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의 달 궤도 탐사선 ‘다누리호(KPLO, Korea Pathfinder Lunar Orbiter)’가 달 궤도 진입에 성공하며 우주 탐사가 현실로 다가왔다. 지난 1월 임무를 시작한 다누리호는 ‘달을 다 누리고 오라’는 이름에 걸맞게 달 주위를 돌며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국제 과학 학술지 ‘네이처(Nature)’는 ‘2022 과학계 핫 이슈’ 중 하나로 다누리호를 선정하며 세계적 관심을 증명했다. 설계부터 발사까지 다누리호의 여정을 함께 따라가 보자.

우주 탐사 꿈 싣고 달로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이 개발한 다누리호가 지난해 달 궤도에 진입하며 대한민국은 세계 7번째 달 탐사국이 됐다. 지난해 8월 발사된 다누리호는 올해 1월부터 1년간 임무를 수행한다. 주요 임무는 ▶달 표면 촬영 ▶영구 음영 지역 촬영 ▶자기장 관측 ▶우주 인터넷 기술 검증이다. 김대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달탐사사업단장은 “현재 다누리호가 안정적으로 운행되고 있다”며 “다누리호 발사로 우리나라는 경쟁력 있는 위성 개발 및 운영 능력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다누리호는 설계 변경 문제를 겪으며 기획부터 발사까지 총 15년이 소요됐다. 2007년 정부의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에서 시작된 다누리호 사업은 2016년 본격 개발에 들어갔다. 2019년엔 사업에 대대적인 점검이 이뤄지며 다누리호의 중량이 550킬로그램에서 687킬로그램으로 늘어났다. 사업 기간 또한 기존 60개월에서 79개월로 연장됐다. 늘어난 무게로 다누리호는 예정 임무 기간을 줄이거나 궤적을 바꿔야 했다. 김 단장은 “다누리호 연료 탱크의 상태를 살폈을 때 1년간 임무를 수행하기엔 연료가 충분하지 않았다”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궤적을 수정해 연료를 절약했다”고 말했다. 2020년 항우연은 달로 향하는 타원궤도인 전이궤도를 기존 3.5 위상전이에서 탄도형 달 전이(Ballistic Lunar Transfer, 이하 BLT 궤적)로 변경했다. 3.5 위상전이에서 다누리호는 지구를 3.5번 회전한 후 달에 도달한다. 이 경우 달까지 가는 데 약 30일이 소요된다. 반면 BLT 궤적은 궤도 진입까지 약 4개월의 시간이 걸리지만 천체 중력을 이용하기 때문에 연료를 절감할 수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공개한 다누리호 BLT 궤적 상상도다. (사진 출처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공개한 다누리호 BLT 궤적 상상도다. (사진 출처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

다누리호는 BLT 궤적을 활용해 기존 대비 약 25%의 연료를 절감했다. 이는 지구, 태양, 달의 중력을 이용했기에 가능했다. 궤적을 따라 항해하는 다누리호는 다음의 과정을 따라 달 궤도에 진입한다. 태양을 향해 발사된 다누리호는 먼저 *라그랑주 L1지점에 도착한다. 이후 탐사선은 태양과 지구의 중력을 이용해 지구로 진행 방향을 돌린다. 이때 방향을 정확히 바꾸지 않으면 다누리호가 태양의 강한 중력에 빨려들어갈 수 있다. 무사히 진행 방향을 바꾼 다누리호는 지구의 중력에 이끌려 달에 근접한다. 이후 달의 공전속도와 운행 속도를 맞춰 달 궤도로 진입한다. BLT 궤적을 따르는 탐사선은 지구에서 달까지의 최단거리 38만 킬로미터보다 15배 먼 600킬로미터를 이동한다. 

여섯 탑재체, 달의 모든 것을 파헤치다
다누리호는 감마선 분광기, 자기장 측정기, 광시야 편광 카메라를 이용해 달의 자원을 탐구한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 개발한 감마선 분광기는 달 표면에 나오는 감마선을 측정해 달 원소지도를 제작한다. 이를 통해 달에 어떤 자원이 얼마나 있는지 파악 가능하다. 경희대 연구진이 개발한 자기장 측정기는 ±100나노테슬라 범위의 달 우주공간 속 자기장을 측정한다. 측정기를 통해 달 표면에 **자기 이상 지역을 연구할 수 있다. 김 단장은 “자기 이상 지역 연구를 통해 달의 기원을 밝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천문연구원이 개발한 광시야 편광 카메라(Pol Cam, 이하 폴캠)는 특정한 방향으로 진동하며 나아가는 빛인 편광을 촬영한다. 폴캠으로 태양광이 달 표면에 부딪혀 반사된 편광을 스펙트럼별로 측정할 수 있다. 촬영된 편광 영상은 티타늄 지도를 작성하고 우주 풍화 원리를 규명하는데 활용된다. 신의섭 전북대 항공우주학과 교수는 “폴캠으로 입자의 상태를 판단해 티타늄 등의 달 성분 지도를 완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다누리호에 탑재된 섀도캠이 촬영한 달의 영구 음영지역이다. (사진 제공 = [NASA/KARI/Arizona State University])
▲ 다누리호에 탑재된 섀도캠이 촬영한 달의 영구 음영지역이다. (사진 제공 = [NASA/KARI/Arizona State University])
▲지난 1월 1일(일) 다누리가 달 상공 117킬로미터에서 촬영한 사진이다. (사진 출처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지난 1월 1일(일) 다누리가 달 상공 117킬로미터에서 촬영한 사진이다. (사진 출처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달 표면 탐사를 위해 다누리호엔 고해상도 카메라와 섀도우캠(영구음영지역카메라)이 실렸다. 항우연이 개발한 고해상도 카메라(LUTI)는 최대 해상도 2.5미터와 관측폭 10킬로미터 이상의 달 표면 관측영상을 산출한다. 해당 카메라로 달 표면 지형을 관측할 수 있다. 이는 미래의 달 착륙 후보지를 미리 탐색하는 데 도움이 된다. 고해상도 카메라는 지난 1월 1일(일) 궤도 진입 성공 후 지구를 촬영한 사진을 지구로 보내왔다. 해당 카메라엔 컬러 촬영 기능이 없어 사진은 흑백으로 찍혔다. 신 교수는 “컬러 촬영 기능이 추가되면 해상도가 급격히 낮아진다”며 “흑백 카메라로도 충분히 달 표면을 관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사(NASA)의 섀도우캠은 달의 영구 음영지역 지도를 관찰한다. 물을 포함한 다양한 물질의 존재 여부도 확인할 수 있다. 영구 음영 지역은 달의 극지방으로 물이 존재할 것이라 추측되는 지역이다. 섀도우캠은 첫 사진으로 달 남극에 있는 너비 약 20km 새클턴(Shackleton) 분화구의 내부 영구음영 지역을 촬영했다.

우주인터넷과 심우주지상시스템은 지구 영역 밖 미지의 공간인 ‘심우주’ 탐사에 활용될 예정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개발한 다누리호 탑재체 우주인터넷을 활용하면 탐사선에서 지구로 메시지, 파일, 실시간 동영상을 전송할 수 있다. 다누리호 발사 후 지난 8월과 10월엔 우주인터넷 성능을 검증하는 실험도 세계 최초로 실행됐다. 해당 실험에선 120만 킬로미터 거리에 있는 다누리호가 방탄소년단의 음악을 포함한 문자메세지, 이미지, 영상 등을 지구로 전송하는 데 성공했다. 탐사선 운용을 위해 심우주지상시스템 또한 개발됐다. 해당 시스템은 달 궤도선과의 통신, 데이터 수신 등을 제어할 수 있다. 심우주지상시스템에 사용된 지상 안테나는 다누리 임무 종료 후 국내외 심우주 탐사 프로그램을 지원할 계획이다. 김 단장은 “심우주 탐험을 시작해야 우주의 더 큰 가치를 연구할 수 있다”며 “다누리호의 기술을 시작으로 심우주 탐사를 향해 나아가길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우주 산업의 Moon을 열다
1년간의 임무가 끝난 다누리호는 남은 연료량에 따라 운영을 연장할 예정이다. 연장 여부는 오는 7월 확정된다. 임무를 마친 다누리호는 달 표면과 충돌하거나 궤도를 일정히 유지하는 **달 동결궤도로 전환한다. 달 표면과 충돌한 탐사선은 충돌 직전까지의 영상이 확보된 후 임무가 종료되고, 달 동결궤도로 전환된 탐사선은 임무를 계속한다. 올해 상반기엔 달 탐사 사업에 대한 최종 평가와 후속 연구도 진행된다. 다누리호가 보내온 과학 데이터는 다누리호의 기술적 의의를 밝히는 후속 연구에 활용된다. 신 교수는 “다누리호의 자료들이 이제 막 지구로 전송되기 시작했다”며 “앞으로 다누리호가 보낸 데이터를 활용해 작성될 논문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누리호를 개발하며 얻은 우주통신, 궤도설계 등의 기술은 우주 개발 사업에 활용될 예정이다. 대한민국은 다누리호에 이어 ‘달 착륙선’ 개발을 목표로 설정했다. 지난해 발표된 ‘우주개발기본계획’에 따르면 최종 목표는 우주 유인수송 능력 확보다. 2030년에 우주 무인 수송 능력을 갖추고, 2045년까지 유인 수송 능력을 확보한단 계획이다. 투자 예산도 늘려 2045년까지 우리나라 우주 산업이 세계시장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을 2020년 기준 1%에서 최대 10%로 끌어올린다. 또한 2024년까지 우주인을 달로 보내는 유인 우주 탐사 계획 ‘아르테미스’, 나사의 화성 탐색 임무 ‘문투마스(Moon-to-Mars)’와 같은 국제 공동사업에 적극 참여할 예정이다.

달을 누리고 올 다누리호는 대한민국의 우주 탐사에 불을 지폈다. 다누리호에 실린 6개의 탑재체 중 5개는 국내 기술을 이용해 개발됐다. 불가능해 보였던 우주 탐사를 가능하게 했던 건 국내 연구진들의 노력이었다. 다누리호의 궤도 진입 성공은 앞으로의 대한민국 우주 산업을 기대하도록 만들어준다. 앞으로 순항할 다누리호를 응원하며 새로운 미래를 그려갈 다음 탐사선 또한 기대한다.

*라그랑주 L1지점: 지구에서 태양 방향으로 150킬로미터 떨어져 있으며 중력이 0이 되는 지점을 말함.
**자기 이상 지역: 달 표면 일부에 분포하고 있는 자기 영역을 뜻함. 
***달 동결궤도: 주기적인 변동없이 고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궤도를 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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