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칼럼]

늦은 밤 지친 마음으로 들었던 자우림의 ‘스물다섯, 스물하나’ 노래에 참아왔던 눈물이 터져 나왔다. 바람에 날려 꽃은 지고 어느새 또 한 해가 지나가고 있다. 필자는 처음 마주한 넓은 세상에서 주춤하기도 했고 가끔은 혼자란 생각에 무기력해졌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고 때론 사랑에 지쳐 울기도 했다.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는 게 익숙했던 필자는 많은 사람을 만나며 내성적인 성격으로 바뀌었다. 스스로가 가장 소중하단 걸 알면서도 남의 시선을 의식한 탓이다.

필자는 가사처럼 지난날의 순간이 아름다운 걸 사무치게 알지 못했다. 과거의 어두운 기억을 잊으려 애썼다. 형태가 어찌 됐든 모든 기억은 돌아오지 않을 과거의 순간이다. 잊고 싶던 기억들 또한 결국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게 된다. 그래서 필자는 더 눈물이 났다. 필자처럼 힘든 기억을 가진 이들이 애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힘들다고 이상한 것도 아니고 모난 것도 아니다. 그저 더 밝은 미래로 가는 하나의 굴곡일 뿐이다.

J와 집 앞 놀이터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떠들던 때가 엊그제 같다. 이사 이후 J와 떨어져 지낸 지 5년이 됐다. 필자와 그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여전히 교우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에게 받은 행복한 기억이 셀 수 없이 많다. 그는 푸념 담긴 필자의 얘기를 매번 들어준다. 맛있는 걸 먹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이기도 하다. 필자가 가장 힘들 때 목놓아 울 수 있는 유일한 존재다. 모든 사람에겐 그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지 않을 때 아무 말 없이 곁을 지켜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멀리 떨어져 있지만 존재만으로도 힘이 돼주는 친구가 있단 건 행운이 아닐까. 그의 응원을 받아 필자가 고난을 극복해냈듯 필자도 그에게 든든한 친구가 되고 싶다. J에게 '난 널 믿어. 우리 다시 일어나 올해 남은 시간도 웃으며 보내자’라고 전하고 싶다.

필자는 사랑을 잘 안다고 자신했다. 상대방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타인을 이해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단 걸 간과했다. 그래서 필자에게 사랑이란 감정은 여전히 어렵다. 18개월이라는 짧고도 긴 시간 동안 Y는 어린아이 같은 필자의 투정을 받아줬다. 변덕스러운 필자를 한결같이 지켜줬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다른 필자와 마음을 맞춰가기 얼마나 힘들었을까. 이젠 필자도 그를 온전하게 받아들이게 됐다. 필자는 자신을 스스로 솔직하게 드러내기 시작했다. 온전한 필자를 내보일 수 있게 마음을 열어준 그에게 감사하다. ‘아프니까 사랑이다’란 말이 있다. 누군가를 사랑한단 것은 숭고한 일이다. 사랑이 가슴 시리고 아픈 만큼 필자와 그는 더 성장할 것이다. 필자는 Y와 함께 천천히 발맞춰 미래를 향해 걸어 나가고 싶다.

영원한 새내기일 줄 알았던 필자도 어느덧 취업을 준비하는 학년이 됐다. '아직 세상을 모르는 나이'란 핑계를 대기엔 시간이 많이 흘렀다. 사람들은 연말이 되면 감상에 젖는다고 말한다. 필자도 감상에 젖어 한해를 돌아봤다. 필자의 스물한 살이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을 안다. 순수한 열정으로 미래를 꿈꾸는 이 순간이 소중하단 걸 이제서야 알게 됐다. 그래서 앞으로 현재를 즐기고자 한다. 소중한 사람들과 값진 시간을 보내고 싶다. 올 한해 힘든 기억을 잊을 만큼 행복한 순간들이 많았다. 다신 돌아오지 않을 모든 이들의 2022년은 흐드러지게 핀 꽃처럼 아름답게 기억될 것이다.


최윤서 글로벌서비스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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