신부는 지난 2008년 신부가 됐다. 그가 처음부터 신부를 꿈꾼 것은 아니다. 이 신부는 대학 진학 당시 만화가가 되고 싶었다. 그는 “만화 속에선 어릴 적 꿈꿨던 물리학자나 로봇 공학자가 될 수 있어요”라며 “뭐든지 될 수 있는 창작의 세계를 만드는 만화가가 되고 싶었죠”라고 얘기했다. 대학교 1학년 시절은 삶의 전환점이었다. 그는 종교활동을 하며 느낀 ‘행복’이란 감정을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싶었다. 이 신부는 “제가 느낀 행복을 사람들도 느낄 수 있게 돕고 싶었어요”라며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 신부라고 생각해 이 직업을 꿈꾸게 됐죠”라고 말했다. 그는 꿈을 이루기 위해 당시 재학 중이던 대학교를 그만두고 수도원에서 신부가 되기 위한 공부를 시작했다.

청년밥상문간은 청년이 굶지 않는 세상을 만들고 싶은 그의 소망을 바탕으로 시작됐다. 이 신부는 2015년 고시원에서 생활하던 한 청년이 굶주림과 지병으로 고독사한 소식을 접했다. 그 소식에 안타까워하던 중 청년을 위한 식당 개업을 제안 받고 2017년 청년밥상문간을 열었다. 그는 청년밥상문간이 ‘문간’의 의미처럼 세상과 청년 사이의 쉼터가 되길 바란다. 이 신부는 “처음엔 젊은 세대를 위한 식당인 만큼 세련된 이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라며 “부담 없이 머물다 갈 수 있는 ‘문간’의 의미가 제 신념과 비슷하다고 생각해 식당 이름을 정하게 됐죠”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청년밥상문간 정릉점 간판이다.
▲청년밥상문간 정릉점 간판이다.


청년을 위한 식당 개업이 쉽지만은 않았다. 이 신부는 청년밥상문간을 열기까지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장소 선정, 자본, 인력 등의 어려움에도 그는 수도원과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식당을 개업할 수 있었다. 이 신부는 “청년을 위해 사용해 달라며 자금을 지원해 주신 분들이 많았어요”라며 “덕분에 본격적으로 식당 운영을 시작했죠”라고 말했다. 난생처음 식당을 운영하는 그에겐 직원을 구하는 일도 큰 난관이었다. 그는 “직원을 찾지 못해 벼룩시장에 구인공고까지 냈어요”라며 “수소문 끝에 저와 뜻을 함께할 직원들을 만날 수 있었죠”라고 말했다. 

밥심으로 전하는 진심
‘3000원 김치찌개’는 청년들의 가벼운 지갑 사정을 반영한 가격이다. 식당을 준비할 당시 이 신부는 음식을 손님에게 무료로 제공하고자 했다. 그러나 식당에 방문하는 청년에게 낙인이 생길 수도 있단 생각이 들었다. 이 신부는 “식당을 이용하는 청년에게 가난하단 편견이 생길까 우려됐죠”라고 말했다. 그는 청년이 부담 갖지 않을 가격인 3000원을 김치찌개값으로 정했다. 이 신부는 “김치찌개를 식당에서 사 먹는단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어요”라며 “유명한 찌개 가게에 줄 서 있는 사람들을 보고 김치찌개도 좋은 메뉴가 될 수 있겠다 싶었죠”라고 메뉴 선정 과정을 회상했다. 손님들은 기호에 따라 햄이나 라면 등의 사리를 추가할 수 있고 밥은 원하는 만큼 제공된다.
 

▲이문수 신부의 가게에서 판매하는 3000원 김치찌개다. 
▲이문수 신부의 가게에서 판매하는 3000원 김치찌개다. 
▲가게 벽면의 메뉴판이다.
▲가게 벽면의 메뉴판이다.

그의 하루는 청년밥상문간과 신부 활동으로 가득 차 있다. 이 신부는 아침 7시에 기도와 *미사로 하루를 시작한다. 아침 식사를 마친 뒤엔 청년밥상문간으로 출근한다. 처음 식당을 영업할 때 그는 서빙과 청소를 도맡으며 늦은 밤까지 식당을 지켰다. 이 신부는 “하루의 절반을 식당에서 보내며 손님 맞을 준비를 했어요”라며 “퇴근 후 수도원으로 돌아가자마자 곯아떨어지기 일쑤였죠”라고 말했다. 그는 힘든 상황에서도 청년을 돕고자 하는 마음을 버리지 않았다. 현재 더 많은 청년에게 도움을 주고자 청년밥상문간 분점을 확대하고 있다. 기존 정릉점 한 곳뿐이었던 청년밥상문간은 현재 이화여대점, 낙성대점, 제주점까지 총 4곳으로 확대됐다. 

이 신부는 손님이 청년밥상문간에서 편안하게 식사하길 바란다. 그의 운영 철학은 식당을 방문한 모든 사람이 제 집 같은 편안함을 느끼는 것이다. 그는 “식당 운영 방침은 ‘손님에게 먼저 질문하지 않는다’예요”라며 “손님들이 편하게 식사하길 바라는 저만의 배려죠”라고 덧붙였다. 그의 배려에 화답하듯 식당 문 옆엔 ‘저렴하게 잘 먹고 갑니다’ ‘최고의 한 끼!’ 등 손님들이 남긴 응원의 메모가 가득했다. 현재 청년뿐 아니라 다양한 연령대가 청년밥상문간을 찾고 있다. 이 신부는 “최근 물가가 올라 저렴하게 식사할 수 있는 우리 식당이 부쩍 붐비는 느낌이에요”라며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남녀를 불문하고 많은 분들이 식당을 찾아주시죠”라고 말했다.

▲정릉점 입구엔 손님들이 작성한 메모가 가득 붙어있다. ‘위안받고 갑니다’ ‘배불리 잘 먹고 갑니다’ 등의 내용이 적혀 있다.
▲정릉점 입구엔 손님들이 작성한 메모가 가득 붙어있다. ‘위안받고 갑니다’ ‘배불리 잘 먹고 갑니다’ 등의 내용이 적혀 있다.


문간에서 만든 청년의 꿈
그는 밥 한 끼를 넘어 청년을 도울 수 있는 색다른 방법을 고민한다. 이 신부는 2020년 ‘청년문간’이란 사회협동조합을 설립해 청년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청년에게 자부심과 성취감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던 그는 ‘청년희망로드’를 기획해 2019년부터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제주도 올레길 등을 걷고 있다. 그는 “오랜 시간 함께 길을 걷는 일이 쉽지만은 않아요”라며 “이 과정에서 청년이 실패와 좌절에도 포기하지 않는 힘을 기를 수 있길 바라죠”라고 말했다. 이 신부는 청년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영화로 표현할 수 있는 ‘2030 청년영화제’도 개최하고 있다. 영화제에선 현직 감독들에게 직접 제작 멘토링을 받을 수 있다. 그는 “경험 없는 청년들이 영화를 잘 만들 수 있을까 걱정되기도 했죠”라며 “우려와 달리 다양한 이야기로 여운을 주는 작품들이 많이 출품돼 울컥했어요”라고 얘기했다.

이 신부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현세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가장 큰 고민으로 진학과 취업을 꼽았다. 이 신부에게 청년이란 ‘젊은 날의 자신’이다. 그는 “시대가 바뀌어도 제가 20대 때 느꼈던 고민과 오늘날 청년이 가진 고민이 비슷하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이 신부는 하고 싶은 일을 찾기 위해선 많은 경험을 쌓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인생을 살면서 한 번쯤은 자신의 마음이 향하는 일을 해야 후회가 없죠”라며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이든 도전해 보세요”라고 얘기했다.

그는 청년밥상문간을 통해 앞으로 더 많은 청년을 응원할 계획이다. 그의 목표는 청년밥상문간 150호점 개업이다. 이 신부는 “청년을 돕겠단 따뜻한 마음을 가진 많은 분들과 식당을 운영하고 있어요”라며 “손님들과 직원 모두 행복하길 바라죠”라고 말했다. 이 신부는 어려운 청년을 위한 청년밥상문간 같은 식당이 없어지는 사회가 오길 바란다. 그의 좌우명은 성경 구절인 ‘하느님의 사랑을 영원토록 노래하리라’다. 이 신부는 “이 구절을 마음에 새기며 제가 느낀 사랑을 세상 사람들에게 전파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청년밥상문간 대표 이문수 신부는 청년들을 응원하고 싶단 마음 하나로 청년밥상문간을 시작했다. 식당을 열기까지 많은 고난과 역경이 있었지만 청년을 향한 마음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작은 성공 경험과 어려움을 이겨낸 시간은 훗날 좌절을 이겨낼 거대한 힘이 된다고 강조한다. 실패할까 두려워 도전을 망설이고 있진 않은가. 포기하지 말고 도전해 봐라.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걷는다면 그 경험이 성장의 발판이 될 것이다. 

*미사: 가톨릭에서 신앙생활의 중심이 되는 종교의례를 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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