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파동 사진관]

적막한 풍경은 되려 소리를 낸다. 오랜 고향의 정경도 그러하다. 그곳에선 해가 넘어가면 세상이 숨죽이는 소리가 금세 들려온다. 집집을 가르는 돌담 밑으로 풀벌레들이 작게 씨근거리고 그 위를 바람이 사붓이 돌아다닌다. 간간이 피어있는 가택의 불빛에선 희미한 인기척이 들썩거린다. 저물어 가는 풍경을 뒤로 한 채 수다스러운 고요가 내려앉는다. 그렇게 영원히 즐겁고 평안하리라던 마을의 밤이 찾아온다.

한국어문 21 김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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