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 지피티(Chat GPT)와 같은 새로운 인공지능이 하루가 다르게 생겨나고 있다. 쏟아지는 새로운 디지털 기술을 인간은 어떻게 인식하고 활용해야 할까. 앞으로의 미래를 만들어 갈 청년세대는 시대의 새바람을 어떤 자세로 맞이해야 할까. 현대에 꼭 필요한 역량이라는 ‘디지털 역량’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과연 우린 디지털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 알아봤다.


새로운 시대, 강조되는 필수 역량
‘디지털 역량’은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자료를 찾아 새로운 결과물을 도출하거나 문제 해결 도구로 사용하는 능력을 말한다. 이는 기본적인 인터넷 활용을 넘어 전문적인 수준의 자료 분석까지 포괄한다. 지난 2006년 유럽연합(이하 EU)은 평생학습핵심역량 결의안에서 디지털 역량의 개념을 처음 제시했다. EU는 디지털 역량을 ‘일터와 일상에서의 의사소통을 위해 새로운 기술을 자신감 있고 분별력 있게 사용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우리나라에선 디지털 역량’과 ‘디지털 리터러시’의 개념이 혼재하던 지난 2017년부터 해당 논의가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은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의 영역을 ▶디지털 기술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디지털 의식과 태도 ▶디지털 사고능력 ▶디지털 실천 역량으로 구성했다. 연구자에 따라 차이는 존재하나 디지털 리터러시와 디지털 역량은 비슷한 의미로 통용된다.

디지털 역량은 기술 발전과 코로나19로 달라진 일상에 적응하기 위한 필수 역량으로 떠올랐다. 현재 우리 사회엔 비대면 업무가 보편적으로 자리 잡았으며 마케팅, 경제 등의 영역에서 빅데이터가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020년 원격근무를 시행한 기업이 전체의 34.3%라고 밝혔다. 코로나19 이전 집계된 8.3%보다 4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2020년 한국 스타벅스 매출은 자체 앱을 통한 비대면 주문 서비스 ‘사이렌 오더’를 등에 업고 역대 최고인 1조9284억을 기록했다. 이처럼 산업 전반에서의 빠른 변화로 인해 능숙하게 디지털 기술을 다루는 능력은 현대인에게 필수 역량이 됐다.

현재 고용시장은 디지털 역량을 갖춘 인적 자원을 경쟁력 있는 인재라고 판단한다. 특히 청년층에게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고 정보를 분석하는 능력이 중요해진 이유다. 2018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디지털 시대 노동시장에서 보다 높은 임금을 받는 근로자들의 역량 특성을 분석한 보고서’에서 높은 수준의 디지털 활용 기술을 갖춘 근로자가 디지털 시대의 노동시장에서 보다 높은 임금을 받는다고 밝혔다.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라 불리는 청년층 사이에서도 디지털 역량엔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 디지털 네이티브는 1980년부터 2000년 사이에 태어나 디지털 기기에 둘러싸여 자란 세대를 의미한다. 청년 세대는 일상적인 디지털 기기 사용엔 익숙하지만 연령, 거주지, 학력 등의 범위에 따라 전문 프로그램이나 정보 활용 수준이 천차만별이다. 2021년 ‘한국 2030 청년세대의 모바일 정보 활용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청년들의 평균 정보 활용수준은 대졸일수록, 수도권에 거주할수록 정보활용수준이 높았다. 본교 구자황 교양교육연구소장은 “학습 목적으로 정보를 탐색해 문제를 해결하는 영역에선 학생들 간 차이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숙명인, 온라인서 정보 탐색 능해도 의견 표출엔 소극적
그렇다면 본교 학우들의 디지털 역량 수준은 어떨까. 본교 교양교육연구소와 본지는 재학생의 디지털 역량 현황을 알아보기 위해 4월 19일(수)에서 26일(수)까지 585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했다. 해당 설문에선 ▶디지털 정체성 ▶디지털의 기술적 활용 ▶디지털의 균형적 사용 ▶디지털 공감 ▶디지털 소통 ▶디지털 정보 리터러시 ▶디지털 권리와 책임 ▶디지털을 통한 사회적 참여를 기준으로 디지털 역량을 진단했다. 디지털 정체성은 온라인에 남기는 사진, 영상과 같은 콘텐츠에 자신의 취향과 생각을 반영하는 능력, 디지털의 기술적 활용은 앱이나 프로그램, 기기 사용 능력, 디지털의 균형적 사용은 디지털 기기 사용 목적이나 시간을 관리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디지털 공감은 온라인상에서 타인의 입장과 생각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능력, 디지털 소통은 타인과 협업하고 댓글 등을 통해 의견을 주고받는 능력, 디지털 리터러시는 인터넷에서 얻는 정보를 판별하는 능력으로 정의한다. 디지털 권리와 책임은 개인정보 유출, 명예 훼손, 사이버불링 대처법이나 합법적인 저작물 사용법을, 디지털을 통한 사회적 참여는 기부, 모임, 온라인 청원 참여를 비롯한 SNS 활동을 의미한다.

본교 학우들은 디지털 기기나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정보를 분석하는 능력은 뛰어났으나 온라인상에서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는 데엔 비교적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결과 ‘디지털 기술 활용’ 척도는 5점 만점에 평균 4.52점으로 최고점을, ‘디지털을 통한 사회적 참여’는 2.65점을 기록해 최저점을 기록했다. 이어 ‘디지털 정보 리터러시’ 척도는 5점 만점에 평균 4.03점을 기록하며 두 번째로 높은 점수가 나타났다. 설문에 응답한 조예준(생명시스템 18) 학우는 “미국국립생물공학정보센터, 생물학연구정보센터에 접속하거나 구글(Google)에서 논문 인용 횟수나 출처를 확인한 후 전공 관련 자료를 활용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승수(화공생명공학 23) 학우는 “온라인 모임을 만들어 적극적으로 활동하진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자선 단체의 기부 프로그램에 참여한 경험은 있다”고 말했다.

설문에서 학우들은 디지털 역량을 키우기 위해 각종 프로그램 사용법 교육이 필요하단 의견을 내놨다. 디지털 역량 함양을 위한 교육 수요를 묻는 질문에선 영상 제작, 코딩, 통계 분석, 컴퓨터 활용 프로그램이 16.79%(70명)으로 1위를 차지했다. 조 학우는 “기본적인 컴퓨터 기능을 모르는 학우들이 많아 컴퓨터 활용 과목이 정규 교육으로 개설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디지털 기기 보안’이나 ‘디지털 사회 내 혐오 여론을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능력’ 등을 키울 수 있는 교육은 전체의 11.51%(48명)으로 2위를 기록했다. 오 학우는 “출처가 불분명한 정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경우가 많아 정보 신뢰성을 판단하는 방법을 가르쳐줬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 박유나(영어영문 23) 학우는 “챗 지피티(Chat GPT)와 같은 AI를 활용해 자료를 찾고 문제를 해결하는 교육이 열리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직은 현실 미흡해… 열쇠는 디지털 인문학
지자체와 교육기관에서는 디지털 역량을 배양하기 위한 교육 과정을 마련하고 있다. 서울시는 올해부터 청년 구직자들의 디지털 실무교육을 위한 ‘청년취업사관학교’를 조성해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을 주제로 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전국 17개 광역지자체, 226개 기초지자체에선 전 연령층의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해 ‘디지털 배움터’를 운영 중이다. 디지털 배움터에선 메타버스(Metaverse), 인공지능, 빅데이터에 대한 전반적 이해를 돕는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노인과 장애인 등 디지털 약자가 기기를 활용할 수 있도록 안내도 이뤄진다. 본교도 이러한 흐름에 따라 디지털 역량을 지닌 인재를 양성하고자 각종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본교는 2021년 ‘논리적 사고와 소프트웨어’를 필수교양과목으로 신설하고, 올해 기존 필수교양 ‘비판적 사고와 토론’ ‘융합적 사고와 글쓰기’를 통합해 ‘디지털 시대의 사고와 의사소통’을 개설했다. 소프트웨어 교육, 캡스톤 디자인, 해커톤 경진대회 등의 각종 비교과 프로그램 또한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적 논의가 선행되기 전 디지털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윤리적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 2021년엔 딥러닝 기술을 이용해 개발된 ‘AI 챗봇 이루다’가 성희롱과 혐오 발언, 개인정보 유출 문제에 휩싸였다. 온라인상에선 타인을 향한 악성댓글이나 2차 가해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간한 ‘10·29 참사’ 관련 보도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 보고서에 따르면 언론사 기사 댓글을 본 이용자의 84.3%가 혐오·인신공격성 댓글에 ‘심각하다’고 답했다. 네이버(Naver)는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9년부터 악성댓글을 탐지해 차단하는 ‘AI클린봇’을 도입했다. 구 소장은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편리하게 소통할 수 있게 됐지만 이는 이용자 간 오해를 낳고 혐오를 조장하기도 한다”며 “성찰 없는 기술주의를 경계하고 인문학 교육을 장려해야 하는 이유다”고 설명했다.

연령별로 디지털 역량에 차이가 나 일부 연령층이 소외되는 ‘디지털 격차’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디지털재단이 만 19세 이상 5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서울 시민 디지털 역량 실태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의 고령층에서 디지털 격차가 가장 크게 나타났다. 설문 결과 키오스크(Kiosk)를 이용해 본 청년층은 94.1%(3030명)인 반면 고령층은 45.8%(814명)에 불과했다. 고령층은 사용 방법이 어려워 키오스크 이용을 꺼렸다고 답했다.

기술이 바람직하게 발전하기 위해선 인문학 교육과 디지털 역량 교육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세상과 타인을 이해하는 능력인 인문학적 소양을 길러야 기술을 올바른 방향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교양기초교육원은 ‘2022년도 대학 교양기초교육의 표준 모델’ 보고서에서 ‘네트워크와 인공지능이 발달한 현재에 보편적 문해력과 비판적 사고, 공동체 의식과 시민의식 교육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구 소장은 “현대인은 디지털 시대의 변화 속도와 방향을 올바르게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며 “균형 있고 깊이 있게 사고해 글을 이해하는 전통적 리터러시가 우선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故이어령 선생은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한다”는 틀린 질문이라고 말했다. 미래는 인간이 기술을 활용하는 방식에 따라 변화한단 것이다. 앞으로 우리에게 펼쳐질 미래는 예측할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새로운 기술을 어떤 방식으로 활용해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 낼지는 우리에게 달려있다.

참고문헌
이철현, 전종호.(2020).4차 산업혁명 시대의 디지털 역량 탐구.학습자중심교과교육연구,20(14),311-338.
최숙영.(2018).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디지털 역량에 관한 고찰.컴퓨터교육학회 논문지,21(5),2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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