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칼럼]

오래전 인쇄 기술이 많이 발달하기 전엔 종이 한 글자 한 글자가 매우 중요했다. 고려시대 나라의 어려움을 이겨내고자 인고의 시간 끝에 팔만대장경을 만들어 낸 것처럼. 종교와 학문의 정보는 매우 중요하고 고귀하기까지 한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너무나도 많은 정보 속에 오히려 한 개인은 생각하는 힘을 잃어버리고 있다.

필자는 지하철을 타고 통학한다. 지하철에서 사람들은 늘 핸드폰을 쳐다보고 있다. 그들은 유튜브 쇼츠(Youtube Shorts)나 인스타그램 릴스(Instagram Reels)를 시청하고 있다. 쇼츠와 릴스는 길이가 1분 이하인 짧은 동영상으로, 쇼츠의 경우 다른 영상을 선택하지 않으면 영상이 자동으로 반복 재생된다. 동영상 하나의 길이는 짧지만 한 번 시청을 시작하면 관련된 다른 영상이 제한 없이 나와 사용자가 쉽게 종료하기 힘들다.

쇼츠와 릴스의 위험성은 1분, 바로 그 시간으로부터 나온다고 생각한다. 생산자는 조회 수를 늘리기 위해 1분이란 짧은 시간 안에 시청자의 흥미를 끌어야 하고 상대적으로 많은 내용을 압축해야 한다. 그 이유로 다소 기형적인 미디어가 생산되고 있다. 하나의 주제지만 더 자극적인 방향으로 편향된, 심지어 거짓 정보를 제공하는 영상들도 많다. 또한 쇼츠나 릴스를 통해 시청자가 의도하지 않은 정보를 습득할 수 있어 더욱 큰 문제점이 있다. 사용자는 자신이 습득하고자 하는 정보엔 기본적인 배경지식이 있어 공신력을 변별할 힘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의도하지 않은 정보를 습득할 땐 알게 모르게 잘못된 내용을 접할 수도 있다. 우린 그것이 가짜인지도 모른 채 무의미한 1분을 소비하러 홀연히 떠나버릴 수 있다.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는 건 생각보다 매우 위험하다. 그 위험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곳에서도 도사리고 있다.

우린 숙명이란 이름을 지닌 채 세상에 나온 젊은 지성인이다. 그것은 사회가 부여한 역할이기도 하고 우리 스스로가 선택한 길이기도 하다. 지성인의 삶 앞엔 끊임없는 사회의 문제 제기와 지식 추구의 길이 열려있다. 위험한 1분의 시대 속에서 우리가 걷고 있는 길을 온전히 걷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 시대의 어둠 속 어떤 자세로 지성인의 길을 걸어가야 할지 생각하는 기회가 되길 바라며 딜런 토머스의 시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로 글을 마친다.

Dylan Thomas -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Wild men who caught and sang the sun in flight (열광하는 자들은 날아오는 태양에 사로잡혀 노래했으나) / And learn, too late, they grieved it on its way, (그것은 지는 해를 두고 슬퍼했음을 너무 늦게 깨달았기에) /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어두운 밤을 쉬이 받아들이지 마세요.)”


신소재물리 23 김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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