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일침]

현직 주니어로 짧은 경력을 돌아보건대 기사는 늘 덜어내는 게 일이다. 알리고자 했던 주제와 덤으로 전하고 싶은 정보, 시시콜콜하게 보일지라도 빠져선 안 될 근거까지. 차마 지울 수 없는 문장들과 씨름하다 보면 ‘독자를 위해 쓰고 있는 것인지, 내 취재력을 자랑하고 싶은 것인지’ 딜레마에 빠지기 마련이다.

여덟 지면을 채우기 위해 숙대신보 기자들은 최소 16면 분량의 발품을 팔았으리라 짐작해 본다. 하지만 8면을 그저 채우는 데 그치지 않고 기사에 실린 내용을 독자가 오롯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하려면 어떤 고민이 필요할까.

학내보도 1면 첫 기사부터 마지막 인터뷰 기사까지 잘 뜯어보면 공통점이 있다. 병렬적 구조와 문장 나열이다. 으레 스트레이트 기사를 작성하다 보면 앓게 되는 고질병인데, 문제는 병렬적 서술이 기사의 날까지 무디게 만든단 것이다.

눈송체전 야간 입장권 발권 과정에서 발생한 혼란을 다룬 기사가 그 예다. 현장 상황을 상세히 취재한 점은 좋았으나 피해 학우의 멘트와 주최 측의 반론이 기계적으로 서술됐다. 스트레이트 기사의 꽃은 리드지만 화룡점정은 마지막 문장으로 찍는다. ‘양쪽 입장 다 보도했으니 됐지’ 식의 기계적 균형을 넘어 누구의 말을 빌려 문제 의식을 전달할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 주최 측의 “너른 양해를 부탁한다” 등의 멘트는 사실 하나 마나 한 말이다. 

학내보도 2면 문신미술관 기사는 지면 기사라기보단 통신사 기사 양식에 가깝다. 기본적인 정보 서술과 참석자의 멘트 전달엔 충실했다. 그러나 정작 작가들이 영감을 받았단 문신 작가가 누구인지, 한국 미술계에 어떤 영향을 미친 존재인지 기본 배경 설명은 빠졌다. 미대 학우뿐만 아니라 모든 학우, 학교 밖의 독자들의 이해도를 고려해 스트레이트 형식을 준수하면서도 정보는 풍부하게 제공해야 한다.

청년 정신건강을 다룬 기획도 바탕이 된 문제의식은 훌륭했다. 다만 기사 초반부터 각종 통계와 숫자들이 병렬적으로 나와 몰입감이 떨어졌다. 수치는 그래프 등을 활용해 갈음하고 전체적 양태와 심각성을 부각하는 것이 기획의 목적임을 잊지 말자. 덧붙여 깊이감이 떨어지는 단순 해외 사례 나열은 정보값이 떨어진다. 들여와야 할 제도라면 구체적인 체계와 효용성을 강조해야 설득력이 높아진다.

유독 모교 후배들에겐 피드백이 매서워진다. 가능성이 큰 싹이니 더 잘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굳이 고칠 점을 꼽아봤지만 총평을 하자면 디자인 구성은 메이저 일간지 뺨칠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 기사는 웬만한 수습기자 초고보다 낫다. 이젠 디테일 싸움이다. 빠져드는 글, 날 선 문장으로 카리스마 있는 숙명의 감시자가 되길 기대해 본다. 

권진영 뉴스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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