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5일(토) 기업 ‘SPC’ 계열사 ‘SPL’ 평택 공장에서 교반기 끼임 사고로 20대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사고 다음 날 회사는 현장을 가림막으로 가린 채 직원들을 출근시켰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식이 끝나지 않아 피해자의 선혈이 남아있던 상태였다. 공장에 비치된 9개 교반기 중 피해자가 사용한 것과 동일한 7개 교반기에만 작업 중지가 내려졌다. 사건이 언론에 알려지며 비난받자 사고 이튿날 나머지 교반기 2대도 작업 중지가 이뤄졌다.

회사가 제시한 '2인1조' 수칙은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았다. 현장에 있던 노동자들과 노조는 피해자가 단독 근무를 했다고 증언했다. 당시 같은 조 동료는 또 다른 샌드위치 재료를 만들고 있었다. 피해자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동료는 없었다. 2인1조 수칙이 지켜졌다면 동료가 비상 정지 버튼을 눌러 기계를 멈출 수 있었다.

회사는 ‘산업안전기준에 관한 규칙’을 위반했다. 해당 규칙에 따르면 사업주는 기계 가동 시 노동자가 떨어져 위험할 우려가 있을 경우 해당 부위에 덮개를 설치해야 한다. 사고가 난 기계엔 기계 덮개나 자동방호장치와 같은 안전장치가 없었다. 자동방호장치는 뚜껑이 열리면 자동으로 기계 작동을 멈춰주는 장치다. 자동방호장치가 설치된 기계는 해당 공장의 교반기 9대 중 1대뿐이었다. 회사는 교반기에 ‘협착/말림 위험’ ‘구동 중 접촉 금지’란 경고 문구만을 부착했을 뿐 기계에 안전장치를 구비하지 않았다.

올해 초부터 노동자 사망사고 등에 사업주의 책임을 부과하기 위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됐다. 그러나 SPL은 안전 예산을 지난해보다 약 20% 삭감했다. 지난해 약 7억3200만원이었던 예산은 올해 10월 기준 약 5억8300만원으로 줄었다. SPC에선 비슷한 사고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사고 발생 일주일 전인 지난달 7일(금)엔 한 노동자가 컨베이어벨트 청소 중 손이 끼이는 사고가, 일주일 후인 지난달 23일(월)엔 SPC의 다른 계열사 ‘샤니’ 공장에서 일하던 근로자가 기계에 손가락이 껴 절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는 발생하지 않으면 그만, 발생하면 운이 나쁜 것’으로 치부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고는 운이 나빠서 발생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켜야 할 것을 어겨서 일어난다. 소비자들이 ‘피 묻은 빵을 소비할 수 없다’며 벌이는 SPC 불매 운동은 안전을 소홀히 한 대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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