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간의 화제가 된 김은숙 작가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 시즌2>가 오는 10일(금) 공개된다. ‘멋지다 연진아’와 같은 극 중 대사가 온라인 *밈(Meme)으로 활용되는 모습은 흥행을 증명한다. 작품을 향한 관심은 학교 폭력의 심각성과 이를 방관한 사회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로 이어졌다. 교육부 차원에서 ‘학교폭력 근절 대책을 마련하겠다’란 얘기도 나왔으니 긍정적인 효과는 분명하다. 그러나 몇몇 시청자들은 드라마 초반에 등장하는 잔인한 장면으로 인해 시청을 관두길 고려했다.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는 콘텐츠에 경각심이 필요하다. 지난 2017년 방영된 넷플릭스 드라마 <루머의 루머의 루머(13 Reasons Why)>는 여고생이 성폭력, 왕따 등을 이유로 자살하는 과정을 그렸다. 이 드라마는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지난 2018년, 드라마를 본 15세 소녀의 죽음에 방아쇠 역할을 했단 논란을 빚었다. 더 글로리도 마찬가지다. 작품에 등장하는 장면이 자칫 누군가에게 간접적인 폭력으로 다가올 수 있다.  

폭력적인 장면의 노출 여부를 시청자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일부 콘텐츠는 트라우마를 가진 이를 보호하기 위해 사전 경고문을 삽입하고 있다. 이를 ‘트리거 워닝(Trigger Warning)’이라 한다. 미국은 트리거(Trigger) 요소를 모아둔 웹사이트가 따로 있을 정도로 사전 경고문을 적극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할뿐더러 법적으로 강제하고 있지 않다. 결국 폭력에 무방비하게 노출되는 건 트라우마를 가진 개인이다.

일각에선 이를 지나친 정치적 올바름(PC, Political Correctness)이라 주장한다. 드라마, 영화는 그 자체로 예술이기에 과도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선 안 된다는 것이다.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제29조는 모든 영상이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심사를 거칠 것을 명시한다. 해당 법률은 미디어의 파급력으로부터 시청자를 보호하는 최소한의 의무를 규정한다. 따라서 ‘지나치게 PC하다’는 주장은 법이 정한 미디어의 책임을 부정하는 것과 같다. 

트라우마를 가진 이들에 대한 세심한 보호가 필요하다. 미국에선 심리적 외상이 있는 사람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하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우리나라도 그들을 보호하는 사회적 인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밈(Meme) : 인터넷, SNS상에서 인기를 얻고 유행하는 동영상 및 유행어의 패러디 등을 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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