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미래 위협하는 인구 위기
인구 위기 가속하는 저출생… 원인은 복합적
정책 도입보단 인식 개선이 먼저

‘인구절벽’ ‘0.78명’ ‘세계 꼴찌 출산율’ ‘지방소멸’. 최근 뉴스만 틀었다 하면 연일 쏟아지는 표현이다. 우리나라 인구는 지난 2020년부터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016년 통계청이 예상한 총인구 감소 시점인 2032년보다 10년이나 앞당겨졌다. 한 발만 뻗어도 떨어질 것 같은 인구 낭떠러지에서, 우리 사회의 미래라 불리는 청년은 어디로 가야 할까.


인구절벽의 끝에서 한국을 보다
현재 우리나라는 인구절벽에 서 있다. 인구절벽이란 용어는 미국의 경제학자인 해리 던트(Harry Dent)의 저서 「The Demographic Cliff」에서 처음 사용됐다. 사망자 수보다 출생아 수가 적어 인구가 감소하는 현상을 ‘자연 감소’라고 한다. 국내 총인구는 지난 2020년 5184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자연 감소세에 접어들었다.

인구 감소는 경제 성장을 저해하고 빈부 격차를 심화한다. 인구 감소는 곧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를 말한다. 생산가능인구란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나이로, 만 15세 이상에서 65세 이하까지다. 지난해 7월 기준 우리나라 생산가능인구는 3637만 2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70%다. 통계청에선 오는 2050년 2418만 9000명까지 감소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경제 성장을 위해선 ‘인구’와 ‘자본’이 필수다. 인구는 노동력을 공급하는 동시에 제품을 소비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구가 감소하면 공급과 수요가 동시에 줄어들어 경제 성장이 더뎌진다. 그뿐만 아니다. 인구가 감소하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경쟁력 차이도 심해진다. 이상림 한국보건연구원 연구위원은 “좋은 직장이 더 좋아지고, 나쁜 직장이 더 나빠지는 격차가 벌어지는 게 가장 큰 문제다”고 지적했다. 대기업은 로봇이나 자동화 기술을 도입해 줄어든 노동력을 상쇄할 수 있다. 그러나 영세기업들은 열악한 자본으로 인해 생산성을 높이기 어려워 시장에서 도태될 위험이 있다.

▲제20대 대통령선거 연령대별 선거인 수를 나타낸 그래프다.
▲제20대 대통령선거 연령대별 선거인 수를 나타낸 그래프다.

청년 인구의 감소는 곧 청년 유권자의 권리의 감소로 이어진다. ‘청년정책 기본법’에 따르면 청년의 연령 기준은 만 19세부터 34세까지다. 올해 국내 청년 인구는 1017만 3298명으로, 전체 인구 5142만 1479명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9.9%다. 제20대 대통령선거의 *선거인 수만 봐도 40대가 18.5%, 50대가 19.5%로 가장 많다. 이에 반해 20대는 14.9%, 30대는 15.1%에 그친다. 인구학자들은 기성세대만을 위한 정책 개혁이 이뤄질 것을 우려한다. 이 위원은 “현재 정책에 관여하는 전문가, 고용주, 공무원은 대부분 50대다”며 “그들이 20대 청년을 위한 정책을 만들 확률은 낮다”고 설명했다.

청년 인구 감소는 학령인구의 감소와도 맞닿아있다. 2000년 1138만 명에 달했던 학령 인구는 2020년 789만 명으로 감소했다. 학령인구는 만 6세부터 21세까지다. 감소세를 유지한다면 학교는 정상적인 학사 운영이 어려워져 대규모 폐교 또는 통폐합을 피할 수 없다. 대학알리미의 ‘2022학년도 신입생 충원율’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신입생 충원율 100%를 달성한 대학은 국내 4년제 일반 대학 187곳 중 39곳에 불과했다. 고학력 인구도 부족해진다. 2001년 이후 저출생 현상이 심화하며 고학력 과학기술 인력을 양성하는 이공계 일반대학원이 지속적으로 학생 수 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 이공계 일반대학원 학생 수는 최근 3년간 증가했으나, 학령인구 감소의 영향으로 2050년 전후 현재 규모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2050년엔 20개 대학만 이공계 일반대학원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저출생, 정말 여성 때문일까
인구가 줄어드는 핵심적인 이유는 ‘저출생’이다. 2022년 기준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2013년부터 OECD 38개 회원국 중 꼴찌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2015년 1.24명을 기록한 뒤 꾸준히 감소해왔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 합계출산율이 1명에 미치지 못하는 유일한 국가가 됐다.

▲2015년부터 2022년까지의 국내 합계출산율 추이를 나타낸 그래프다.
▲2015년부터 2022년까지의 국내 합계출산율 추이를 나타낸 그래프다.

저출생의 원인은 다양하다. 전문가들은 ▶주거 및 일자리 불안정 ▶여성의 일·가정 양립 곤란 ▶경력 단절을 대표적 원인으로 지적한다. 경제적 기반이 마련되지 않은 청년은 결혼과 출산을 망설일 수밖에 없다. 정단비 청년정책조정위원회 민간위원은 “양질의 일자리가 수도권에 몰려있지만 현재 집값으론 청년들이 온전한 집을 살 수 없다”며 “집을 구하지 못한 청년은 자연스럽게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여성들이 일과 가정의 균형을 맞추기 어려운 현실도 영향을 미친다. 권정현 아시아여성연구원 연구교수는 “가사, 출산 및 자녀 양육, 가족원 돌봄에 대한 책임이 여전히 여성에게 전가되고 있다”며 “일과 가정에 대한 이중 부담, 여성 근로자는 조직에 헌신할 수 없단 고정관념이 출산을 기피하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출산한 여성이 직장에 돌아오기도 쉽지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25~29세에 70.9%이던 우리나라 여성 고용률은 35~39세에 57.5%로 13.4%p 급락한다. 25~29세 여성 고용률은 OECD 평균(67.7%)보다 3.2%p 높지만 35~39세 여성 고용률은 OECD 평균(68.9%)보다 11.4%p 낮다. 이 위원은 “2000년대 이후 여성들의 고학력화와 전문화가 진행됐지만 사회는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 OECD 주요국의 출생아 100명 당 육아휴직 사용자 수를 나타낸 그래프다.
▲ OECD 주요국의 출생아 100명 당 육아휴직 사용자 수를 나타낸 그래프다.

정부는 2005년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출범해 저출생에 대응하고 있다. 2006년 ‘제1차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시작으로 2021년엔 ‘제4차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까지 발표됐다. 해당 계획에 따르면 2022년 출생아부터 매월 30만원의 영아 수당을 지급한다. 영아 수당은 2025년까지 월 50만원 목표로 단계적으로 인상될 예정이다. 출산 시 초기 육아 비용 200만원을 주고 1세 미만 자녀를 둔 부부가 모두 육아휴직을 사용할 경우 각각 최대 월 300만원을 지급하는 ‘3+3 육아휴직제’도 도입된다. 국공립 어린이집 역시 확충해 공공보육이용률을 현행 37%에서 2027년까지 50%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 2월엔 육아휴직 기간을 1년에서 1년 6개월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다.

숫자 아닌 사람에 집중하라
그러나 저출생은 단순한 현금성 지원 사업으로 해결할 수 없다. 여러 사회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있기 때문이다. 이 위원은 “개별 단위로 집행되는 현금 지원은 지속 불가능해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정 민간위원은 “영아부터 유아기까지의 현금 지원은 일시적인 방편이다”고 말했다. 현금성 정책을 늘리기보단 현행 정책이 사회 전반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꾸준한 검토가 필요하다. 권 연구교수는 “저출생 대응 정책은 여성이 임신, 출산, 양육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다”며 “혜택이 비정규직이나 소규모 사업자에게도 돌아갈 수 있도록 수혜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 노동자 유입도 인구 위기의 대책 중 하나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인구 감소 양상을 보이는 싱가포르에선 이민과 노동자 체류를 적극 수용하고 있다. 한 아이가 태어나서 생산가능인구로 자라기까진 약 20년이란 긴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2020년 기준 싱가포르의 출산율은 1.1명으로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싱가포르가 우리나라처럼 극단적인 인구 위기엔 직면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적극적인 이민 정책을 전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0년 기준 싱가포르의 전체 인구 564만명 중 절반에 가까운 209만명은 장기 거주 중인 외국인이다. 그러나 동일 연도 기준 국내 장기체류외국인 수는 전체 인구 5182만 9023명 중 약 3.1%(161만 323명)에 그쳤다.

인구 위기 해결을 위해선 사회 구성원의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 먼저 여성들이 직장생활과 양육을 동시에 영위할 수 있도록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2020년 기준 OECD 상위 19개국에선 출생아 100명 당 여성 118.2명, 남성 43.4명이 육아휴직을 사용한 반면 우리나라는 여성 21.4명, 남성 1.3명에 그쳤다. 권 연구교수는 “아직 우리나라엔 출산휴가, 육아휴직과 같은 제도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정착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민자 수용도 완전한 해결책은 아니다. 이민으로 받아들이는 노동자가 대부분 ‘저숙련 단순 노동력’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우리나라에서 일할 수 있는 분야가 일부 업종에 한정돼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외국인 노동자의 비전문 취업을 허용하는 기업의 종류는 300인 미만 혹은 자본금 80억 원 이하의 중소 제조업, 농·축산·어업, 건설업, 건설폐기물 처리업과 같은 일부 서비스업이다.


인구 위기를 단번에 해결할 ‘특단의 조치’란 없다. 인구 위기 해결을 위해서 어느 한 주체에게 책임을 전가해선 안 된다. 이상림 한국보건연구원 연구위원은 “인구 위기는 청년의 시선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뉴스나 신문 기사에 나오는 기성세대의 의견에 휘둘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단비 청년정책조정위원회 민간위원 또한 “청년들이 정책에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며 “앞으로 사회의 주인공은 청년이기에 보다 당당해졌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20대 청년들이 미래를 그릴 때 더 다양한 선택지가 마련될 수 있도록 정부, 지자체, 기업, 개인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선거인: 선거권을 가진 사람. 유권자를 뜻함.
**합계출산율: 가임기 여성 한 명이 낳을 것으로 추정되는 출생아 수를 뜻함.

참고 문헌
박준우, 여찬구. (2021).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인구절벽의 경제적 영향 및 대응방안에 관한 연구: 해외 주요 사례를 중심으로. 기업과혁신연구, 44(4), 261-280.
윤옥경, 이유진. (2018). 인구절벽 시대의 위기청소년 정책 현황과 과제. 소년보호연구, 31(3), 32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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