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15일(토) SPC그룹 제빵 공장에서 한 노동자가 소스 배합기에 몸이 끼어 운명을 달리했다. 해당 사고는 불매운동을 일으킬 정도로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왔다. 이 사례는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 사고다. 우리나라에선 매년 2000여 명이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는다. 노동자를 위험에 빠뜨리는 산업재해가 꾸준히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알아보자.


산업재해, 통계부터 처벌까지 미흡
산업재해란 업무 중 발생하는 근로자의 사망·부상·질병을 의미한다. 피해를 입은 근로자는 근로복지공단에 의료소견서와 요양급여신청서를 제출해 산업재해 판정을 받을 수 있다. 한 분야에 오래 종사해서 생기는 ‘직업병’도 일과 질병의 상관관계를 증명하면 산업재해로 인정된다. 20년간 전기설비공으로 일한 A씨(55)는 전기 공사에 사용되는 무거운 자재를 자주 들어 허리 디스크를 판정받았다. 이는 직업병으로 인한 산업재해로 지난해 인정됐다.

▲지난 5년간 집계된 ‘국내 산업재해 발생률’이다.   (출처=고용노동부 ‘산업재해 현황분석’)
▲지난 5년간 집계된 ‘국내 산업재해 발생률’이다.   (출처=고용노동부 ‘산업재해 현황분석’)

국내 산업재해 발생률(이하 재해율)은 감소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근로자 100명당 발생하는 재해 건수를 집계한 재해율은 2018년 0.54%에서 2021년 0.63%, 2022년 0.65%로 증가하고 있다. 산업재해 신청 건수 또한 2018년 11만 4687건에서 2022년 15만 862건으로 늘었다. 근로자 1만 명당 발생한 사망재해 건수를 나타내는 ‘사고성 사망만인율(이하 사망만인율)’은 2022년 0.43%로 OECD 평균인 0.29%에 비해 높다. 

재해율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기업 및 사업주를 처벌하는 규정은 미약하다. ‘산업안전보건법’에 의하면 산업재해로 인해 사망자가 발생하면 기업 및 사업주에게 7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 원 이하의 벌금형을 선고할 수 있다. 반면 호주 퀸즈랜드(Queensland) 주는 동일한 사안에 대해 최대 20년의 징역 또는 1400만 호주 달러(약 123억 원)의 벌금을 구형할 수 있다. 영국은 벌금액에 제한이 없어 기업에 200만 파운드(약 31억 원)의 벌금이 청구된 사례도 있다.

어기고, 숨기고, 무시하고
산업재해 관련 법의 처벌 수위가 약하고 사고 은폐가 쉬워 기업과 사업주는 해당 법을 준수하지 않는다. 산업안전보건법은 기업과 사업주를 처벌하는 법으로 산업재해 은폐 시의 처벌, 안전 설비에 관한 내용 등이 기재돼 있다. 하지만 해당 법은 처벌이 미미하단 이유로 지켜지지 않는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은 산업재해 피해자에게 보험료를 지급한다. 이때 보험료는 기업과 사업주가 부담한다. 그러나 기업이나 사업주가 산업재해 처리를 막기 위해 피해 근로자에게 치료비를 지급하며 합의를 요구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근로자가 합의에 응하면 해당 사고는 산업재해 처리가 불가하다.

기업이 산업재해를 은폐하는 문제 또한 심각하다. 지난 4월 28일(금) 기본소득당 노동안전특별위원회가 분석한 ‘산업재해 은폐 및 미신고와 처벌 현황’에 의하면 지난해 보고되지 않은 산업재해는 5만 1800건이다. 실제로 발생한 산업재해 건수 중 39.7%가 은폐된 셈이다. 기업은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산업재해 사실을 숨긴다. 산업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은 인상된 산업재해 보험료를 납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업의 압박으로 노동자들이 사업주와 합의해 산업재해를 은폐하는 사례도 있다. 강두용 건설노동조합 노동안전보건실 국장은 “노동자들은 해고되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산업재해를 숨긴다”고 말했다. 

산업재해가 꾸준히 발생하는 원인은 두 기업이 서로 돈을 지불하고 노동을 의뢰하는 하도급이다. 업무를 맡기는 기업을 원청기업, 업무를 맡은 기업을 하청업체라 한다. 하청업체는 건설과 같이 노동력이 주가 되는 업무를 맡는다. 하청업체가 또 다른 업체에 하도급을 맡기는 행위는 불법이다. 하지만 건설·제조업 등의 노동 현장에선 이런 사례가 자주 발생한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5월 23일(화)부터 60일간 292개 현장을 단속해 108개 현장에서 183건의 불법 하청업체를 적발했다. 기업은 비용 절감을 위해 하청업체 간의 경쟁을 부추겨 필요 이상으로 낮은 가격에 일을 맡긴다. 보수를 제대로 받지 못한 하청업체는 장비나 노동 인력 등 안전 관리에 사용할 비용을 줄인다. 안전 비용이 감소하면 예방하지 못하는 사고가 늘어난다. 지난 2016년 5월 28일(토) 발생한 서울시 구의역 스크린도어(Screen Door) 사고도 비정상적인 하도급 방식으로 인해 발생했다. ‘서울메트로’ 하청업체 소속 김 군(19)은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홀로 스크린도어를 고치던 중 열차에 치여 사망했다. 사건 당시엔 4명이 각각 1~4호선을 맡고 있어 규정이던 2인 1조 근무가 지켜지지 않았다. 

누구도 출근이 두렵지 않도록
정부는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원청업체에게도 사고의 책임을 묻기 시작했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에 의하면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나 다수의 부상자·직업병 환자가 발생했을 때 원청 대표에게 최대 1년의 징역과 최대 10억의 벌금을 구형할 수 있다. 해당 법이 시행된 지 이틀만인 1월 29일(토) 양주시 채석장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해 즉각적인 수사가 이뤄지기도 했다. 원청 대표가 징역 1년을 선고받은 사례도 6월 23일(금) 처음 생겼다. 

해외 사례를 바탕으로 산업재해 예방에 집중한 법을 제정할 수 있다. 2022년 독일의 사망만인율은 0.07%로 0.43%인 한국보다 훨씬 적다. 독일의 산업재해 관련 기관으론 ‘재해보험조합’이 있다. 재해보험조합은 산업재해의 예방, 보상, 재활 업무를 전부 담당한다. 산업주와 산업재해전문의는 해당 기관에 산업재해를 보고할 의무가 있다. 근로자는 번거로운 신청 과정 없이 산업재해를 보상받을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근로자가 직접 산업재해를 증명하고 신고해야 산업재해를 인정받을 수 있다. 또한 독일의 ‘산업안전보건근로감독관(이하 근로감독관)’에겐 수시로 업장을 감독할 권리가 있다. 2021년 기준 독일의 근로감독관은 2135명, 우리나라는 약 400명이었다. 사업장의 유해 요소를 파악하는 ‘위험성평가’에서도 두 국가의 차이가 드러난다. 독일의 위험성평가는 현장 노동자가 시행하며 넓은 범위의 위험 요소까지 고려한다. 질문엔 ‘일하는 중 시간적 압박이 있다’ ‘불만에 대한 의견을 자유롭게 낼 수 있다’ 등이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위험성평가는 사업주가 실시한다. 질문들 또한 ‘발판을 조립할 때 떨어질 위험성이 있는가’ ‘특정 작업이 끼임 사고를 유발할 위험성이 있는가’ 등 물리적인 위험 요소만을 포함한다. 

노동조합을 향한 지지 또한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한 방법이다. 노동조합은 존재만으로 재해율을 낮춘다. 한국노동연구원에 의하면 노동조합 조직률이 1% 늘어나면 산업재해의 발생확률은 0.7%, 산업재해 은폐 확률은 4.1% 줄어든다. 노동조합은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투쟁한다. 6월 언론노동조합은 고용노동부에 출판사의 과로 실태 감독을 요구했다. 2018년엔 전국언론노동조합과 출판노동조합협의회가 개인사업자란 이유로 산재보험 적용을 받지 못한 건설기계 노동자를 위해 투쟁했다. 이후 2019년부터 건설기계 노동자는 산재보험을 적용받게 됐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노동조합 조직률은 10%대로, OECD 전체 국가의 평균인 29.1%의 절반도 미치지 못한다. 노동조합의 조직률이 높을수록 노동자의 의견이 근로 환경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고용노동부가 집계한 2023년 상반기 산업재해 현황에 따르면 지난 6월 30일(금)까지 976명이 산업재해로 사망했다. 매일 5명이 산업재해로 숨진단 의미다. 그럼에도 정부는 원청업체를 처벌하는 중대재해법을 축소하고자 ‘기업활동을 위축시키는 과도한 형벌 규정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 누구도 일하는 도중 세상을 등져선 안 된다. 세상의 모든 노동자들이 위기 속에서 일하지 않길 바란다. 

참고문헌
김정우. (2021). 노동조합은 산업재해 발생과 은폐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산업노동연구, 27(1), 103-134. 
김혜경, 이진국, 도중진, 차종진. (2022). 해외 중대재해 처벌에 관한 사례 분석. 안전보건공단. 
박채은. (2022).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비교 – 처벌을 중심으로 –. 노동법논총. 56, 103-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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