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청년세대의 노동시장 입성과 코로나19의 확산이 해당 변화의 주요 요인이다. 지난해 11월 첫 방영된 예능 SNL 코리아 시즌3 ‘MZ 오피스’엔 기존의 업무 관행을 따르지 않는 사회초년생 캐릭터가 등장했다. 해당 캐릭터는 식사 자리에서 수저를 준비하지 않거나 이어폰을 꽂고 일하는 등 관례에 벗어나는 행동으로 상사와 갈등을 빚는 모습을 연출했다. 사회에 갓 진출한 2030 청년은 과거 세대와는 또 다른 모습으로 기업 문화를 바꾸고 있다. 코로나19는 그 변화를 가속했다. 이렇듯 기업 문화가 급격하게 바뀌는 양상을 ‘오피스 빅뱅(Office Bigbang)’이라 한다.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우주를 형성한 빅뱅에서 유래한 용어다. 


노동 문화에 일어난 빅뱅
기업 문화의 폭발적 변화인 ‘오피스 빅뱅’은 코로나19 확산으로 본격화됐다. 과거 노동은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정형화된 방식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비대면 소통 확산, 개인의 자유 시간 확대, 디지털 플랫폼 발전 등의 변화가 일어나자 일을 마주하는 근본적인 가치관이 달라졌다.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과거엔 직업을 선택할 때 높은 임금이나 안정성을 고려했다”며 “지금은 개인의 발전 가능성이나 워라밸(Work-life Balance) 등 개인의 생활을 확보할 수 있는 직종을 선택하는 경향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오피스 빅뱅이란 용어를 최초 제안한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지난해 10월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오피스 빅뱅의 원인에 대해 ‘젊은 세대가 회사에 진입하고, 코로나19로 재택근무를 경험하면서 기존의 업무 관행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과거에도 기업 문화가 변하기도 했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탄생 및 발전한 문화는 기업 문화를 더욱 빠르게 바꿨다”고 설명했다.

유연한 조직 문화를 추구하는 청년세대가 사회에 진출한 것도 원인 중 하나다. 기업은 인력 유출을 최소화해야 해 청년세대가 원하는 방향으로 근로조건을 수정한다. 일례로 재능마켓 플랫폼 ‘크몽(Kmong)’은 근무 시간을 단축해 주 35시간제를 시행하고 있다. 김 실장은 “최근 업무 처리 방식이나 공간의 자율화 등 실질적인 업무 진행 과정이 수평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가전기업 ‘코웨이(Coway)’는 지난 2017년부터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구축하기 위해 내부 직원 전원에게 ‘~님’이란 호칭을 사용하고 있다. 2020년부터 국민은행은 하나의 프로젝트 조직에 기획, 개발, 운영 전문가를 모두 포함하기 시작했다. 해당 조직은 직원 사이 유연하고 빠른 논의를 추구한다.

일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는 개인의 활발한 이직 및 퇴직으로 이어졌다. 대면과 비대면을 모두 경험한 청년세대는 조직의 성장보다 개인의 이익과 자율성을 우선시하는 가치관을 정립했다. 지난해 KBS에서 진행한 ‘청년층 퇴사에 대한 인식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2년에 자발적 퇴사를 경험한 2030 세대의 퇴사 이유는 ▶낮은 보수(38%) ▶낮은 업무 만족도(25%) ▶개인의 성장 가능성 부족(22.5%) ▶열악한 근무 환경(22.5%)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기 퇴사 비율도 높아졌다. ‘구인 플랫폼 ‘사람인’이 기업 1124곳을 대상으로 조기 퇴사 현황에 대해 조사한 결과, 2022년 기준 입사한 지 1년 만에 퇴사한 직원이 존재하는 회사는 84.7%(약 952곳)에 달했다. 전체 신규 입사 직원 대비 조기 퇴사자의 비율은 기업 평균 28.7%였다. 

변화에 대한 청년세대와 기성세대의 생각은
오피스 빅뱅으로 인한 변화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이직과 퇴사가 증가하는 이유’에 대해 본지와 인터뷰한 2030 청년세대는 회사 내에서의 성장보단 개인의 목표 달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라 답했다. GS SHOP에서 생방송 운영 PD로 근무하는 강도균(31) 씨는 “회사 내 출세가 개인의 성공을 의미하진 않는다”며 “회사 밖에 더 많은 기회가 있는데 굳이 회사에 충성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반면 4060 기성세대 김경미(58) 씨는 “퇴사를 결정했단 건 직장이 그들에게 만족스럽지 않았단 뜻이다”며 “조직문화가 청년세대 근로자의 요구에 맞게 변화돼야 할 시점임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재택근무, 프리랜서 등 ‘다양한 근무 형태에 대한 선호’를 묻자 청년세대는 유연한 근무가 큰 장점이라 대답했다. SPC 라그릴리아 스태프로 일하는 김효빈(25) 씨는 “수직적인 직장 구조로 인해 비효율적인 업무 처리와 부조리한 문화가 발생할 수 있다”며 “프리랜서는 해당 조직에 억눌려 있지 않고 재택근무 등 유연한 근무 방식으로 능력을 효과적으로 발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김경미 씨는 자율성을 띠는 직종이 낯설단 의견이다. 그는 “해당 변화를 적극적으로 이해하진 못하겠다”며 “젊은 세대가 구속되지 않은 삶을 좋아하기 때문일 것이다”고 추측했다.

‘청년세대는 받은 만큼만 일한다’는 세간의 논란에 대해 청년세대와 기성세대는 상이한 의견을 드러냈다. 강 씨는 “이전 세대에 비해 청년세대는 확실히 받은 만큼만 일하고자 하는 태도가 더욱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김효빈 씨는 “받은 것보다 더 많이 일하고 싶은 사람은 없다”며 “근로자라면 이런 생각이 드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김경미 씨는 “업무를 질적, 양적으로 측량해 그에 맞는 보수를 산정할 수 없으니 정확히 받는 만큼만 일을 할 수 없다”며 해당 태도의 모순을 지적했다. 

행복한 노동 사회를 향해
근로자는 기성세대와 청년세대를 막론하고 유연한 근무 환경과 수평적인 조직 구조를 바란다. 2021년 12월 구인 플랫폼 사람인이 2030세대를 대상으로 ‘직장에서 가장 얻고 싶은 것’에 대해 조사했을 때 직무 경험, 즉 전문성이 51.4%로 1위를 차지했다. 급여(21.8%)와 본인의 성장 및 성취감 경험(13.1%)이 뒤를 이었다.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기성세대는 기업이 변화를 인정하기 바란다고 답했다. 김경미 씨는 “과거의 조직 문화는 개인과 가정보다 일과 조직을 우선시하던 기성세대가 만든 것이다”며 “미래의 조직 문화는 회사의 주축이 될 청년세대의 가치관에 맞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오피스 빅뱅이 더 나은 노동 문화로 정착하기 위해선 ‘세대 간 화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청년세대와 기성세대는 각자 느낀 어릴 적 사회 분위기와 노동 시장 입성 당시 조직 분위기가 다르다. 김 실장은 “세대별로 성장 환경이 다르니 가치관과 업무 방식에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모두가 함께 일하는 노동시장에선 세대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서로를 이해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정부 또한 근로자가 자율성을 보장받으며 일할 수 있는 제도를 구축해야 한다. 2021년 주 52시간제가 도입되며 일의 특성에 따라 업무 시간을 탄력적으로 배분하는 유연근무제가 도입됐다. 유연근무제의 대표적인 유형으로 ‘탄력적 시간 근로제’가 있다. 해당 제도는 근로자의 특정 주 근무 시간이 늘어나면 다른 주의 근로 시간을 줄여 총 근로 시간을 법정근로시간에 맞추게 한다. 올해 고용노동부는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근로 시간을 단축하는 등 근로자의 퇴사를 방지하는 ‘고용안정장려금 정책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해당 제도는 정부가 기업에게 지원금을 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오피스 빅뱅(Office Bigbang)으로 개인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수평적인 기업 문화가 조성되고 있다. 이를 통해 노동 시장 전반에 합리적인 업무 방식을 확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새로운 문화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개인과 개인 혹은 개인과 사회 사이에 이견이 존재할 수 있다”며 “각 세대와 기업 사이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서로 보듬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연한 조직 문화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청년세대와 기성세대 모두 소외되지 않길 바란다.

저작권자 © 숙대신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