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종착지다. 필자는 5월을 끝으로 지난 2년 6개월간의 활동을 마무리한다. ‘대학에 왔으니 열심히 살아보자’는 막연한 목표 하나로 본지에 입사했다. 그러나 숙대신보는 어느새 대학 생활의 전부가 됐다. 마지막으로 이곳에 필자의 흔적을 남긴다고 생각하니 만감이 교차한다.

신문을 만드는 과정은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것과 같다. 기삿거리를 정하고, 취재하고, 글을 쓰고, 지면을 구성해 완성하기까지 길고 험난하다. ‘발간’이란 목적지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어떤 파도가 장애물이 돼 우릴 덮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그러나 목적지에 닿기 위해선 뭐가 됐든 계속 나아가야 한다. 멈춰서서 지금 향하는 길이 맞는지 고민만 하다간 배가 뒤집힌다. 영영 목적지에 도착할 수 없음은 당연하다. 따라서 필자의 책무는 키를 꽉 쥐고 배가 계속 움직이도록 하는 것이었다.

머리로는 할 일을 알고 있었지만 마음은 그렇지 못할 때가 많았다. 신문이 무사히 세상에 나올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아 수차례 도망치고 싶었다. 필자가 해내지 못하면 신문이 완성되지 않는단 부담감에 짓눌려 괴롭기도 했다. 복잡한 마음을 들키기 싫어 언젠가 동기들에게 가벼운 말투로 속내를 털어놨다. 그러자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그냥 하자!” 깊이 생각하기보단 앞에 놓인 기사에 집중하자. 동료 기자들을 믿고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네 음절의 짧은 한마디였지만 어떤 조언이나 충고보다 강력했다. 이후 필자는 조금씩 의연해질 수 있었다. 편집장으로 활동하는 시간이 쌓이며 나름의 요령도 생겼다. 그리고 마침내 항해의 끝을 눈앞에 두고 있다.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방법이 무엇인지 아는가? 답은 간단하다. 냉장고 문을 열고, 코끼리를 넣고, 문을 닫으면 끝이다. 겉보기엔 힘들어 보이는 일도 일단 시작하면 된단 의미다. 필자는 기자 생활을 하며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방법을 배웠다. 어떤 어려운 일이라도 ‘그냥 하면 된다’는 단순하고 명쾌한 진리를 깊이 깨달았다.

이제 필자는 이 진리를 마음에 품고 정든 편집실을 떠난다. 또다시 출발선에 섰단 생각에 두려움과 떨림이 공존한다. 본지의 미래를 새롭게 만들어 갈 후배 기자들도 아마 같은 마음이리라. 그리하여 필자 자신에게, 그리고 후배 기자들에게 고한다. 앞으로 어떤 코끼리를 마주할지 모르지만 우선 냉장고 문부터 열기를. 무겁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시작해 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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