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문화

지난 1월 아름다운 선율을 따라 시작된 모험이 담긴 공연이 등장했다. 국내 최초 포켓몬 게임 사운드트랙(Sound Track) 공연인 ‘Pokémon the Orchestra : 신화의 땅에서(2023)’가 바로 그것이다. 

두 부분으로 나뉜 공연에선 예전 출시된 게임과 최근 출시된 게임의 OST를 각각 담고 있다. 1부에선 ‘포켓몬스터 DP 디아루가•펄기아(2006)’의 게임 곡이 연주됐다. 필자가 게임 기기 '닌텐도'를 통해 처음으로 접했던 콘텐츠다. 2부에선 '닌텐도 스위치’에서 경험할 수 있는 최근작 ‘Pokémon LEGENDS 아르세우스(2022)’ 속 주요 곡들이 연주됐다. 

연주 배경이 된 두 게임의 발매일 사이엔 10년도 넘는 세월의 차이가 존재한다. 크다면 큰 간극이 존재하지만 하나의 흐름으로 통하는 세계관과 멜로디는 관객들을 하나로 만들었다. 추억의 게임을 회상하는 사람들과 최근 게임에 빠져든 어린아이들 모두 두 시간 남짓의 공연에 한껏 빠져들었다.

필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데 어우러진 웅장한 오케스트라 선율과 게임 스크린 화면을 보며 어렸던 어느 날을 떠올렸다. 마치 반려동물처럼 포켓몬을 키우며 떠나는 여정은 매 순간이 두근거렸다. 해결되지 않는 난제 앞에서 동생과 밤새 끊임없이 고민하며 모험을 계속해 나갔다. 새로운 도시와 거리에서 만나는 캐릭터들은 늘 흥미로웠다. 

필자는 하나의 곡이 연주될 때마다  파편으로 남아있던 추억을 꺼내봤다. 공연 도입부에선 ‘스타팅 포켓몬(Starting Pokémon)’을 마주했던 두근거림을 느꼈다. ‘떡잎 마을’에선 언제나 느껴지는 편안함이, ‘운하 시티’와 ‘선단 시티’에선 대결을 진행했던 각 도시의 관장이 떠올랐다. ‘배틀:야생 포켓몬’에선 풀숲에서 다양한 포켓몬을 잡던 순간이 스쳐 지나갔고 ‘챔피언 난천’을 거쳐 '전당 등록을 축하합니다'라고 마무리되는 마지막 곡을 들으며 벅차오름을 느꼈다. 무려 10년도 전의 일이지만 ‘공연의 세심한 연출은 필자와 당시 게임을 즐겼던 모두를 그 시절로 돌아가게 했다. 

어떤 음악은 한 사람이 그 곡을 즐겨 듣던 과거로 데려간다. 본 공연은 포켓몬 게임 시리즈를 즐겼던 많은 사람을 한데 모았다. 화려한 악기 편성으로 그들의 기억을 더 다채롭게 만들어 줬다. 동시에 과거 세대와 현세대가 서로의 감상을 공유하고 확장해가는 시작점이었다. 과거와 현재를 한데 모아 미래로 나아갔기에, 상영시간 이후에도 이다음을 생각하게 했다.

김양희(글로벌협력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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