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필자는 본지에 글기자가 아닌 편집기자로 입사했다. 글쓰기를 가까이하는 한국어문학부이면서도 편집기자 직책에 지원했다. 4학년이 되면서부터 취업에 대한 불안, 진로 고민, 그리고 방황이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글쓰기에만 열중하던 삶에서 벗어나 신문 한 면을 디자인하는 역할과 책임을 스스로 부여했다. 

활동을 시작한 지 한 학기가 넘어가는 시점에서 편집기자와 글기자의 차이가 크다는 걸 체감하고 있다. 편집기자 일은 글기자에 비해 매우 정적이다. 글기자는 취재증을 목에 건 채 인터뷰 질문지와 카메라를 들고 취재에 나선다. 반면 편집기자의 업무는 퇴고를 마친 기사를 미리 준비해 둔 틀에 적절하게 끼워 넣는 일부터 시작된다. 새벽까지 이어진 지면 구성이 끝난 뒤 학우들에게 메일로 발송할 뉴스레터까지 제작하고 나면 컴퓨터 앞에서 벗어나 한 숨 돌릴 수 있다.

컴퓨터 앞에서 시작해 컴퓨터 앞에서 끝나는 일. 매주 반복되는 단조로운 일에 질리지 않고 임기 끝까지 열심히 임할 수 있을까. 처음엔 보람을 느끼기 쉽지 않은 직책이란 생각에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한 주씩 활동할수록 필자가 맡은 지면을 마감하는 일이 점점 즐거워졌다. 다행이란 생각이 들면서도 필자가 즐거움을 느끼게 된 명확한 동기가 궁금했다.

편집기자는 어디서 보람을 느낄까. 필자는 오랜 시간 고민했다. 그리고 디자인이 지닌 힘을 매주 발휘할 수 있어 뿌듯하단 결론을 내렸다. 글기자가 글로 목소리를 내는 동안 편집기자도 디자인으로 분명한 목소리를 낸다. 독자를 만나기 전인 한 토막글을 신문 기사로 만들어 주는 건 밋밋한 종이 위를 수놓는 지면 디자인이다. 독자로 하여금 기사를 읽고 싶도록 시선을 잡아끄는 역할 역시 디자인이 담당한다. 신문 한 면엔 기사의 중요도, 사진의 크기, 본문 내용과 어울리는 서체를 치열하게 고민하는 편집기자의 땀이 녹아있다. 이렇듯 지면을 구성하는 편집기자의 역할은 섬세하고 중요하다.

본지는 학우, 본교, 나아가 우리 사회의 다채로운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 그리고 편집기자는 그 목소리를 모아 정성 들여 지면을 디자인함으로써 신문을 세상에 선보인다. 편집기자만이 지닌 작은 사명을 하나씩 헤아리며 11월 첫 발간을 성실히 준비해 본다.

저작권자 © 숙대신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