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 학보는 여성 학생이 주체가 돼 발간을 기획하고 내용을 구성한 역사 기록물이다. 과거부터 여성이 자신들의 의견을 표출한 학보는 현재까지도 활발히 발행되고 있다. 본지 권지은 편집장은 “여대 학보에서 활동하는 건 당대 여성의 모습을 기록하고 사회에 전달하는 역할을 해 여성이 평등한 위치로 나아가는 데 이바지한다”고 말했다. 여대생들이 주체가 돼 운영하고 있는 미디어의 발자취를 따라가 봤다.


여대생’ 기자, 편견 깨고 변화 이끌다
여대 학보는 1950년대부터 창간됐다. 첫 여자대학 신문인 이대학보는 1954년 2월 첫 발행을 시작했다. 이는 우리나라 최초 대학신문인 숭대시보가 발간된 후 35년만으로, 남녀공학 학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출범 시기가 늦다. 당시 여자 대학생과 여성 언론인 수가 적었던 것 또한 늦은 출범에 영향을 미쳤다. 김지윤 상명대 한국언어문화학과 교수는 「1960년대 여자대학 학보 연구」에서 1955년 기준 여자 대학생의 수가 전체 여성 인구의 0.1%로 매우 적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여성 언론인도 1960년대부터 등장했기에 여자 대학생이 기자로서 일하는 것이 쉽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본지도 1955년 7월 ‘숙대월보’로 첫 발행을 시작했다. 뒤이어 출범한 ‘동덕학보’와 ‘성신학보’는 각각 1963년과 1965년에 등장해 현재까지 명맥을 이어 나가고 있다.

1950년대 여대생들에게 여대 학보는 꼭 필요한 존재였다. 여대 학보는 구성원을 위해 지식을 제공하고 여론의 장으로 기능하는 유일한 창구였다. 여대생들은 대상화에서 벗어나 그들만의 공간인 학보를 통해 주체적인 목소리를 전했다. 1950년대의 문학, 예술 작품에서 ‘여대생’이란 주제로 많은 이야기가 오갔으나 그들은 작품의 주체가 아닌 대상에 그쳤다. 연남경 이화여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이대학보는 당대 여대생을 향한 부정적이고 왜곡된 인식을 바로잡았다”며 “여성 지식인의 자기 정체화를 시도하는 적극적인 발화의 장이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 또한 “여대 학보는 여성 차별적인 시각과 정면으로 맞서 새로운 여성 의식과 미디어 공공성에 대한 인식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1960년대엔 각종 학생 운동이 일어나며 기성 언론에서도 대학 학보를 주목했으나 여대 학보는 편향된 시선에서 해석되는 경우가 많았다. 기성 언론은 여대 학보 기사 중 연애, 결혼, 유희 등의 단어가 포함된 것을 주로 인용했다. 경향신문이 대학 학보 기사를 소개하는 ‘대학신문가’ 코너는 여자대학과 남녀공학 학보를 바라보는 기성 언론의 편향된 시선을 보여준다. 1963년 4월 17일 해당 코너는 여학생들이 테니스장에서 하이힐을 신어 자국이 생겼단 내용만을 강조해 이대학보 기사를 인용했다. 대학신문 ‘단과대 취직률’, 고대학보 ‘새로운 인간상과 세대교체’ 기사를 인용한 것과는 대비된다. 김 교수는 “당시 기성 언론이 각 학보에서 발췌한 기사를 보면 여대 학보와 여대생에게 부여되던 성 고정관념이 포함된 시각을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대 학보는 언론의 편향된 시선과 달리 학생 운동을 주도하며 사회 변화를 끌어나갔다. 1960년 여대 학보에선 학교 당국의 간섭을 비판하며 검열제를 폐지해야 한단 의견을 표출했다. 1968년 이대학보는 학생운동을 지지하며 학생운동의 배경과 흐름에 관해 설명했다.
 

▲지난 1997년 본지 제939호에 처음 실린 여성면의 모습이다.
▲지난 1997년 본지 제939호에 처음 실린 여성면의 모습이다.

남(男)들과 다른 세상을 보다
일부 여자대학 학보사에선 여성면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현재 전국 여대 학보 13곳 중 본지를 포함한 덕성여대신문, 성신학보 3곳에서 여성면을 찾아볼 수 있다. 본지는 1997년 ‘21세기 여성의 시대를 발 빠르게 준비하고자 여성면을 신설했다’란 공지와 함께 여성면을 도입했다. 덕성여대신문은 2010년에 여성면을 신설했다. 성신학보 또한 여성 의제를 다룰 공간이 부족하단 의견을 수용해 지난해부터 여성면을 새로 만들었다. 본지에 여성면이 만들어진 후 처음 보도된 기사 ‘리더쉽 갖춘 여성 지도자 양성을 특성화로(1997.03.10)’엔 당시 협동과정 수업으로 설치됐던 여성학과 소개와 해당 학과의 교수 인터뷰가 실렸다. ‘종전의 가부장적 역할에서 벗어난 하와이 여성 이민자들(1997.03.10)’엔 이민자 여성들이 남성 중심적 사회에서 생계를 유지하고자 진취적으로 자신의 입지를 다져온 과정이 담겨있다. 덕성여대신문 ‘결혼 문화에 깔린 성차별, 가정 내 여성의 역할 규정해(2023.03.20)’는 가부장적인 의례 준칙을 비판하며 해당 제도를 탈피하는 방법을 다룬다. 성신학보 ‘탈코르셋: 여생을 바꾸다(2022.05.30)’는 사회적으로 강요된 여성의 코르셋을 설명한다. 김 교수는 “여대 학보엔 여전히 여성면이 필요하다”며 “여성면을 통해 여자 대학생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당대를 살아가는 주체로서의 세대 의식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별도의 여성면이 없는 학보사도 학내보도나 여론면을 통해 꾸준히 여성 의제를 다룬다. 여자 대학 중 여성면이 없는 학보사는 이대학보, 서울여대학보, 동덕여대학보를 포함해 총 10개다. 이대학보는 사회이슈, 학술⋅문화면을 활용해 학내 성폭력, 여성으로 보는 조선 문학과 역사 등 여성 관련된 기사를 발행하고 있다. 서울여대학보는 ‘낙태죄 폐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2021.05.09)’란 제목의 사회면 기사를 통해 낙태죄 문제를 여성의 시각에서 다루고 있다. 최근엔 대학보도면에서 래디컬 페미니즘(Radical Feminism) 동아리를 소개하기도 했다. 연 교수는 “이대학보는 기자와 독자가 모두 이화여대 재학생으로 이뤄져 여성면이 없어도 여성적인 시각이 충분히 확보된다”고 설명했다.

여대 학보는 남녀공학 학보에 비해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게 집중하는 보도 경향성을 보인다. 이대학보, 숙대신보와 창간 연도가 비슷한 외대학보와 홍대신문의 2020년부터 2022년까지의 기획 기사를 분석한 결과 여대학보가 남녀공학 학보에 비해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문제를 더 빈번하게 다뤘다. 학내보도와 여론, 인터뷰를 제외한 기사 중 여성, 소수자, 청년, 노동자 등 사회적 소수자를 다룬 기사는 숙대신보 82개, 이대학보 44개, 외대학보 14개, 홍대신문 16개였다. 두 여대 학보가 공통으로 다룬 주제는 장애인, 퀴어 콘텐츠(Queer Contents), 아동 학대였다. 주세린 덕성여대신문 편집장은 “최근 사회 전반에서 소외되는 약자 또는 사회에서 두각을 드러낸 여성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성의 목소리가 계속 빛날 수 있도록
여대 학보사는 독자 감소와 외부로부터의 여성 혐오적 시선을 받는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여대학보를 비롯한 대학 학보는 꾸준히 독자 수가 감소하는 추세다. 주 편집장은 2022년 11월 광운대신문사와의 인터뷰에서 “덕성여대신문의 지면 발생 부수는 2000매인데 절반 이상이 남는 상황이다”며 “인터넷 뉴스 평균 조회수도 100회에서 200회 안팎이다”고 전했다. 본지도 신문을 찾는 독자가 줄어 올해 발행 부수를 3000부에서 2500부로 줄였다. 여전히 여대 학보의 내용을 여성 혐오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경우도 있다. 본지 여성면 기사 ‘페미니즘, 여성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약자를 위한 것(2013.02.27)’엔 ‘페미니즘’이란 단어 사용에 의문을 제기하며 중립적인 표현을 사용할 것을 주장하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또한 기사제보란엔 2022년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서울 주요 4년제 여자 대학에 대한 악의적인 내용이 담긴 글이 지속적으로 올라오기도 했다.

여자대학이 현존하는 이상 여대 학보의 의미는 사라지지 않는다. 남성 중심 사회에서 여대 학보는 여자 대학생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이다. 이전과 다른 여성 중심 문화의 장을 열어가거나 여성 운동을 촉발하기도 한다. 연 교수는 “현재 당면한 빈부격차, 집단 간 갈등, 전쟁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여성적 가치를 기준으로 삼는 것이 중요하다”며 “여성적 가치를 인류의 대안적 가치로 전파하기 위해선 여대 학보가 앞으로 할 일이 많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여대 학보가 미래에도 계속되기 위해선 주 독자층인 여자 대학생의 필요를 충족시켜야 한다. 김 교수는 “1950, 60년대 여자대학 학보에선 해외 여행기, 유학생 수기 등을 다뤄 당시 여대생들이 해외로 진출하고 싶어 하는 욕구를 충족시켰다”며 “그때처럼 지금의 독자들이 원하는 것을 파악해 제공하는 매체가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여대 학보는 여성만을 위한 학보가 아닌 사회의 모든 차별을 철폐하고 평등을 추구한다’ 본지에서 발행한 지난 23년간의 여성면 아카이빙 자료 「신문 속 여백」에 기록된 문장이다. 여대 학보가 1960년대처럼 독자에게 활발히 읽히는 매체가 되려면 공감을 끌어내는 연대의 장으로 발전해야 한다. 김나연 성신학보 편집장은 “먼 미래엔 남녀공학 학보와 여대 학보에서 다루는 기사의 차이가 없어졌으면 좋겠다”며 “그만큼 여성 의제가 더 이상 소수자나 약자의 이야기가 아니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 미래가 오기까지 본지도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다.

참고 문헌
김지윤.(2021).1960년대 여자대학 학보 연구 -<이대학보>, <숙대신보>의 글을 중심으로-.우리어문연구,(70),7-62.
연남경.(2020).1950년대 여성 지식인 담론 연구 -이대학보의 문학 담론을 중심으로.구보학보,(24),335-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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