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06년부터 현재까지 여성 교육을 위해 힘썼던 순헌황귀비의 뜻이 이어지고 있다. 근대 여성을 위한 배움의 장이었던 본교는 미래를 이끌어가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수많은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의 역사를 따라가 봤다.


여성 교육의 포문을 열다
근대 여성을 위해 설립된 본교는 여성 고등교육의 기반이 됐다. 본교의 전신인 명신여학교는 지난 1906년 자주 교육의 필요성을 느낀 고종과 순헌황귀비의 지원으로 세워졌다. 이후 일제강점기 여성 교육은 ‘제1차 조선교육령’에 따라 여자고등보통학교에서 이뤄졌다. 1912년 명신여학교에서 개편된 숙명여자고등보통학교는 항일운동의 장이었다. 1919년엔 전교생 200명이 3.1운동에 참여하고 1927년엔 일본의 본교 장악을 반대하기 위한 동맹휴학을 주도해 일제에 저항했다. 민족말살정치로 일제강점기 말엔 여성 고등교육기관이 설립되기 어려웠다. 숙명여자전문학교(이하 숙명여전)는 숙명여전창립위원회의 모금과 영친왕의 도움으로 1939년 4월 설립될 수 있었다. 1938년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당시 여성 고등교육기관이 적어 숙명여전은 큰 관심 속에서 개교해 가정과와 기예과 각 40명, 전수과 50명으로 총 130명을 모집했다.
 

▲숙명여자전문학교의 요리 실습 시간이다. (사진제공 = 숙명역사관)
▲숙명여자전문학교의 요리 실습 시간이다. (사진제공 = 숙명역사관)

숙명여전은 여성의 학습권을 보장했으나 교육의 목적이 혼인에 치중됐다. 당시 고등교육 과정에서 본과는 가정과와 기예과, 별도 과정은 전수과로 구성됐다. 남학생을 위한 고등보통학교에선 법제, 실업, 경제 등을 가르쳤다. 그러나 숙명여전에선 가사 노동과 연관된 교과목에 중점을 뒀다. 이외에도 물리, 화학, 국어 등이 존재했으나 가정과와 전수과에선 재봉, 영양, 식품, 육아간호, 염색, 세탁 등의 수업이 개설됐다. 당시 지식인층은 여성 교육 기관의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여성 대상 고등교육과정에선 기술과 학문 분야의 욕구를 충족할 수 없었다. 이후 숙명학원 재단은 문과와 음악 등의 과목을 증설해 종합여자전문학교를 설립하고자 했다. 1955년 본교는 종합대학교로 승격해 문리과대학·정경대학· 음악대학·약학대학이 설치됐다.

기초 학문과 여성학, 이젠 숙명에서
인문학 수업은 변화하는 사회에 맞춰 확대됐다. 2002년 대학을 중심으로 인문학적 교양 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이에 본교는 2002년 자기 표현력이나 논리적 비판 능력을 기르기 위해 ‘글쓰기와 읽기’ ‘발표와 토론’을 교양필수과목으로 신설했다. 2010년 이후 ‘고전 읽기’가 중요한 키워드로 떠올랐다. 본교는 2011년 ‘인문학 독서토론’을 개설해 고전을 통한 비판과 논리적 사고력을 가르쳤다. 2016년엔 과거 교양필수과목을 개정한 ‘융합적 사고와 글쓰기’ ‘비판적 사고와 토론’이 개설됐다. 2020년부턴 대학생에게 디지털 역량이 요구되며 교양필수과목에도 변화가 있었다. 현재 디지털 역량을 키우기 위한 교양 필수 교육엔 ‘논리적사고와소프트웨어(이하 논사소)’ ‘디지털시대의사고와의사소통(이하 디사의)’가 마련돼 있다. 디사의를 수강하고 있는 주혜주(정치외교 23) 학우는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정보를 판별하는 통찰력과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를 기를 수 있다”고 말했다.

본교에선 여성학 관련 수업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여성학은 여성 억압을 사회 문제로 인식해 성차별의 근본적 원인을 타파하는 학문이다. 아시아여성연구원은 1960년에 설립돼 여성학 강의를 시대의 흐름에 따라 개발하고 있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열린 여성학 강의엔 ‘법여성학’ ‘여성과리더십’ ‘젠더로읽는여성’ 등이 있다. 심숙영 아시아여성연구원 원장은 “교과목을 개발할 땐 학생들의 의견과 사회적 요구를 반영한다”고 말했다. 여성학 강의는 사회 영역 간 성차별을 줄이기 위해 마련됐다. 지난해 ‘젠더로읽는여성’을 수강한 정서희(법 22) 학우는 “학우들과 여성 의제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고 공감할 수 있었다”며 “수업을 계기로 꾸준히 여성학에 관심을 갖고 공부해야겠단 의지가 생겼다”고 말했다.

융합 지식으로 만드는 미래
여성 공학도를 양성하기 위한 공과대학이 2015년 출범해 다양한 지원을 받고 있다. 설립 당시 공과대학은 IT공학과와 화공생명공학부로 시작했다. 2016년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이하 프라임 사업) 사업’으로 기초공학부, 소프트웨어학부 소프트웨어융합전공, ICT융합공학부 전자공학전공, 기계공학부가 신설됐다. 비공과대학 학우를 대상으로 한 ‘4차 산업혁명과 기술창업’ ‘파이썬 배우기’ '캡스톤 디자인 배우기’ 등 6개 과목이 열려 과목 선택의 폭을 넓혔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출범 직후 2년 만에 공과대학 신입생은 본교 모집 인원의 5.1%에서 18.6%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이유진(컴퓨터과학 20) 학우는 “이론 위주의 강의가 많아 실무를 체험할 기회가 늘어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2017년 ICT융합공학부 IT공학전공이 ‘2017 산업계관점 대학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부턴 소프트웨어중심대학 사업에 선정돼 공과대학 설립 6년 만에 쾌거를 이뤘다.

현재 본교는 ‘디지털 휴머니티 대학’을 실현하기 위해 디지털 역량과 인문학적 소양을 모두 갖춘 인재 양성에 주력하고 있다. 이에 SW중심대학사업단은 산학협력 프로그램, 캡스톤 교과, WIC 해커톤 대회 등을 기획하고 있다. 권의정(컴퓨터과학 20) 학우는 “올해 해커톤 프로그램을 신청했다”며 “앞으로 프로그래밍, 개발자 양성 등을 위한 교내 대회가 활발히 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본교는 인문학적 소양과 디지털 기술을 함양하기 위한 디사의와 논사소로 디지털 역량 강화 교육을 이어가고 있다. 디사의를 수강하고 있는 권지수(홍보광고 23) 학우는 “시대의 변화에 알맞게 개설된 강의를 들을 수 있어 유익하다”고 얘기했다. 이외에도 본교는 캠퍼스와 동일하게 구현된 메타버스 ‘스노우버스(Snowverse)’를 국내 최초로 도입하기도 했다.


본교 교육은 변화하는 내일을 준비한다. 시대에 맞춰 발전하는 학교에서 학우들은 각자의 꿈을 펼쳐나가고 있다. 앞으로도 숙명은 학우들의 성장을 뒷받침할 것이다. 내일을 향해 본교와 숙명인이 함께 그려나갈 힘찬 미래를 기대한다.

참고문헌
강혜경.(2015).일제시기 여성의 고등교육과 숙명여자전문학교의 설립.숭실사학(34),183-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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