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쉰들러라는 실존 인물을 통해 전쟁의 참혹성과 그 속에서 피어나는 휴머니즘을 엿볼 수 있는 작품”

-문지영(사학 전공) 교수 추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쉰들러 리스트>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태인 학살을 배경으로 실존 인물인 오스카 쉰들러(Oscar Schindler : 1908-1974)의 이야기를 그려냈다. 아카데미 작품상을 비롯해 7개 부문을 석권한 이 영화가 주목받은 이유는 비단 잘 짜인 시나리오와 흑백 필름 위에 펼쳐진 훌륭한 촬영기법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민족 우월주의라는 것이, 전쟁이라는 것이 얼마나 처참한지를 여과없이 보여주는 영화의 메시지는 우리의 가슴을 사정없이 찌른다.


영화는 1939년 9월, 폴란드를 점령한 독일군이 유태인들을 크라코프로 강제이동시키면서 시작된다. 이때 전쟁의 소용돌이를 이용해 자신의 사업을 확장하려는 오스카 쉰들러가 등장한다. 그는 순전히 사업상의 이익을 위해 나치 당원으로 가입하고 임금을 아끼기 위해 유태인들의 노동력을 기반 삼아 사업을 키우며 많은 돈을 번다. 그러나 잔인한 학살로 고통받는 유태인들을 지켜보며 마음의 변화를 겪는다. 훗날 그는 자신의 직원이었던 유태인들이 생체실험실로 끌려가는 것을 막기 위해 인원수만큼의 값을 지불한다. 그 수가 1,200명에 달해 사업이 파산 위기에 이르렀지만 그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1999년 ‘쉰들러 리스트’와 유태인들이 그에게 보낸 감사 편지들이 발견되면서 쉰들러는 다시 한 번 세상에 알려졌다. ‘쉰들러 리스트’는 그가 구해낸 유태인들의 명단으로, 현재 이스라엘 홀로코스트 박물관에 보관돼 있다. 영화는 쉰들러가 구한 128명의 유태인들이 그의 무덤에 차례로 돌을 올리며 기도하는 것으로 끝난다. 생명의 소중함을 많고 적음으로 따질 수는 없겠지만, 끝없이 길게 늘어선 줄을 보면 그가 구한 생명이 얼마나 큰 가치를 지니는지 느낄 수 있다.

크라코프에서 벌어진 유태인 제거 작업, 유명무실한 유태인 평의회 유덴라트, 악명높은 아우슈비츠 수용소 등 영화 곳곳에서는 지우고 싶은 인류의 역사가 끊임없이 등장한다. 나체의 남녀가 섞여 운동장에서 신체검사 받는 모습, 300여 명의 여자들이 나체로 가스실에서 울부짖는 장면 등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유태인들의 나체는 그들의 벗겨진 인권을 상징하는 것이 아닐까. <쉰들러 리스트>를 보며 인류의 부끄러운 역사를 반성하고 이 땅에 전쟁이 사라지기를 기원하자. 그리고 잊지 말자. 극한 상황에서 피어났던 한 남자의 인도적 행동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를…….


"이 명단은 생명부에요. 이 리스트의 가장자리 여백은 죽음의 폭풍을 막아주는 방패이지요." 

쉰들러는 생체실험실로 끌려가는 유태인들을 구할 방법으로 그들을 사기로 한다. 그의 동료이자 유태인인 이작이 쉰들러와 함께 유태인의 명단(쉰들러 리스트)을 만든 후 쉰들러에게 하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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