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문화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만화 「슬램덩크」가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로 우리 곁에 돌아왔다. 원작은 문제아 고교생 강백호가 좋아하는 여자아이 채소연에 의해 농구부에 입단하며 풋내기 농구선수로서 성장해 가는 청춘 만화다. 해당 작품은 1990년대에 인기를 끌었던 스포츠 만화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팬은 현재 3040 남성이 됐다. 그러나 올해 1월, 산왕공고와의 농구 경기를 다룬 영화 개봉을 기점으로 1020 여성 팬층을 대거 형성하며 새로운 문화 신드롬(Syndrome)을 일으키고 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5월 기준 460만 관객을 동원했다. 역대 국내 일본 애니 영화 흥행 순위 2위에 달하는 대기록이다. 슬램덩크 신드롬은 이에 그치지 않았다. 원작 만화책은 매진 행렬을 이어가고 굿즈를 판매하는 팝업스토어(Pop-up Store) 또한 문전성시를 이뤘다. 팬들이 원하는 굿즈를 얻기 위해 팝업스토어 오픈런(Open Run)을 하는 진귀한 광경까지 볼 수 있다. 뜨거운 인기에 힘입어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엔 슬램덩크 브랜드관까지 등장했다. 역시나 사전 예약을 통해서만 방문할 수 있을 만큼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영화 상영은 막바지지만 응원 상영회가 그 열기를 이어받고 있다. 응원 상영회는 작품에 등장하는  농구팀을 실제 스포츠 경기를 관람하듯이 응원하며 영화를 보는 행사다. 영화의 흥행을 넘어 원작 만화 자체가 새롭게 인기를 얻는 것이다.

1990년대 만화 「슬램덩크」가 다시 흥행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 이유는 ‘튜닝의 끝판왕은 순정’과 ‘중꺾마(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다. 「슬램덩크」는 무수한 소년만화의 시초로 그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주인공 강백호가 소속된 북산고는 농구로 전국 제패를 꿈꾸는 열정과 패기를 보인다. 온갖 자극적인 콘텐츠가 범람하는 현시대에 대중에게 순수한 청춘의 열정을 일깨워 준다.

영화는 농구 전국 대회에 처음 진출한 북산고가 전국 최강의 산왕공고를 상대로 고전하는 내용이다. 강백호는 몇 번이고 넘어지며 부상을 당하지만 경기에 다시 출전하려고 한다. 그리고 만류하는 감독에게 이렇게 말한다. “영감님의 영광의 시대는 언제였죠? 국가대표였을 때인가요? 난 지금입니다!” 그저 좋아하는 여학생에게 잘 보이기 위해 농구를 시작한 주인공이 진정한 농구선수로 거듭나는 명장면이다. 이 대사는 ‘중꺾마(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와 일맥상통한다. 오래된 일본 소년만화와 현재 한국인들의 정서가 하나 되는 대목이다.

완결된 지 30년에 가까운 「슬램덩크」는 다시금 ‘영광의 시대’를 누리고 있다. 해당 작품의 재흥행을 보며 인생에서 영광의 시대란 언제인지 고민하게 된다. 우리의 영광의 시대는 과연 언제일까? 그 누구도 쉽게 대답할 수 없을 것이다. 어쩌면 가장 아름다운 청춘을 보내고 있는 우리의 ‘지금’일지도 모른다. 학우들의 다가올 하루하루가 꿈과 열정으로 가득 찬 영광의 시대가 되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행정 22 안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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