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칼럼]

정부가 지난 6일(월)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개편안에 따르면 현재 52시간으로 설정된 근로시간 한도가 최대 69시간까지 늘어난다. 노동자 건강보호조치의 일환인 ‘연속 휴식 11시간, 4주 평균 근로시간 64시간’만 지켜진다면 노동 시간에 제한이 없다. ‘휴일에 일할 경우 가산 수당을 제공해야 한다’란 근로기준법 규정에 따라 임금을 지급할 시 주 7일 최대 80.5시간 근무도 가능해진다.

개편안에서 제시된 건강보호조치엔 함정이 있다. 1주 평균 근로시간이 64시간 이내면 11시간 연속 휴식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 즉 법정근로시간 40시간에 연장근로 한도 24시간을 한 번에 사용한다면 이틀 연속 밤샘 근로 후 정시 출근할 수 있는 것이다. 기업은 이를 악용해 노동자에게 휴식 시간을 주지 않고 고강도 업무를 지시할 수 있다. 

이번 개편은 시대를 역행한다. 개편안의 골자는 ‘유연한 근무’다. 기존 주 단위로 관리되던 근로시간을 월 단위 이상으로 확대해 ‘몰아 일하고 몰아 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단 것이다. 1953년 근로기준법이 처음 제정됐을 때 근로시간 기준은 ‘주 48시간, 일주일 최대 60시간’이었다. 이후 1989년과 2003년, 2018년을 거쳐 법정근로시간은 40시간으로 줄었고, 일주일 최대 근로시간도 52시간으로 설정됐다.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의 연 근로시간은 지난해 기준 OECD 국가 중 5번째로 길다. 세계보건기구는 2021년 노동자 근로시간이 주 55시간을 넘지 말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 시점에서 발표된 정부의 계획은 근로시간을 줄여온 시대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는 행위다. 

정부가 장시간 근로를 허가한다면 노동자들은 건강을 담보로 일해야 한다. 2021년 세계보건기구와 국제노동기구의 발표에 따르면 2016년, 전 세계에서 주 55시간 이상의 노동으로 사망한 사람은 74만 5000명이다. 전문가 논의기구인 미래노동시장 연구회는 지난해 12월 개편안의 초석이 된 권고문을 내놨다. 문서 제목은 ‘공정한 노동시장, 자유롭고 건강한 노동을 위하여’였다. 지속 가능한 노동시장을 조성하고자 한다면 정부는 주 69시간제가 정말 ‘건강한 노동’을 위한 방안인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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