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을 착용하는 사람들이 흔히 고려하는 수술이 있다. 바로 시력교정술이다. 겨울이 되면 시력교정술을 위해 병원을 찾는 사람이 늘어난다. 지난 2020년 안과전문병원인 누네안과병원이 공개한 계절별 시력교정술 시행 빈도 데이터에 따르면 내원한 환자 중 35%가 겨울에 시력교정술을 받았다. 시력이 좋지 않다면 한 번쯤은 고민해보는 시력교정술은 어떤 원리로 시행될까.


각막 잘라내고, 초점은 제자리로
시력교정술은 굴절 이상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다. 굴절 이상의 종류엔 근시, 원시, 난시가 있다. 이는 인간의 안구 구조 중 각막·망막과 연관이 깊다. 신경 세포가 분포해있는 망막은 안구의 가장 안쪽에 위치한 층이다. 사물에서 반사된 빛은 각막과 각막 뒤의 수정체를 거쳐 망막에 도달한다. 각막은 우리 눈의 검은자를 덮는 부위다. 눈의 창문 역할을 하는 각막은 외부의 빛을 통과 및 굴절시킨다. 각막이 굴절시킨 빛은 망막에 하나의 초점으로 수렴한다. 안구 모양의 이상으로 초점이 망막의 앞이나 뒤에 맺힌다면 근시와 원시가 발생한다. 근시는 가까운 곳을 잘 보지만 먼 곳을 잘 보지 못하는 증상이다. 반대로 원시 환자는 가까운 곳을 잘 보지 못하고 먼 곳을 잘 본다. 난시 환자의 안구는 표면이 고르지 못해 각막을 통해 들어온 빛이 한 점에서 초점을 맺지 못한다. 이에 난시를 겪는 사람은 사물이 여러 개로 보이는 증상을 겪는다.

시력교정술은 각막을 절제해 굴절 이상을 교정하는 수술이다. 각막을 절제하면 굴절 각도가 조정돼 잘못 맺힌 초점의 위치를 이동할 수 있다. 근시의 경우 각막의 중앙 부분을 절제해 각막을 오목렌즈처럼 만든다. 이에 초점이 전보다 뒤에 맺히고 근시가 교정된다. 원시 교정은 반대의 원리로 진행된다. 원시를 교정할 땐 각막의 주변부를 절제해 볼록렌즈처럼 굴절 정도를 높인다. 망막 뒤에 맺혔던 초점이 앞으로 이동하고 원시 환자는 가까운 거리의 사물을 잘 볼 수 있게 된다. 근시와 원시 교정에 비해 난시 교정은 상대적으로 까다롭다. 난시를 교정할 땐 각막의 중앙과 주변부를 모두 잘라내 갈라진 초점을 옮긴다.

▲시력교정술에서 절제하는 각막의 내부 구조다.
▲시력교정술에서 절제하는 각막의 내부 구조다.

대표적 시력교정술인 라식(Lasik)은 ‘각막절편’을 만드는 수술법이다. 각막절편은 각막의 표면에 있는 각막 상피세포를 일부 절개해 뚜껑처럼 만든 것이다. *펨토초 레이저(femtosecond laser)나 각막 절제 기구로 각막 상피세포를 절개해 각막절편을 만든다. 이후 교정에 필요한 만큼 **엑시머 레이저(excimer laser)를 활용해 각막의 중간층인 각막 실질을 절제한다. 각막절편을 다시 닫으면 수술은 끝난다. 라식을 마친 뒤에도 표면의 상피세포는 그대로 보존돼있어 회복이 빠르다. 그러나 각막 상피세포를 남겨둔 채 중간층인 각막 실질부터 절제해 상대적으로 절제량이 많다. 수술 뒤 각막절편이 완전히 봉합되지 않아 감염, 염증, 이탈과 같은 문제도 나타날 수 있다. 김태임 연세대 안과학교실 교수는 “각막의 두께가 얇은 사람은 절제량이 많은 라식을 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라섹(Lasek)에선 각막절편을 만들지 않고 바로 각막 상피세포를 절제한다. 라섹은 상피세포부터 엑시머 레이저로 각막을 절제해 각막실질을 덜 잘라내게 된다. 각막절편으로 인해 발생하는 감염 등의 부작용도 적다. 다만 각막 표면이 모두 절제된 상태이기에 수술 후 회복 시간이 오래 걸리며 라식보다 더 많은 사후 관리가 필요하다. 라섹을 받은 김세솔(한국어문 22) 학우는 “수술 후 거의 5일간 눈을 감고 생활했다”며 “라섹을 받은 후엔 주변에 챙겨줄 사람이 있는 환경에서 생활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최영준 아주대 안과학교실 교수는 “라섹을 받은 환자는 병원에 자주 내원해 경과를 살펴봐야 한다”며 “시간적 여유를 두고 관리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라섹을 받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손상 적지만 부작용은 주의 요망
시력교정술을 받고 싶다면 안구건조증과 원추각막 등의 부작용을 주의해야 한다. 시력교정술을 실시하면 각막의 지각세포가 함께 손상돼 건조 상태를 감지하는 능력이 저하된다. 이에 눈물이 제때 분비되지 않아 안구건조증이 발생한다. 안구건조증을 겪는 사람은 이물감이나 눈부심 등을 느낄 수 있다. 라섹을 받은 김주원(경제 18) 학우는 “수술 후 안구건조증으로 병원을 다시 찾은 적이 있다”고 경험을 말했다. 원추각막은 각막이 얇아지고 뾰족해져 결국 돌출되는 질환이다. 각막을 깎아내는 과정에서 원추각막이 발생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선천적으로 원추각막을 갖고 있는 사람도 있다”며 “이 경우 라식과 같은 시력교정술을 받으면 증상이 더 심해진다”고 설명했다. 원추각막이 심해질 경우 각막 혼탁, **복시, 심각한 시각 왜곡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라식과 라섹 모두에 적합하지 않은 환자는 렌즈삽입술을 고려할 수 있다. 시력이 매우 나빠 필요한 절제량이 많거나 각막이 얇은 환자는 라식이나 라섹을 받을 수 없다. 렌즈삽입술은 도수가 있는 렌즈를 안구에 삽입해 시력을 교정한다. 김 교수는 “고도근시나 고도난시 환자의 시력도 렌즈삽입술로 교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렌즈삽입술은 홍채 앞에 렌즈를 삽입하는 전방렌즈삽입술과 홍채 뒤에 렌즈를 삽입하는 후방렌즈삽입술로 나뉜다. 홍채는 각막과 수정체 사이에 위치한 도넛 모양의 막으로 안구에 들어오는 빛의 양을 조절한다. 렌즈삽입술은 각막을 절제하지 않아 부작용이 덜하다. 그러나 렌즈 삽입 중 각막의 투명도를 조정하는 각막내피세포가 손상돼 녹내장·백내장으로 이어질 수 있어 지속적 관리가 필요하다.

최근 등장한 스마일(Small Incision Lenticule Extraction, SMILE) 수술은 각막 절개를 최소화한다. 지난 2006년 독일에서 개발된 스마일 수술은 라식과 유사한 방식으로 이뤄진다. 스마일 수술에선 각막 상피세포를 통과할 수 있는 펨토초 레이저로 각막 실질을 절제한다. 해당 과정으로 생성된 각막 실질 조각은 이후 상피세포를 1밀리미터에서 2밀리미터가량 절제해 빼낸다. 스마일 수술에선 각막을 조금만 절개해도 각막실질을 잘라낼 수 있다. 최 교수는 “스마일 수술에선 라식의 각막절편으로 발생하는 부작용이 적다”고 말했다. 최근엔 스마일 수술을 보완하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스마일 수술은 각막 손상이 적은 대신 레이저로 정밀하게 각막 실질을 잘라내야 해 까다롭다. 김 교수는 “스마일 수술 중 회전하는 안구를 추적하는 장치가 아직 덜 개발돼 이를 개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교수는 “스마일 수술은 안구 손상을 줄이려는 방향으로 발전하는 시력교정술의 진보를 보여준다”며 “앞으로도 시력교정술의 완성도와 정확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고 말했다.


시력교정술을 받고 싶다면 철저한 사전 검사로 자신의 안구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 좋다. 자신의 안구 구조에 맞는 수술 방식을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태임 연세대 안과학교실 교수는 “시력교정술 시행 전엔 각막의 모양이나 두께를 측정하는 검사가 이뤄져 자신의 안구 상태를 알 수 있다”며 “무리하지 않고 의사의 조언에 따라 자신에게 맞는 수술을 받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시력교정술을 고민하고 있다면 일단 병원을 찾아 알맞은 수술 방식을 찾아보자. 수술을 받은 뒤엔 더욱 선명해진 세상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펨토초 레이저(Femtosecond Laser): 매우 짧은 진동 폭과 함께 적외선 전류를 흘려보내는 레이저로 각막 표면을 투과할 수 있음.
**엑시머 레이저(Excimer Laser): 각막을 절제할 때 활용되는 자외선 레이저임.
***복시: 사물이 두 개로 보이거나 그림자가 생겨 이중으로 보이는 증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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