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ESG 돌풍이 불면서 국내 기업들은 ESG 수준을 향상하고 있다. ESG 정보 플랫폼 ‘KRX ESG 포털’에 따르면 지난 2019년 ESG 평가에서 A~A+등급을 받은 기업은 56개에서 지난해 182개로 증가했다. 회계법인 EY가 지난 5월 발표한 ‘글로벌 지속가능성 투자’ 보고서에 따르면 ESG 경영은 오는 2030년까지 130조 달러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김은갑 이화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국내 기업이 ESG 경영에 소요된 자금을 비용에서 투자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며 “기업의 경영 방식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급격히 떠오르는 ESG 경영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알아보자.


ESG 경영의 도래
ESG 경영은 영업 실적과 성과보다 비재무적인 가치를 중시하는 윤리적 경영을 말한다. ESG는 비재무적 가치인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영문 첫 글자를 조합한 이름이다. ‘환경’은 제품 제작부터 유통까지 일련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는 인권, 안전, 사회 공헌 등의 가치를 포함한다. ‘지배구조’는 경영진의 투명한 의사결정을 말한다. ESG 경영 기업은 ‘지속가능보고서’를 작성해 원자재 조달부터 소비까지 유통 과정의 전체적인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 김은갑 이화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업은 ESG 경영으로 기업 현황을 이해하고 목표 대비 성과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ESG 경영의 개념은 지난 1987년 유엔(UN, United Nations) 환경계획이 발표한 브룬트란트 보고서(Brundtland Report)의 ‘지속가능한 발전’에서 시작됐다. 지속가능한 발전은 '경제 성장과 안정적인 환경이 균형을 이루는 발전'을 의미한다. 지난 2020년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의 ESG 투자 선언은 전 세계 시장의 ESG 경영을 선도했다. 해당 선언에 따라 블랙록은 석탄 발전으로 이익을 창출하는 기업의 투자를 철회했다. 본교 서용구 경영학부 교수는 “블랙록의 선언은 ESG 시장 규모가 커지는 데 일조했다”며 “국내 대기업들도 그에 맞춰 ESG 보고서를 공개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ESG 경영은 기업의 장기적 생존을 위한 필수 요소가 됐다. ESG 경영이 세계적 동향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오는 2023년 유럽에선 ‘탄소 국경세’가 도입된다. 해당 제도에 따라 EU에서 정한 기준 이상으로 탄소 배출을 한 기업은 수출 시 추가 관세를 지불해야 한다. 신용평가사는 기업의 신용도를 평가할 때 ESG 경영을 평가 요소로 적용한다. 이외에도 소비자의 인식 변화와 자금 유치 등의 이유로 ESG 경영은 기업들의 필수 경영 체계가 돼가고 있다.

우리 사회에 침투한 새 경영방식
국내 대기업은 ESG 경영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식품 전문업체 풀무원은 지난 1970년대 국내 최초로 유기농 농법을 도입해 친환경 경영 체계를 수립했다. 또한 오너경영 체제에서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해 지배구조체제의 투명성을 강화했다. 자동차 제조업 회사인 기아는 임직원을 대상으로 차별 금지, 근로조건 준수 등 인권 경영 내부 체제를 수립했다. 오는 2030년까지 사용되는 플라스틱의 20%를 재활용으로 대체하겠단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대기업의 ESG 경영은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KDI 경제정보센터에 따르면 우리나라 제조업 분야에서 대기업과 협력하는 중견·중소기업의 수는 80%에 육박한다. 그 결과 대기업과 협력하는 중소기업은 ESG 경영을 도입하게 된다. 신지영 ESG 연구원 대표이사는 “ESG 경영을 이행하지 않는 협력사는 자금을 유치하는 데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강에 돌을 던지면 중심부부터 파동이 퍼지듯 대기업이 ESG 경영을 실천하면 중소기업은 따라온다”고 말했다.

투자자와 소비자는 투자 및 구매를 결정할 때 기업의 ESG 경영 여부를 고려한다. 투자자는 기업의 ESG 수준을 통해 상품 가치를 판단하고 기업의 미래를 예측한다. 소비자는 기업이 공개한 ESG 정보를 확인하고 자신의 신념에 맞는 제품을 선택할 수 있다. 지난 4월 대한상공회의소가 진행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63%가 기업의 ESG 활동이 제품구매에 영향을 준다고 답했다. 이현지(한국어문 18) 학우는 “추가 금액을 내더라도 ESG 가치가 담긴 제품을 이용할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지금은 시행착오를 겪는 중
우리나라 중견·중소기업에선 ESG 경영 체계가 아직 확립되지 않았다. 해당 기업은 ESG 경영을 도입할 여건이 부족하다. 자본이 부족한 중소기업에게 ESG 경영은 부담될 수 있다. 기존 생산 시스템에서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는 생산시스템으로 교체하는 데 상당한 비용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중앙회가 지난해 실시한 ‘중소기업 ESG 애로조사’에서 ESG 경영 도입환경이 준비돼 있지 않다고 느낀 기업은 89.4%에 달했다.

ESG 경영이 대두되며 상품을 친환경인 것처럼 홍보하는 그린 워싱(Green Washing) 문제도 나타난다. 일부 기업들은 ESG 경영을 마케팅 수단으로만 이용한다. 지난해 9월 글로벌 기업 스타벅스(Starbucks)는 기업 50주년을 기념해 ‘리유저블 컵 데이(Reusable Cup Day)’ 행사를 진행했다. 스타벅스는 행사를 위해 플라스틱 컵 약 136만 개를 생산했다. 윤현선(생명시스템 16) 학우는 “행사에 좋은 뜻으로 참여했는데 결국은 환경 오염에 일조했다”며 “그린 워싱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바람직한 ESG 경영을 위해선 기업의 꾸준한 노력과 소비자의 비판적인 시선이 필요하다. 기업은 ESG 경영을 체계화해야 한다. 신 대표이사는 “자사가 가진 경영 수준을 확인하고 부족한 점을 점검하는 것만으로 ESG 경영 수준이 향상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는 기업의 지속가능보고서를 확인하며 윤리적 경영에 꾸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신 대표이사는 “소비자는 기업의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통해 기업의 비윤리 행위나 리스크를 꾸준히 파악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기업과 소비자는 함께 ESG를 실천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뤄내야 한다. ESG 경영과 지속가능한 개발은 미래세대의 과제다. 본교 서용구 경영학부 교수는 “ESG가 하나의 수단이라면 지속가능한 개발은 목표다”고 강조했다. 더 건강한 사회를 위해 ESG 활동에 동참해보는 건 어떨까.
 

저작권자 © 숙대신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