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일침]

언론의 본질은 무엇일까. 언론은 우리가 선행과 재난을 인지하고 사건이 삶에 미칠 영향력을 고민하게 한다. 언론의 역할은 사실 전달에 그치지 않는다. 사건에 사회적 의미를 부여하고 그 의미를 해석해야 한다. 언론의 가치는 대중에게 스스로 사고하고 행위를 하는 주체성을 부여할 때 비로소 빛을 발한다.

앞서 다룬 언론의 본질을 떠올리며 제1429호를 살펴봤다. 필자는 학내보도 1면의 구성을 가장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이를 비판하는 과학자들, 기업의 허울뿐인 환경 캠페인 사이에서 언론이 환경 문제를 다루는 방식은 중요하다. 학내보도 1면 첫 기사인 ‘환경 보호에 한 발짝, 제로 캠퍼스로 나아가는 숙명’은 본교 학우들이 기획하고 참여한 환경 보호 활동을 다뤘다. 이 기사는 학우 주체의 활동을 조명해 환경 문제에 대한 독자의 심리적 부담감을 덜고 접근성을 높인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 간담회 기사를 1면에 배치한 것 역시 바람직하다. 독자에게 이태원 참사를 상기시킴으로써 반복되는 재난에 무뎌진 경각심을 일깨우기 때문이다.

제1429호에선 주목해야 할 사회 문제에 대한 숙대신보의 통찰력을 엿볼 수 있었다. 사회면에선 최근 청년 사이의 뜨거운 감자인 국민연금을 심도 있게 다뤘다. 문화면의 e-스포츠는 제도와 규칙을 상세히 제시해 이해하기 쉬웠다. 그러면서도 용어 설명의 비중이 내용의 흐름을 깨지 않도록 자연스럽게 전개했다.

아쉬운 점도 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 간담회 기사는 추모 내용이 추상적이었다. 유가족이 설명하는 참사 상황이나 추모 공간이 가지는 구체적인 의미에 대한 고찰이 부재했다. 이 기사를 읽고 기자가 사건에 다소 피상적으로 접근했단 느낌을 받았다. 학내보도 2면은 기사 배치가 어지러웠다.

그럼에도 제1429호는 상대적으로 깔끔하게 읽었다. 특히 독자의 사회적 피로도와 경각심을 충분히 고려했다. 중점 현안과 가벼운 뉴스의 비율을 균형 있게 배분한 점이 바람직했다. 이 변화는 숙대신보 기자들이 독자의 목소리를 귀담아듣고 성장했음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부족함을 채우고 강점을 갈고 닦는다면 숙대신보는 더욱 발전할 것이다. 시간이 쌓이는 만큼 풍성한 경험을 갖춘 기자들이 앞으로 학우들에게 어떤 소식을 들려줄지 기대해 본다.


법 20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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