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4일(일)~8월 30일(수) 마포구 메가박스(MEGABOX) 상암월드컵경기장점에서 제2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Seoul International Women's Film Festival, SIWFF)가 개최됐다. ‘우리는 훨씬 끈질기다’란 슬로건을 내걸고 개최된 이번 영화제에선 여성 영화의 발자취와 미래가 논의됐다. 여성국제영화제의 역사와 의미까지. 그 길을 따라가 보자. 


여성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

​▲지난 1997년 동숭아트센터에서 열린 제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현장이다. (사진제공=서울국제여성영화제)
​▲지난 1997년 동숭아트센터에서 열린 제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현장이다. (사진제공=서울국제여성영화제)

서울국제여성영화제(Seoul International Women's Film Festival, SIWFF)는 지난 1997년 4월 서울에서 첫발을 뗐다. 당시 활발한 여성문화운동을 전개했던 ‘여성문화예술기획’이 영화제를 기획하고 운영했다. 여성문화예술기획은 ‘여성의 눈으로 세상을 보자’란 캐치프레이즈(Catchphrase)로 여성 의제를 영화로 담았다. 손시내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프로그래머는 “영화는 우리의 일상과 시대상을 담는 대중 매체다”며 “관객은 영화를 보며 새로운 상상력을 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제1회 개막작은 한국 최초의 여성 감독인 박남옥의 영화 <미망인>이었다. 영화는 전쟁 속 여성의 삶을 여성의 관점으로 담았다. 제1회 영화제 당시 1만 9900명의 관객을 동원했으며 91.7%의 객석 점유율을 달성했다. 손 프로그래머는 “1997년도엔 영화제가 열린 동숭아트센터 주변이 관객으로 가득 찰 만큼 그 영향력이 컸다”고 말했다.

​▲제2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포스터다. (사진제공=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2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포스터다. (사진제공=서울국제여성영화제)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2002년 제4회 영화제부터 점차 인기를 끌었다. 2년에 한 번 개최되던 영화제는 제4회부터 매년 열리기 시작했다. 또한 국가보조금으로 영화제의 운영이 안정됐다. 출품작과 관객 수도 해가 지날수록 늘었다. 2005년엔 다큐멘터리 ‘옥랑문화상’을 만들어 영화뿐 아니라 여성 다큐멘터리 감독도 양성했다. 또한 영화제는 2009년부턴 다양한 문화 체험을 제공하는 장소로 자리매김했다. 문화 체험으론 ‘피치&캐치(Pitch&Catch)’ ‘지역상영회’ ‘필름X젠더(FilmXGender)’ ‘대담’ ‘감독과의 대화’ 등이 마련됐다. 특히 제2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선 ‘감독 대 감독’이란 특별한 프로그램이 운영됐다. ‘감독 대 감독’에선 영화제 기간에 화제가 된 작품 감독이 한 자리에 모여 영화에 대해 논의한다. 당시 영화 <벌새>의 김보라 감독과 영화 <메기>를 연출한 이옥섭 감독이 참석했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제1회부터 제25회까지의 출품작 수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제1회부터 제25회까지의 출품작 수다.

성평등한 영상 콘텐츠를 발굴하는 사업도 진행된다. 피치&캐치와 필름X젠더는 숨겨진 여성 영화를 찾아내는 프로그램이다. 피치&캐치에선 공개 모집한 극영화와 다큐멘터리를 각 5편 선정한다. 선정된 작품은 멘토링 과정을 거쳐 영화제 기간에 개선된 결과물을 선보인다. 필름X젠더 프로그램은 젠더 이슈에 대한 창의적인 시선이 돋보이는 작품 두 편을 선정해 제작비를 지원하고 편집 모니터링을 제공한다. 해당 과정을 거친 영화는 성인지 교육자료로 활용되기도 한다. 올해는 이지원 감독의 영화 <아감뼈이야기>, 채한영 감독의 영화 <차가운 숨>이 선정됐다. 

제25회 영화제 현장 리포트

▲제2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포스터 이미지다. (사진제공=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2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포스터 이미지다. (사진제공=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2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엔 여성 영화의 과거, 현재가 공존한다. 25주년 특별전 ‘RE:Discover’에서 상영된 영화로 여성 서사의 역사를 확인할 수 있었다. 상영작으론 샹탈 아커만의 영화 <잔느 딜망>, 리메이미의 영화 <미혼모들> 등이 선정됐다. 여성 영화의 현재를 투영한 ‘지금 여기, 한국영화’ 프로그램에선 우리나라 여성 감독의 작품을 상영했다. 상영작엔 정주리 감독의 영화 <다음 소희>, 반박지은 감독의 영화 <두 사람> 등이 있다. 또한 ‘예술하는 여자들, 외침과 속삭임’ 특별전에선 여성 예술인 대담이 이뤄졌다. 손 프로그래머는 “25주년을 기념해 여성 영화와 여성영화제가 걸어온 발자취를 살피고 여성이 선 자리를 가늠하는 시간을 가지고자 했다”고 말했다.

▲제2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열린 메가박스(MEGABOX) 상암월드컵경기장점의 입구다.
▲제2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열린 메가박스(MEGABOX) 상암월드컵경기장점의 입구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자체 제작한 기념 스티커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자체 제작한 기념 스티커다.

영화제 현장의 관객들은 다양한 즐길 거리를 체험할 수 있다. 본지 기자단은 8월 27일(일) 제2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 참석했다. 메가박스(MEGABOX) 상암월드컵경기장점에 들어서자마자 분주히 움직이는 관객들이 보였다. 가장 먼저 안내 부스로 향하니 도장판을 받을 수 있었다. 도장을 받기 위해선 ▶안내데스크 방문 ▶오늘의 영화 ▶상영작 컬러링 체험 ▶인스타그램(Instagram) 구독을 해야 한다. ‘오늘의 영화’에서 참여자는 캡슐을 무작위로 뽑았다. 캡슐 속 종이엔 오늘의 추천작이 적혀있었다. ‘컬러링 체험’에선 영화제 포스터를 직접 채색해 나만의 포스터를 만들었다. 도장판을 모두 채운 후 안내데스크로 돌아오니 경품추첨권과 영화제 자체 제작 스티커가 제공됐다. 영화제 자체 제작 스티커는 ‘우리끼리 노는 것도 재미있잖아?’ ‘레즈월드만세’ 등 유머 있는 문구로 제작됐다.

영화 관람 후 영화 내용에 대해 논하는 자리도 펼쳐졌다. 대담, 강연, 라운드 테이블(Round Table), 25주년 토크 등 관객들이 직접 참여하는 프로그램도 찾아볼 수 있었다. 8월 27일(일) 다큐멘터리 영화 <아폴로니아, 아폴로니아>를 감상한 본지 기자단은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했다. 이번 라운드 테이블엔 곽예인 사진작가, 홍지영 사진작가, 이진실 미술평론가, 조윤지 배우가 참석했다. 네 인물은 아폴로니아와 여성 예술인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아폴로니아, 아폴로니아>엔 주인공 아폴로니아의 일대기가 담겼다. 아폴로니아의 모부는 어린 시절 극장을 운영했다. 이후 그는 예술 대학에 진학했지만 미술계에서 인정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작품 활동을 이어 나갔다. 결국 아폴로니아는 유명 잡지에 소개되며 명성과 부를 얻는다. 이런 아폴로니아의 모습은 이번 영화제의 슬로건인 ‘우리는 훨씬 더 끈질기다’와 닮아있었다. 

메가폰으로 울려 퍼진 목소리 
영화제에선 ‘여성’을 주제로 한 작품을 상영하며 여성이 주체가 되는 토론의 장을 마련한다. 우리나라 영화 속 대다수의 여성은 수동적으로 그려진다. 2019년 카이스트 연구팀에 따르면 영화 속 여성 캐릭터는 남성보다 획일화된 감정표현을 보였다. 여성국제영화제에선 여성 서사 영화를 상영하며 다양한 여성 인물을 담아냈다. 손 프로그래머는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선 다양한 여성 서사와 여성 캐릭터를 만날 수 있다”며 “여성 등장인물이 품고 있는 복합적인 면모를 가감 없이 드러낸다”고 말했다. 영화제 방문객은 서로 의견을 나누고 다름을 배우는 등 활발한 논의를 주고받는다. 상영 후 이뤄지는 감독과의 대화, 라운드 테이블은 관객들을 영화 속으로 직접 끌어들인다. 손 프로그래머는 “영화제는 단순히 영화를 상영하는 곳이 아니다”며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누군가의 ‘해방구’이자 집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여성 감독의 등용문 역할을 한다. 1997년 당시 한국 영화사에 등재된 여성 감독은 단 7명이었다. 매년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선 꾸준히 새로운 여성 예술인과 감독을 양성했다. 제2회부턴 여성 신인 감독을 양성하기 위해 ‘아시아 단편’ 섹션을 마련했다. 이후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여성 감독에게 작품을 선보일 기회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올해 이름을 알린 여성 감독은 단편영화 <가장 보통의 하루>를 연출한 김주연 감독과 영화 <사라지는 것들>의 권민령 감독이다. 

매년 여성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올해는 ‘2023 씨네페미니즘 학교’가 열렸다. 총 5회로 구성된 강연은 ‘로맨스와 페미니즘의 불편한 공존’ ‘스크린 속 연애의 형상들’ 등 올바른 성 인식을 위한 주제로 마련됐다. 이외에도 ‘여성주의 영상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선 미디어, 영상과 관련한 성평등 교육을 실시한다. 해당 교육에선 영상 매체의 특징과 단편영화를 활용한 성인지 미디어 리터러시 등을 배울 수 있다.


여성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은 더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 제2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Seoul International Women's Film Festival, SIWFF) 현장에선 영화 감상을 넘어 여성 의제에 대해 토론하고 사유하는 여성들을 살펴볼 수 있었다. 또한 사회에서 흔히 조명되지 않는 주제를 여성의 시선으로 다룰 수 있었다. 손시내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프로그래머는 “여성 영화는 새로운 현안과 주제를 세밀하게 다뤄 세상을 보는 새로운 시선을 가져다준다”고 얘기했다. 영화 산업에 다정한 관심을 보내자. 여성 영화인이 더 크게 소리 내 외치는 그날까지. 

참고문헌
변재란. (2011). 여성, 문화 그리고 국제영화제의 역할-서울국제영화제를 중심으로.
조혜영. (2015).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여성의 눈으로 세상을 보자.
육정학. (2022). 코로나19 이후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분석 및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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