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여성을 위한, 여성에 의한 소통의 장을 만들어 가는 사람이 있다. 성 지식 콘텐츠 앱(App) ‘자기만의 방’을 운영하는 김홍실(미디어 17졸) 동문이다. 스타트업 기업 ‘아루(AROOO)’ 최고운영책임자(COO)로 국내 펨테크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김 동문. 여성으로 살아가며 느낀 불편함과 호기심을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그는 어떤 꿈을 그리고 있을까.


■ 마르지 않는 열정의 샘
김홍실(미디어 17졸) 동문은 어린 시절부터 방송국 PD를 꿈꿔왔다.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자’란 목표로 본교 미디어 학부에 진학했다. 목표에 걸맞게 그는 전공뿐 아니라 다양한 방면의 활동을 이어갔다. 학부 시절의 경험은 그가 사회로 나갈 수 있는 발판이 됐다. 

미디어학부를 졸업하셨어요. 관련 분야에 관심이 많으셨나요?
어릴 적부터 방송국 PD가 꿈이었어요. PD는 사람들을 웃게 하는 매력적인 직업이죠. 재밌는 프로그램을 보며 ‘나도 대중을 웃게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미디어 학부를 선택했죠. 

학생회와 대외활동, 학회 활동 등 다양한 경험을 하셨어요. 다방면에 도전하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주어진 일은 모두 잘 해내고 싶었어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죠. 원래부터 욕심이 많았어요. 힘들기도 했지만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고 생각했죠. 학부 생활도 놓치지 않았어요. 미디어학부 학생회와 시사동아리 ‘이슈’ 활동을 병행했죠. 학생회에선 학과 행사를 기획하고 홍보 콘텐츠를 제작했어요. 언론 대외활동에 참여해 매주 각각 다른 기사를 한 편씩 제출하기도 했죠. 열심히 노력해 최우수 기자로 선정됐던 기억이 나요. 쉬지 않고 달렸죠.

기억에 남는 학부 시절의 경험이 있는지 궁금해요.
미디어학부 선배님 특강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대기업 홍보팀으로 이직하신 선배님이셨죠. 특강을 들으며 ‘홍보’ 직군을 처음 알게 됐어요. 선배님께선 중소기업에서 경력을 쌓은 뒤 대기업에 진출하는 방법을 알려주셨어요. 처음부터 큰 회사에 도전하기보단 작은 곳부터 차근차근 올라가도 목표를 이룰 수 있단 사실을 크게 깨닫게 됐죠. 

졸업 후 PD가 아닌 홍보 직무를 선택하셨어요. 진로 선택 계기가 무엇인가요?
방송국 입사에 여러 번 낙방해 마음이 조급했어요. 교내 언론사 준비반인 명언재에서 PD를 준비했지만 기대만큼 성과가 좋지 않았죠. 이때부터 꿈을 좇기보단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찾기로 결심했어요. 졸업 후 경영지원, 연구, 브랜딩 등 다양한 직무를 경험하며 적성에 맞는 직업을 찾을 수 있었죠. 그중 제 장점을 살릴 수 있는 홍보사를 선택했어요. 


■ 폼 나는 아루 COO
‘왜 첫 섹스에서 눈물이 났을까?’ ‘나의 브라를 찾아서’ ‘월경이 빨리 시작한 이유’. 김 동문이 이끄는 ‘아루(AROOO)’의 대표 앱 ‘자기만의 방’에서 찾아볼 수 있는 콘텐츠다. 김 동문은 “어린 시절 내게 해주고 싶은 말을 콘텐츠에 담았다”고 말했다. ‘아루’의 최고 경영자가 그리는 청사진은 무엇일까.

'아루' 입사 전 홍보대행사 ‘프레인’에서 근무하셨어요. ‘프레인’에서의 경험이 현재 COO 직무에 어떤 도움이 됐는지 궁금해요.
홍보대행사에 근무하며 고객을 대하는 저만의 노하우를 터득했어요. 상대방에게 격식 있게 접근하는 방법은 홍보 업무에서 배웠죠. 아루에서 운영하는 앱 ‘자기만의 방’ 이용자는 모두 여성이에요. 저만의 방식으로 여성 고객에게 진중하게 다가가죠. 

아루'에 입사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아루’에서 더 멋있는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홍보대행사 ‘프레인’에서 근무하던 중 ‘아루’ 입사 제의를 받았죠. 처음엔 제의를 쉽게 승낙할 수 없었어요. ‘아루’에서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일이 있을지 스스로 의문이 들었죠. 당시 여성의 성을 말하는 앱에 대중은 호의적이지 않았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신생 스타트업 ‘아루’의 신뢰도를 높이는 작업을 도와줄 수 있단 확신이 생겼죠. 기업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신뢰도를 높이는 게 당시 ‘프레인’에서 하던 업무였어요. 안정적인 대기업에서 나와 스타트업으로 이직하는 게 불안하기도 했지만 퇴사가 아쉽진 않았어요. 더 멋있는 일을 할 수 있단 생각에 기뻤죠. 
 

▲'자기만의 방'에서 제공되는 성 지식 콘텐츠다.
▲'자기만의 방'에서 제공되는 성 지식 콘텐츠다.

COO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아루’ 운영 전반을 담당해요. 회사엔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전문가가 있어요. COO는 전문가들이 좋은 결과물을 낼 수 있도록 회사의 기반을 마련하죠. 협업을 희망하는 회사와의 미팅에 대표로 참석해요. 투자자들에게 ‘아루’의 사업을 설명하기도 하죠.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고 시작하는 것도 COO의 역할이에요. 여성 작가들을 위한 전시 공간 관리도 담당하죠. 고객들의 목소리를 듣고 회사에 전달하는 것도 중요 업무 중 하나에요.

‘아루’의 앱 ‘자기만의 방’은 여성 범죄와 몸 건강 관련 콘텐츠를 모두 무료로 제공하고 있어요. 무료 제공 계기가 궁금해요.
처음부터 이 영역은 무료로 공개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모두가 알아야 할 필수 정보니까요. 우리나라는 여성을 위한 성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요. 우린 여성의 외음부를 씻는 법이나 여성의 자위는 어떤지 배우지 못하고 어른이 되죠. 이런 안타까움에 ‘섹스 오리엔테이션(Sex Orientation)’ 책을 제작해 무료로 배포했어요. 처음 읽어본 독자들은 ‘지인에게 보내주고 싶은 책이다’ ‘아끼는 동생과 읽고 싶다’며 칭찬해 주셨죠. 
 

▲'아루'에서 무료로 제공한 '섹스 오리엔테이션(Sex Orientation)' 책이다. (출처 = '아루' 인스타그램)
▲'아루'에서 무료로 제공한 '섹스 오리엔테이션(Sex Orientation)' 책이다. (출처 = '아루' 인스타그램)

콘텐츠를 만들 때 가장 염두에 두는 부분이 있나요?
물어보고 싶은데 주변에 물어보지 못하는 모든 성 지식을 저희 앱에 담는 게 목표에요. 선배로서 어렸던 내게 해주고 싶은 말을 콘텐츠에 담죠. 그래서 전달 방식에 더 신경 써요. 가르치는 태도를 경계하고 누군가를 배제하는 단어는 선택하지 않죠. 어렸을 때 선뜻 산부인과에 가보지 못했어요. 가면 안 되는 곳이라고 생각했죠. 그 누구도 산부인과가 어떤 곳인지 알려주지 않았어요. 이를 알리기 위해 ‘여성의학과 검진 과정’이란 콘텐츠를 만들었죠. 겪어보면 사소한 일도 경험하기 전엔 걱정부터 하잖아요. 그런 것들을 여성들에게 미리 알려주고 싶어요. 


■ 편견이란 허들을 넘어
앱 ‘자기만의 방’은 유해 플랫폼으로 오해받아 광고를 거절당하거나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어두운 상황에서도 김 동문은 더욱 용기 있게 나아갔다. 2022 구글 플레이 ‘올해를 빛낸 숨은 보석 앱’에 ‘자기만의 방’이 선정되며 가치를 인정받기도 했다. 

여성 성 콘텐츠 앱 운영에 어려움은 없으신가요?
여성을 위한 성 지식 앱의 필요성에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아요. ‘구글에 검색하면 되는데 굳이 앱이 필요하냐’고 말씀하신 분도 계셨죠. 사실 그렇지 않아요. 질염을 검색하면 수많은 광고와 유해성 콘텐츠를 만나게 돼요. 여성들은 그 속에서 올바른 정보를 찾기 위해 많은 시간을 허비하죠. 자기만의 방은 이 시간을 줄여 여성에게 다시 돌려줘요. 

‘자기만의 방’은 2022 구글플레이 ‘올해를 빛낸 숨은 보석 앱’ 선정, 2023 독일 IF 디자인 어워드 본상을 수상하기도 했어요. 원동력이 궁금해요.
보람이죠. ‘아루’에서 근무하며 보람을 느끼는 빈도가 잦아졌어요. 앱에서 유용한 정보를 얻었단 이용자들이 많아요. 우리 앱을 알고 있다고 먼저 말해주는 기업들도 있죠. 과거엔 성을 중심으로 다루는 앱이다 보니 내용이 유해 콘텐츠로 분류돼 출시에 어려움을 겪었어요. 구글플레이 ‘올해를 빛낸 숨은 보석 앱’에 선정됐을 때 고생했던 시간들을 보상받아 기뻤죠. 독일 IF 디자인 어워드 본상 수상은 ‘자기만의 방’이 좋은 앱이란 사실을 보증해 줘요. 이 앱은 믿을만하다고 인정받는 기분이었어요. 
 

▲지난해 서울디지안페스티벌에 참여한 김 동문의 모습이다. 김 동문은 오른쪽에서 첫 번째. (사진제공 = 김홍실 동문)
▲지난해 서울디지안페스티벌에 참여한 김 동문의 모습이다. 김 동문은 오른쪽에서 첫 번째. (사진제공 = 김홍실 동문)

앞으로의 활동 목표가 궁금해요.
‘아루’에 몸담고 있는 지금 제 목표는 ‘여성이 자유로워지는 것’이에요. 여성이 더 자유로워질 필요가 없을 때 제 역할도 사라지겠죠. 여성이 더 재밌게 많은 경험을 했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섹슈얼 제품이나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죠. 여성에게 더 다양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싶어요.


김 동문은 여성이 더 자유로워질 날을 꿈꾼다. 그는 “여성은 겸손하고 절제해야 한단 인식이 있어요”라며 “겸손은 저절로 묻어 나오니 이루고자 하는 바가 있다면 조금은 건방져도 괜찮아요”라고 숙명인을 응원했다. 스스로를 검열하고 도전을 망설이고 있진 않은가. 김 동문처럼 용기 내 한 발짝 나아가보자. 더 큰 세상으로 도약하는 자신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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