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좋아한다면 누구나 아이템을 결제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 ‘2020 게임이용자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만 10세부터 65세 인구의 70.5%(3084명)가 게임을 한다. 게임을 즐기는 이들 사이에서 ‘현질’은 필수 요소다. 명지연(IT공학 18) 학우는 “패키지 게임 판매 플랫폼 ‘스팀(Steam)’에서 지금까지 120만 원을 썼다”고 말했다. 현질은 현금의 ‘현’과 행위를 나타내는 접미사 ‘-질’이 합쳐진 신조어로 게임에 돈을 지불하는 행위를 뜻한다. 모바일 게임부터 PC 게임까지 최근엔 현질 없는 게임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현질 문화의 양상과 발전 방향성을 살펴보자.


오락실 게임기, 휴대폰에 들어오다 
현질은 게임 자체, 게임 내 아이템, 게임을 위한 기구를 사는 것을 포함한다. 게임을 위한 기구는 닌텐도(Nintendo), 플레이스테이션(Playstation), 엑스박스(Xbox)가 있다. 현질은 주로 이용자가 아이템을 획득하거나 시간을 단축해 경험치와 *스탯(Stats)을 올리는 용도로 사용된다. 현질은 다른 이용자와 경쟁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다. 게임 업계에선 현질 대신 ‘납금플레이’나 ‘과금’이란 용어도 사용한다. 이는 사용료를 위해 돈을 지불하는 것으로 현질과 비슷한 의미를 지닌다.

현질의 개념은 1980년대부터 등장했다. 당시 사람들은 오락기에 동전을 넣는 방식으로 현질을 했다.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가정에 컴퓨터가 보급되며 현질은 더욱 활성화됐다. 사람들은 게임용 소프트웨어를 구매해 게임을 즐겼다. ‘마그나복스 오디세이’와 같은 게임용 기기를 별도로 구입하는 이들도 증가했다. 2010년대부턴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부분유료화(Free to Play) 서비스가 본격화됐다. 부분유료화는 게임 자체를 무료로 제공하되 게임 내 기능과 아이템을 유료로 판매하는 제도다. 대표적인 모바일 게임 ‘캔디크러시사가’와 ‘루미큐브’는 부분유료화 게임이다. 해당 게임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지만 진행에 도움이 되는 단서를 얻기 위해선 결제를 해야 한다.

현재 부분유료화는 가장 보편적인 현질 방식이다. 모바일 시장 분석 앱 애니에 따르면 2021년 전체 모바일 게임 시장 수익의 95%가 부분유료화 모델을 통해 거둬들인 금액이다. 부분유료화가 활발하게 자리 잡자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 활발히 운영됐던 월정액 결제 방식은 쇠퇴했다. 부분유료화 게임에서 이용자들은 확률형 아이템을 뽑을 수 있다. 확률형 아이템은 게임사가 정한 확률에 따라 획득할 수 있는 아이템을 의미한다. 아이템은 게임 내에서 캐릭터를 강화하거나 꾸미는 데 사용된다. 리듬 게임 ‘뱅드림’ 이용자들은 캐릭터 능력치를 높이기 위해 확률형 아이템을 뽑는다.

▲모바일 게임 ‘뱅드림’의 뽑기 창이다. (사진 출처=부시로드)
▲모바일 게임 ‘뱅드림’의 뽑기 창이다. (사진 출처=부시로드)
▲모바일 게임 ‘캔디크러시사가’에서 확인할 수 있는 유료 결제창이다. (사진 출처=킹닷컴)
▲모바일 게임 ‘캔디크러시사가’에서 확인할 수 있는 유료 결제창이다. (사진 출처=킹닷컴)

즐거움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
게임사는 매출을 늘리기 위해 부분유료화 제도를 도입한다. 해당 제도 아래에서 사용자들은 클릭 한 번으로 앱 안에서 빠르고 쉽게 결제할 수 있다. 결제 금액은 게임사 매출에 즉각적으로 반영된다. 부분유료화 서비스는 특히 모바일 게임에서 성행 중이다. 2020년 게임 매체 게임즈인더스트리는 부분유료화 게임 중 74%가 모바일 게임이란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은나래(중어중문 23) 학우는 “부분유료제 특성상 돈을 쓴다는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용자가 현질에 빠져드는 이유는 다양하다. 이용자들은 신체적 한계 극복, 원활한 서버 이용, 존재감 과시 등을 목적으로 돈을 지불한다. 출시 초반부터 게임에 참여한 이용자들은 체력으로 도달할 수 없는 간극을 현질로 채운다. 이경혁 게임 평론가는 “눈과 손이 느려진 40~50대 플레이어는 현질로 부족한 실력을 보완한다”고 설명했다. 20대 이용자들도 여러 이유로 게임에 돈을 지불한다. 명 학우는 “양질의 서비스를 계속해서 제공해달란 취지로 ‘서버비’를 낸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서버는 게임 운용을 원활하게 해주는 인터넷상의 프로그램이다.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가상 공간의 아이템을 사기도 한다. PC 게임과 모바일 게임에 한 달에 약 8만 원까지 써본 한지수(컴퓨터과학 21) 학우는 “‘로스트아크’란 PC 게임에서 아바타를 예쁘게 꾸미기 위해 현질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게임사들은 아이템이 나올 확률을 거짓 기재하거나 아이템을 계속 추가해 현질을 부추긴다. 2021년 넥슨의 ‘메이플스토리’와 엔씨소프트의 ‘리지니m’은 아이템 뽑기 확률을 실제보다 높게 기재해 논란에 휩싸였다. 해당 사실이 알려지자 이용자들은 투명한 확률 공개를 요구하며 트럭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잦은 업데이트는 게임 이용자가 지속해서 돈을 쓰게 만든다. 2020년 넥슨은 '피파온라인4'에서 새 선수팩이 추가된 지 한 달 만에 또 다른 선수팩을 출시해 지나치게 현질을 유도한단 비판을 받았다.

확률 게임을 대신할 새로운 흐름
최근엔 부분유료화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새로운 형태의 게임도 등장했다. 지난 1월 넥슨은 확률형 아이템 뽑기가 없는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를 출시했다. 지난 1월 출시된 그라비티의 3D 다중 접속 역할수행 게임(MMORPG) ‘라그나로크X: 넥스트 제너레이션’도 확률형 아이템 없이 운영된다. 구독형 결제 서비스도 확대하고 있다. 결제를 지속적으로 유도하는 부분유료화와 달리 해당 서비스는 매달 일정한 금액만 지불하면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소니는 지난해 5월 약 1만 2000원 정도를 내고 400개 이상의 게임을 할 수 있는 구독 상품을 출시했다. 이정엽 순천향대 한국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북미, 유럽 등에선 게임에서 이기기 위해 돈을 지불하는 부분유료화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기도 한다”며 “최근 부분유료화의 문제점이 부각되자 적은 돈을 내고도 즐길 수 있는 패키지나 구독형 게임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질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자 지난달엔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안에 따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게임을 제공하는 업체는 아이템 확률 정보를 반드시 공개해야 한다. 이 평론가는 “확률형 아이템은 과도한 소비를 조장해 도박과 유사한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며 가벼운 금액으로 만족감을 주는 게임도 있으니 본인의 소득 수준에 맞게 돈을 지불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현질은 약간의 금액만으로 이용자에게 즐거움을 안겨준다. 그러나 과도하게 몰입할 경우 중독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이경혁 게임 평론가는 “현질은 이용자에게 재미와 불쾌감을 동시에 줄 수 있어 양면성을 지닌다”며 “게임 산업에 대한 총체적 이해를 바탕으로 현질을 활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앞으로 더 많은 소비자가 현질을 올바른 시각으로 바라보며 게임을 즐기길 바란다.

*스탯: 롤플레잉 게임을 비롯한 다수의 비디오 게임에서, 사용자의 능력 수준을 숫자로서 가시화하는 체계임. 통계를 뜻하는 영단어 Statistics의 약자 Stats를 표기하는 데서 유래함.

참고문헌
한국콘텐츠진흥원 정책본부, 「대한민국 게임백서 2018」, 한국콘텐츠진흥원, 2018
한국콘텐츠진흥원 정책본부, 「대한민국 게임백서 2022」, 한국콘텐츠진흥원, 2022
이경혁, 「현질의 탄생」, 이상북스, 2022
이정엽.(2022). ‘현질’은 어떻게 플레이가 되는가: 핵납금 게임 플레이어 심층인터뷰를 중심으로. 한국방송학회. 

저작권자 © 숙대신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