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국민연금이 시행 35년 차를 맞았다. 국민 삶의 질 향상이란 취지와는 무색하게 기금이 고갈되고 있단 논란이 한창이다. 심지어 1990년생부터는 연금 지급이 어려울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이가윤(영어영문 21) 학우는 “기금 고갈 시점이 앞당겨지고 있어 연금을 받지 못할까 걱정된다”며 우려를 표했다. 국민연금을 향한 부정적 예측이 커지고 있는 지금, 제도의 시작부터 현재 모습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국민연금, 우리도 받을 수 있나요?
국민연금은 국민의 소득이 없을 때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하는 사회보장제도 중 하나다. 현재 국민연금 가입 대상은 공무원 연금 가입자와 기초연금 수급자를 제외한 만 18세 이상 60세 미만 모든 국민이다. 국민연금은 매월 지급되는 ‘연금 급여’와 한 번에 지급되는 ‘일시금 급여’로 나뉜다. 연금 급여엔 노령연금, 장애연금, 유족연금이 있고 일시금 급여엔 반환일시금과 사망일시금이 포함된다. 최소 가입 기간 10년을 채우면 기간에 비례해 연금을 받을 수 있다. 

현재 국민연금은 9%의 보험료율과 40%의 소득대체율로 운영되고 있다. 보험료율이란 월 급여 중 연금보험료로 지급되는 비율을 뜻한다. 소득대체율은 가입 기간의 평균 소득을 연금으로 수령하는 비율을 말한다. 예를 들어 평균 월수입이 300만원인 근로자는 9%에 해당하는 27만원을 월 보험료로 납입해야 한다. 그러면 퇴직 후 소득대체율 40%에 따라 월 120만 원의 연금을 받을 수 있다. 단, 회사에 소속돼 급여를 받는 근로자(사업장가입자)일 경우 보험료는 회사와 절반씩 부담한다. 즉 근로자가 내는 실제 월 보험료는 4.5%에 해당하는 13만 5천 원이다.

국민연금 기금이 오는 2055년 모두 소진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청년층의 불신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 1월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이하 재정추계위)가 발표한 제5차 국민연금 재정추계 시산결과에 따르면 현행 제도가 그대로 유지될 경우 1990년생이 만 65세가 되는 시점부터 국민연금 수령이 어려워진다. 지난해 7월 한국리서치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국민연금에 대한 인식 조사’ 결과 20~30대 60%가 ‘향후 수급 연령이 됐을 때 국민연금을 받지 못할 것’이라 응답했다. 이가윤(영어영문 21) 학우는 “저출생, 고령화, 경제 악화 등 다양한 사회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급변하는 상황에도 국민연금 제도에 변화가 없어 불신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덜 내고 더 받는 연금, 이젠 한계
국민연금의 고갈 시기가 임박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인구구조의 변화다. 청년 수는 줄고 노인 수는 증가해 수급자가 가입자보다 많아졌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2021년 발표한 ‘2021 장래인구추계’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올해 0.73명에서 2024년 0.70명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측된다. 반면 노령연금 수급자인 만 65세 이상 비율은 올해 44%에서 오는 2070년 84.2%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국민연금은 지급 중단 연령이 정해져 있지 않다”며 “평균수명 증가로 보험료를 낸 기간보다 더 오래 연금을 받게 될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적게 내고 많이 받는 구조도 문제다. 연금 지급액이 보험 수입률을 넘어서며 기금고갈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9%로 OECD 평균인 18.2%의 절반에 불과하다. 연금제도 도입 후 적립된 국민연금 기금 총액은 지난해 10월 기준 약 915조원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국가가 국민에게 지급하겠다고 약속한 연금액은 기금 총액의 2배를 훨씬 넘는 2500조에 달한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회 연구위원은 “현재 국민연금의 실질적 부채는 약 1600조로 예측된다”며 “해당 부채는 미래 세대가 세금이나 보험료로 충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금 고갈 시점이 예상보다 빨라지면서 3차 개혁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연금 개혁은 1998년과 2007년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1998년 김대중 정부는 70%였던 소득대체율을 60%로 낮추고 3%였던 보험료율을 9%로 올리는 1차 연금개혁을 실시했다. 수급개시 연령 또한 만 60세에서 2033년 기준 만 65세까지 늦췄다. 2007년 2차 연금 개혁을 주도한 노무현 정부는 소득대체율을 60%에서 40%까지 내렸다. 2018년 문재인 정부는 보험료율 및 소득대체율 상향을 담은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 개혁안'을 마련했으나 제도 개혁까진 이어지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는 올해 10월까지 개혁안을 마련하고 2027년에 개혁을 실행하겠단 입장이다. 오 위원장은 "가장 인구가 많은 1차 베이비붐 세대(1955년부터 1963년 출생)와 2차 베이비붐 세대(1968년부터 1974년 출생)가 연금 가입자로 있을 때 보험료를 올렸어야 했지만 실패했다"며 "2차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기 전까지 개혁이 진행되지 않으면 또다시 시기를 놓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기금 소진 해결책은 ‘개혁’뿐
미래세대의 연금 부담을 덜기 위해선 보험료율 인상이 불가피하다. 한국경제학회가 전문가 47명을 대상으로 국민연금 개혁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3%가 개혁이 필요한 이유로 '미래세대의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재정추계위에 따르면 향후 70년간 국민연금 재정을 안정시키기 위해선 보험료율을 2025년부터 10년 동안 11%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2035년엔 월급의 20%를 보험료로 납부해야 2093년까지 국민연금 제도를 유지할 수 있다. 윤 연구위원은 “지금 보험료율을 올리지 않으면 2055년 기금 소진 후 미래세대가 부담할 보험료율이 26.1%에 육박한다”며 "미래 세대에 짐을 떠넘기지 않으려면 조속히 보험료율을 인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험료율 인상 필요성은 모두가 공감하지만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선 이견이 나오고 있다. 몇몇 전문가들은 해결책으로 ‘부과방식’으로의 전환을 제안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보험료를 모아 미리 기금을 적립해 연금을 지급하는 ‘적립방식’을 택하고 있다. 반면 부과방식은 그 해 경제활동 인구가 비용을 부담해 정년퇴직한 노령인구의 연금을 충당한다. 원석조 원광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국민연금 근본적 개혁: 적립방식에서 부과방식으로의 전환’ 논문에서 ‘적립방식은 물가 상승을 반영하지 못한다’며 ‘부과방식으로 바꿔야 미래 연금에 대한 불안이 근본적으로 사라진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당 제도가 우리나라 실정에 맞지 않는단 의견도 있다. 윤 연구위원은 “부과방식을 운용하는 서구권 국가들은 공적연금이 도입된 지 100년 가까이 된다”며 “35년 차 연금 신생 국가인 우리나라에 시행한다면 청년세대의 부담만 더욱 가중될 것이다”고 말했다. 

북유럽을 포함한 일부 국가들은 안정적인 연금 운용을 위해 다양한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노르웨이, 덴마크, 핀란드 등 8개국은 연금제도에 ‘자동안정화장치’를 도입하고 있다. 자동안정화장치란 출생률, 평균수명 증가, 경제성장률처럼 연금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를 고려해 매년 연금 지급액을 새롭게 산정하는 제도다. 1999년 스웨덴은 급속한 고령화에 따라 기존 적립방식에서 ‘명목확정기여방식’으로 연금개혁을 실시했다. 명목확정급여방식이란 일생동안 낸 보험료율에 기반해 연금을 받는 체제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연금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던 일본은 '100년 튼튼 연금'을 만들었다. 해당 제도는 기존 보험료 13.93%에서 2017년 18.3%로 올리되 보험료 상한선을 법으로 제한한다. 


국회연금개혁특별위원회는 ‘덜 내고 더 받는’ 국민연금을 목표로 지난해 7월 야심 차게 출발했다. 그러나 지난 4월까지 이렇다 할 결과를 도출하지 못했다. 17일(수)부터 활동을 재개한 위원회는 오는 10월까지 구체적 개혁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이번 개혁 시기마저 놓친다면 청년세대가 지닌 부담과 불안은 더욱 가중될 것이다. 연일 화두에 오르고 있는 국민연금. 모든 국민이 연금제도를 마음 편히 누릴 수 있도록 하루빨리 대안이 마련되길 바란다.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 보건복지부 산하 기구. 5년마다 정부가 거둬들인 재정의 수입과 지출을 계산하고 국민연금 운영전반에 대한 계획을 수립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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