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숙케치]

충분할 줄 알았던 여름방학도 어느새 끝나고 긴 방학을 돌아볼 시간이 왔다. 창대한 계획을 세웠지만 흐지부지 보내버린 시간에 우울감이 찾아오기도 했다. 이럴 때 힘을 주는 것은 즐거웠던 여행의 추억이다. 

난생처음 친구들과 떠난 여행의 목적지는 일본 오사카였다. 6박 7일의 긴 시간이었지만 세세하게 준비하지 않았다. 이틀 전에야 짐을 쌌고, 전날에야 숙소 예약이 하루 빠졌단 사실을 알아차렸다. 출발 당일엔 일행이 비행기 시간을 잘못 예약한 걸 모른 채 탑승하려다 삐삐 소리와 함께 탑승이 거절되기도 했다. 매일 새벽이 돼서야 다음날 일정을 정했다. 걸으면서 식당을 검색하고 교통패스를 잘못 끊어 돈을 낭비하기도 했다. 가장 기대했던 일정인 불꽃놀이는 보지도 못하고 우리나라로 돌아왔다. 하나하나 생각해 보면 부족한 점이 많았는데 이 일주일이 두 달이 넘는 방학 중 가장 소중한 시간이 됐다.

습하고 더웠던 날씨, 푹푹 내리쬐는 태양, 계속 걷다 보니 붉다 못해 터질 것 같던 발바닥, 길을 걷다 발견한 자판기가 구원이던  시간. 어렴풋이 기억 나는 힘든 일부터 맛있었던 푸딩, 친절했던 가게 직원분, 다시 생각해도 웃긴 이야기, 간식을 먹기 위해 머리를 들이밀던 사슴까지. 행복했던 기억이 뒤섞여 머릿속에 한 편의 영화처럼 남아 신기했다. 특히 여행 첫날 소나기를 뚫고 달렸던 일과 유니버셜 스튜디오의 해리포터 성은 시간이 지나도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다.
돌이켜보면 즐거웠던 기억도 많지만 아슬아슬한 순간도 있었다. 세웠던 계획을 계속 타협하고 수정해야 했다. 마지막 날엔 공항에 늦을까 조바심 내기도 했다. 순조로운 여행은 아니었지만 필자는 일주일의 경험으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 가보기 전엔 몰랐던 많은 것들을 맨땅에 헤딩하듯 직접 부딪혀 가며 깨닫는 경험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그 덕분에 이 설렘이 시간이 지나도 계속 유지되고 있는 것 같다.

여행했던 시간은 지나갔으나 그 추억은 마음과 사진첩에 남았다. 목적지가 어디든 과정이 어땠든 여행의 설렘은 그 순간이 끝난 뒤에도 나름의 의미를 가지며 오래도록 기억된다. 혹시 고민하는 여행이 있다면 일단 도전해 보길 바란다. 분명 최고의 순간과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필자가 여행으로 2023년 여름을 떠올릴 추억이 생긴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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