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숙케치

지난 2022년에서 2023년은 내게도, 그리고 세상에도 전환의 시기였다. 그러나 빠른 변화 앞에서 때론 머뭇거리기도 했다. 퇴사 후 멀리 떠나고 싶었지만 왠지 우리나라 밖으로 나가는 게 두려웠다. 그러다 복학 신청을 앞두고 문득 더 나아가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필자와 같이 필자는 친구에게 대만 여행을 제안했다. 새로운 시작을 앞둔 친구와 추억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처음 함께 떠나는 해외여행에 준비할 게 많았다. 시간이 촉박해 긴급여권을 발급하기도 했다. 변압기를 빌리거나 유심을 사는 것 어느 하나 쉽지 않았다.

2월 초의 대만은 마치 우리나라의 5월이나 9월 같았다. 숙소 근처 지하철역에서 나온 순간 살랑거리는 봄바람이 우릴 반겼다. 숙소에 짐을 풀고 거리를 산책하다, 명동과 비슷한 대만의 대표적인 번화가 시먼딩으로 향했다. 긴 비행 동안 지쳤던 몸을 맛있는 음식으로 달랬다. 현지식당 '천천리'에서 계란굴찜과 대만식 면 요리를 시켰다. 이국적이지만 가까운 문화권의 맛이 입에 딱 맞았다. 이후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지파이, 치즈 감자와 같은 길거리 음식을 즐겼다. 거리를 돌아본 후엔 시내의 '미라마 관람차'를 타러 이동했다. 높은 곳에서 깔깔거리며 찍었던 사진들이 그날의 우릴 추억했다.

이틀 차엔 버스 투어를 예약해 대만의 필수 관광지인 스펀과 지우펀, 진과스와 예류지질공원을 방문했다.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소녀>에 등장한 등 날리기를 친구와 함께하며 다가오는 새 학기의 새로운 시작을 다짐했다. '대만'하면 바로 떠오르는 관광지인 지우펀에선 화려한 조명 아래서 서로를 사진에 담아주며, 우리의 이 순간도 찬란한 기억으로 남기를 바랐다.

여행의 마지막 날인 사흘 차엔 중정기념관을 방문해 역사의 순간을 함께했고, 타이베이 101에서 시내 전체 풍경을 보기도 했다. 대만의 대표 식당인 '딘타이펑'에서 여행의 마지막 식사를 했다. 툭 터트리면 스르륵 스며들던 딤섬의 맛을 느끼며, 우린 실수하던 지난날을 우스워했다. 그럼에도 무사히 여행을 마무리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까무룩 잠이 들어 공항에 내리는 것을 깜빡할 뻔했던 우린, 늦은 밤 무사히 한국에 도착했다. 2박 3일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여행을 준비하고, 새로운 공간에서 서로와 함께한단 건 사뭇 특별한 경험이었다. 서로 다른 길을 가는 우리가 함께했던 날들이, 많은 게 바뀌어갈 앞으로도 오래도록 잔잔히 스밀 수 있길.

글로벌서비스 20 김양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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