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사이비 포교 실태 上]

지난 3월, 대한민국 *사이비 종교의 실태를 폭로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이 공개돼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방송이 화제를 모으자 곳곳에선 포교 목격담과 경험담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종교마다 포교하는 방식도, 대상도, 장소도 달랐다. 어떤 종교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지만, 또 다른 종교는 ‘젊고’ ‘키가 큰’ ‘여성’을 중심으로 포교했다. 그러나 사이비 종교가 공통으로 주목하는 대상이 있다. 바로 우리 사회 ‘청년’들이다.

대학은 사이비 포교로부터 안전하지 않다. 다큐멘터리의 흥행 이후 인터넷에선 대학별 사이비 종교 동아리 명단이 떠돌아다녔다. 각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정문 앞을 조심하세요’ ‘소모임을 조심하세요’ 등의 경고 글이 심심찮게 발견됐다. 그렇다면 사이비 종교는 지금 이 순간에도 대학가에서 활발히 활동 중일까. 

서울권대학언론연합회 소속 동국대⋅숙명여대⋅한양대 연합취재팀(이하 취재팀)은 대학 내 사이비 포교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지난 4월 3일(월)부터 4월 11일(화)까지 수도권 소재 대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외에도 포교를 경험한 학생, 사이비 종교 단체로 오해받은 동아리, 대학 본부, 총동아리연합회와 이단 종교 전문가 등을 심층 취재했다. 그 결과를 2부에 걸쳐 소개한다. 1부에선 대학 내 사이비 포교 현황과 실태, 2부에선 대학가 포교 원인과 해결책을 제시한다. 본 기사에서 ‘대학 내 포교’는 대학생을 상대로 행해지는 모든 종류의 포교를 통칭한다.


대학서 만난 사이비, ‘이렇게 당했다’ 
연세대 건설환경공학 21학번으로 재학 중인 정경빈 씨는 기독교복음선교회(이하 JMS)에서 약 2년간 활동했다. 처음 사이비 신도를 만난 건 대학에 갓 입학했던 스무 살. 새로운 관계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을 때였다. 새 학기 봄, 그는 등굣길 언덕에서 마주친 한 남성으로부터 길거리 전도를 당했다. 정 씨는 “처음 본 형이 말을 걸며 성경 배워볼 생각이 없냐고 물었다”고 말했다. 그를 따라간 뒤 교주의 존재를 알고 약간의 찝찝함을 느꼈지만, 축구나 댄스 등 일반 대학 동아리와 유사한 활동 덕에 자연스럽게 단체에 녹아들었다. 선생님(교주)을 도와야 한단 말을 듣고 헌금도 했다. JMS가 사이비 종교임을 알게 된 건 군대 휴가 때였다. 자신을 포교한 지인의 고백 덕분이었다. 정 씨는 “열혈 신자가 아니었기에 탈퇴가 쉬웠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동국대 A씨는 지난해 인문독서모임에 가입했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다. 여섯 번가량 모임에 참석하자 구성원들이 ‘나 자신을 알기 위해선 성경 공부가 필요하다’며 권유하기 시작한 것이다. A씨는 “모임엔 대학생부터 직장인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있었다”며 “공부를 시작하기 전이라 그런지 거부 의사를 전하자 더 이상 연락이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성대 B씨는 지난해 5월 연합동아리에 들어갔다가 신천지 신도를 만났다. 신도들은 자신의 소속을 당당히 밝히며 신천지 신문 ‘천지일보’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B씨는 “신천지란 사실을 알게 된 후 당황해 동아리 담당자에게 연락했으나 그 역시 신도였다”며 “사실을 알게 된 즉시 차단했다”고 경험을 공유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과기대 C씨는 홍대입구역 8번 출구에서 사이비 신도를 마주쳤다. 낯선 여성 두 명이 대뜸 C씨에게 다가와 ‘얼굴에 복이 많은 상이다’며 사주 이야기를 꺼냈다. 평소 사주에 관심이 많던 C씨는 근처 패스트푸드점으로 자리를 옮겨 그들과 대화를 나눴다. 그러나 그들에게 들은 것은 ‘운이 오는 길이 막혀 흉이 생기고 있다’ ‘제사를 올려 운길을 터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돌아가신 할머니를 비롯한 가족들이 고통받을 것이다’ 등 다소 공감하기 어려운 말이었다. 직감적으로 이상함을 느낀 C씨는 곧 자리에서 도망쳐 나왔지만, 돌이켜 생각해도 왜 그들을 따라나섰는지 알 수 없었다. C씨는 “그들의 말에 딱히 설득당하지 않았는데도 마치 술에 취한 듯 따라갔다”고 털어놨다.

사이비 포교는 외부인 출입이 금지된 강의실까지 침투했다. 수업 시작 전후로 비교적 한산한 강의실에 홀로 있는 학생을 노렸다. 익명을 요구한 본교 D학우는 오전 수업을 듣기 위해 아침 일찍 강의실에 자리를 잡았다. 이어폰을 꽂고 있던 D학우에게 40대로 추정되는 여성이 말을 걸어왔다. 그는 성경 구절을 소개하고 종교 동아리에 가입할 것을 권유했다. 강의실에 들어온 신원미상의 누군가를 만난 건 D학우뿐만이 아니었다. 설문에서 익명을 요구한 본교 E학우는 “과학관 6층 강의실에 앉아있는데 갑자기 누군가 들어와 성경 이야기를 하며 포교를 시작했다”며 “강의실을 나가려 하자 지옥에 갈 거라며 협박했다”고 답했다.


10명 중 7명 ‘포교 당한 적 있다’

▲대학 내 사이비 포교 실태와 관련한 설문조사 결과다. 설문은 ‘대학 내 사이비 포교가 심각하다고 생각하나요?’ ‘대학 내에서 사이비 포교를 당했거나 목격한 적이 있나요?’를 포함해 9개 질문으로 구성했다.
▲대학 내 사이비 포교 실태와 관련한 설문조사 결과다. 설문은 ‘대학 내 사이비 포교가 심각하다고 생각하나요?’ ‘대학 내에서 사이비 포교를 당했거나 목격한 적이 있나요?’를 포함해 9개 질문으로 구성했다.
▲대학 내 사이비 포교 실태와 관련한 설문조사 결과다. 설문은 ‘대학 내 사이비 포교가 심각하다고 생각하나요?’ ‘대학 내에서 사이비 포교를 당했거나 목격한 적이 있나요?’를 포함해 9개 질문으로 구성했다.
▲대학 내 사이비 포교 실태와 관련한 설문조사 결과다. 설문은 ‘대학 내 사이비 포교가 심각하다고 생각하나요?’ ‘대학 내에서 사이비 포교를 당했거나 목격한 적이 있나요?’를 포함해 9개 질문으로 구성했다.
▲대학 내 사이비 포교 실태와 관련한 설문조사 결과다. 설문은 ‘대학 내 사이비 포교가 심각하다고 생각하나요?’ ‘대학 내에서 사이비 포교를 당했거나 목격한 적이 있나요?’를 포함해 9개 질문으로 구성했다.
▲대학 내 사이비 포교 실태와 관련한 설문조사 결과다. 설문은 ‘대학 내 사이비 포교가 심각하다고 생각하나요?’ ‘대학 내에서 사이비 포교를 당했거나 목격한 적이 있나요?’를 포함해 9개 질문으로 구성했다.

취재팀이 수도권 소재 대학생 10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59.2%(63명)가 ‘대학 내 사이비 포교활동이 심각하다’고 응답했다.(신뢰도 90%, 오차범위 7.96%p) 포교활동을 당하거나 목격한 학생은 71.7%(76명)에 달했다. 설문에서 익명을 요구한 본교 F학우는 “입학 전 두 번 학교에 방문했는데 신도만 다섯 차례 만났다”고 말했다. 설문에서 익명을 요구한 연세대 G씨는 "교정에서 학생을 따라다니며 포교하는 사람이 늘었다"며 “여러 대학이 모인 신촌이 사이비 포교의 주요 활동지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단종교전문가 탁지일 부산장신대 교수는 “종교의 자유가 폭넓게 허용되는 캠퍼스는 포교에 최적화된 장소다”고 말했다. 

대학생이 가장 많이 경험한 사이비 포교 수법은 ‘대화 시도’로 드러났다. 응답자 76명 중 78.9%(60명)가 해당 수법으로 포교를 당했다. 신도들은 길거리에서 설문조사를 요청하거나 무료 심리검사를 권유하는 등 학생들에게 접근했다. 주된 포교 장소는 학교나 역 근처, 길거리 등 유동 인구가 많은 곳이었다. 설문에서 익명을 요구한 동국대 H씨는 “충무로역으로 걸어가는 동안 포교 집단에 세 번이나 붙잡혔다”고 답했다. 본교의 경우 제1캠퍼스 정문 앞, 순헌관 근처 벤치, 순헌관 1층, 제2캠퍼스 프라임관 앞, 중앙도서관 앞이 언급됐다. 설문에서 익명을 요구한 본교 I학우는 “교내 벤치에 앉아 있었는데 대뜸 한 여성이 자신이 유아교육과라며 접근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본교엔 유아교육과가 존재하지 않는다.

소모임과 동아리로 위장해 포교하는 사례도 있었다. 설문에서 9.21%(7명)가 해당 방법으로 사이비와 접촉했다고 답했다. 대학생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캠퍼스픽 등에서 학생을 모집한 뒤 여러 차례 만나며 교리 공부, 성경 세미나 등을 권유하는 식이었다. 취재 결과 사이비 종교와 연관됐다고 지목된 동아리 분야는 유기 동물 봉사, 맛집 탐방, 심리상담, 모델, 댄스, 여행, 축구 등으로 다양했다. 1980년대 JMS 신도였던 정이신 목사는 “사이비 종교 단체는 처음엔 대부분 정체를 숨긴다”며 “대학생이 관심을 가질만한 다양한 분야의 활동으로 욕구와 흥미를 충족시켜 천천히 사이비로 젖어 들게끔 유도한다”고 설명했다. SNS에 퍼진 대학별 사이비 종교 동아리 명단을 취재팀이 확인한 결과, 명단에 포함된 본교 동아리 ‘댄스댄스’는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사이비 종교로 추정되는 연합동아리 네 곳에 접촉을 시도했으나 모두 연락이 닿지 않았다.


피해 계속되지만…안전장치 ‘제로’ 
소모임, 동아리를 통한 사이비 포교 사례가 알려지자 일부 동아리는 오해에 휩싸이기도 했다. 지난 3월 본교 에브리타임엔 사이비 종교 동아리와 일반 동아리를 구별하는 방법을 정리한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에 따르면 사이비 종교 단체는 모집공고에 임원진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전화번호가 아닌 오픈 채팅으로 지원받는다. 당시 신입 부원을 모집하던 본교 영화 동아리 ‘씬숙틸러’는 오해를 우려해 사이비 종교 단체가 아니란 해명 댓글을 올렸다. 강지연(한국어문 19) 씬숙틸러 부회장은 “모집 공고에 임원진 정보를 적지 않아 사이비로 오해받을까 걱정됐다”며 “임원진 실명과 연락처를 포함해 해명 글을 작성했다”고 말했다. 동국대 가톨릭동아리 ‘토마스아퀴나스’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토마스아퀴나스는 3월 JMS와 연관됐다는 의혹을 받고 에브리타임에 해명 글을 올렸다. 상명대 가톨릭학생회 ‘루시아’는 악성댓글의 피해자가 됐다. 과거 루시아의 회장이자 현재 부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변성균 씨는 “동아리가 종교와 관련 있단 이유만으로 일부 학우들로부터 공격적인 댓글을 받은 적 있다”며 “어떻게 하면 종교를 향한 무차별적 오해를 풀 수 있을지 답답한 심정이다”고 토로했다. 

사이비 종교에 무방비로 노출된 학생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올해 본교에 입학한 이연수(컴퓨터과학 23) 학우는 최근 한 동아리에 지원하려다 포기했다. 학기 시작 후 교내에서 졸업생 신분을 위장해 포교하는 신도를 만났기 때문이다. 며칠 뒤 에브리타임에서 ‘유기견 보호 동아리로 위장한 사이비 종교 단체를 주의하라’는 경고 어린 폭로 글을 접하고는 더욱 경계심이 높아졌다. 이 학우는 “가입하려고 했던 동아리 홍보 글을 자세히 읽어보니 활동 장소가 뚜렷하지 않고 주로 번개모임이 이뤄진단 설명이 의심스러웠다”며 “임원진의 전화번호가 적혀있지 않은 데다 합불 여부를 전화로 통보한단 부분을 읽고는 두려움마저 느꼈다”고 털어놨다. 이 학우는 “평소라면 아무 의심 없이 지원했을 테지만 걷잡을 수 없이 의심이 커져 결국 지원을 그만뒀다”고 말했다. 실제로 익명을 요구한 동국대 가톨릭동아리 토마스아퀴나스 회장은 “신입 부원에게서 사이비인 줄 알고 들어오기 무서웠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고 말했다. 


대학가에 사이비 포교가 확산하고 있지만 학생들을 보호할 안전장치는 마련돼 있지 않다. 사이비를 목격했으니 조심하란 이야기가 학생들 사이에서 괴담처럼 떠돌 뿐이다. 익명을 요구한 성균관대 가톨릭동아리 ‘반촌’ 회장은 “온라인 커뮤니티로 교내·외 단체 홍보가 자유롭게 이뤄져 학생들이 사이비를 구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정이신 목사는 “사이비 종교는 누구나 갖고 있는 왜곡된 욕망을 건드리기에 완전히 뿌리 뽑기 어렵다”며 “피해자의 숫자를 줄일 수 있을 뿐이다”고 설명했다. <[대학가 사이비 포교 실태 下]에서 이어집니다>

*사이비(似而非): ‘겉으론 비슷하나 속은 완전히 다른 것’을 뜻함. 사이비 종교는 반사회적 행위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가짜 종교를 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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