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의 기이한 출몰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여름 서울시 은평구를 중심으로 수도권 일대에 ‘러브버그(Love Bug)’가 대거 출현해 지자체에서 긴급 방역에 나섰다. 지난 7월 은평구엔 러브버그 관련 민원이 일주일간 약 3000건 접수됐다. 오정서(IT공학 21) 학우는 “러브버그 사태처럼 곤충의 수가 급격히 증가하는 현상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곤충이 대거 출몰하는 이유와 곤충의 대발생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아보자.

▲지난 여름 서울시 은평구를 중심으로 대발생한 러브 버그(Love Bug)가 교미하고 있다. (사진출처=셔터스톡(Shutterstock))
▲지난 여름 서울시 은평구를 중심으로 대발생한 러브 버그(Love Bug)가 교미하고 있다. (사진출처=셔터스톡(Shutterstock))


잇따르는 곤충 대발생, 원인은 이상기후
국내에서 곤충의 대발생이 일어나고 있다. 대발생은 생물종이 일시에 대량으로 발생하는 현상이다. 농촌진흥청에선 명확한 기준 없이 곤충의 증가 추세에 따라 대발생을 판단한다. 우리나라에선 *미국 선녀벌레(이하 선녀벌레), 러브버그(Love Bug), 매미나방 등이 대발생했다. 미국 선녀벌레의 발생량은 지난 2016년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선녀벌레는 나무 수액을 빨아먹어 그을음병을 유발한다. 해당 곤충으로 인해 지난해 전국적으로 축구장 8259개 규모에 달하는 토지에 피해가 발생했다. 지난 여름 대발생한 러브버그는 떨어진 낙엽과 동물의 배설물을 분해해 인간에게 유익하지만 심리적 혐오감과 불안감을 준다. 오정서(IT공학 21) 학우는 “6호선 증산역 주변에서 러브버그가 유리창에 빈틈없이 붙어있고 바닥엔 벌레 사체가 있어 놀랐다”고 말했다.

이상기후는 곤충의 대발생을 야기한다. 기상청은 한반도의 지난 2020년 겨울 평균 온도가 2.8도였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1973년 이래로 가장 높은 수치다. 변온동물인 곤충은 환경조건에 맞춰 자신의 체내온도와 수분 균형을 유지한다. 이에 환경 조건이 변하면 곤충 개체수가 증감할 수 있다. 지난해 매미나방은 이상 기후로 인해 대발생했다. 국립산림과학원 산림병해충 연구과에 따르면 겨울철 날씨가 따뜻해 매미나방의 알집이 죽지 않았다. 또한 봄철 강수량 감소로 유충 생존율이 높아져 개체수가 늘었다. 대발생한 매미나방은 나뭇잎을 갉아 먹어 과수원과 인근 공원에 피해를 줬다. 

곤충 대발생은 건물을 훼손하고 전염병을 유발할 수 있다. 기온이 따뜻해져 개체수가 늘어난 흰개미가 목조 건축 문화재를 갉아 먹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국립문화재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6년에서 2018년까지 흰개미 피해를 본 목조 건축 문화재는 전체의 89.5%에 달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모기 서식지가 확대돼 전염병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평균 기온 상승으로 아열대성 전염병인 뎅기열의 유입이 우려된다. 지난 2월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기후변화에 대한 국가 간 협의체) 보고서는 오는 2050년경 뎅기열의 매개체인 흰줄숲모기 서식지가 온대지방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농약 아닌 다른 해결책 찾아야
화학 살충제는 효과가 좋고 비용이 저렴하지만 생태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농업진흥청은 지난 2019년 갈색날개매미충의 알이 산란하기 전 살충 약제를 살포해 피해를 줄였다. 러브버그가 발생했던 지난 여름엔 주민들의 민원으로 화학 살충제를 이용한 방제가 이뤄졌다. 화학 살충제엔 생물을 마비시키는 피레트린(Pyrethrin) 성분이 포함돼 있다. 남영우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원은 “화학 살충제는 약제 효과나 비용 측면에서 가장 효율적이다”며 “그렇지만 생태계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어 안전 사용 기준을 고려해 사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화학 살충제를 사용하고 남은 잔류 성분은 대기, 토양, 생물에 악영향을 미친다. 농촌진흥청의 농약안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토양에 남은 해충제는 수확물로 이동해 식품으로 섭취된다면 인체 내로 흡수될 위험이 있다.

생물을 이용한 친환경 방제법은 화학 살충제의 단점을 보완한다. 곤충의 페로몬(Pheromone) 방제법은 암컷 곤충이 분출하는 성페로몬으로 수컷 곤충을 유인한다. 페로몬 트랩(Pheromone Trap)에 페로몬 유인제를 부착하면 페로몬 냄새에 모여든 수컷 곤충을 대량으로 포획할 수 있다. 곤충의 천적 시스템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해당 방제법은 미생물, 곤충, 식물 등의 기생과 포식 관계를 활용한다. 포식성 천적 곤충은 해충을 먹이로 삼는다. 기생 곤충은 천적 관계에 있는 생물에 기생해 해당 생물을 제거한다. 지난 1997년부터 도입된 해당 방제법은 화학 살충제에 비해 독성이 낮아 생태계에 주는 악영향이 적다. 생태계 고유의 먹이그물 관계를 이용하므로 환경오염 가능성 또한 낮다. 우리나라는 효과가 우수한 천적 곤충인 칠레이리응애, 온실가루이좀 등을 도입하고 있다.

곤충 대발생의 선제적 예방을 위해선 해충 대응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해당 체계를 수립하려면 지역별 생물 현황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 한영식 곤충생태교육연구소 소장은 “현재 서울시는 해충 대응 지침을 마련하고 있지 않다”며 “곤충 전문가들이 모여 해충 발생 실태를 점검하고 대책을 논의하는 협의체가 구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환경부는 대발생 곤충 종을 관찰하는 생물 다양성 관련 시민 모니터링(Monitoring)을 지난 2016년부터 추진하고 있다. 

기후 변화로 이상기후가 빈번해지며 미래엔 곤충 대발생이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국가와 개인은 곤충 대발생을 ‘그저 지나가는 일’로 여기지 말고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한영식 곤충생태교육연구소 소장은 “기후변화로 인해 동식물뿐만 아니라 인간도 위험한 상황에 놓였다”고 말했다. 곤충의 이상 출몰은 기후 위기의 신호다. 곤충의 이상 출몰에 관심을 가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미국 선녀벌레: 북미 지역에서 탄생한 매미목 선녀벌레과 해충임. 성충의 몸길이는 7밀리미터에서 8.5밀리미터로 회색빛을 띰.

참고 문헌
김배성(2013.11.15). 농업부문 곤충자원 활용현황과 시사점
변영웅(2012.3.28). 하늘이 내린적, 천적
김성률(2020.08). 기후변화로 인한 뎅기열(Dengue Fever)의 국내 발생 가능성과 위험성 및 감염병 예방법의 주요 내용과 개선 방안에 대한 연구
박일권(2013.07.29). “이제는 방제도 친환경! 산림해충 잡는 페로몬”, 한겨레.
박해철(2005). 기후변화가 곤충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국내외 연구 분석
방혜선(2011). 기후변화에 따른 돌발생물 대발생 원인분석 및 피해확산 방지 대책 기술 개발(국책기술개발)
이창수(2020.08.14). “기후변화와 돌발병해충”, 농기자재신문.
하영균.(2022.08.30). “황소개구리의 천적들... 경제위기에 던지는 교훈”, 더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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