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제롬 파월(Jerome Hayden Powell)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물가가 안정될 때까지 금리를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8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인터뷰에서 “5% 이상의 물가 상승률이 지속된다면 물가 안정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에 초집중하는 지금, 인플레이션의 개념과 물가 상승의 원리를 살펴보자.


풍선처럼 부푼 물가, 인플레이션 
‘인플레이션(Inflation)’이란 물가가 지속해서 오르는 현상을 의미한다. 물가가 상승하면 평균적인 물건의 값이 오르고 있단 뜻이다. 예를 들어 지난해 사과 한 개의 가격이 1000원이었다면 물가가 전년보다 10% 상승했을 때 1100원을 지급해야 사과를 구매할 수 있다. 이소라 KIET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물가가 오르면 구매할 수 있는 물건의 양이 줄어 국민의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인플레이션의 여부를 진단할 때 물가를 숫자로 표현한 ‘물가지수’를 활용한다. 통상적으로 4%대의 물가상승률을 보일 때 인플레이션으로 판단한다. 물가지수는 기준 연도의 물가를 100으로 두고 비교하려는 시점의 물가를 수치로 나타낸 것이다. 예를 들어 지난 2020년의 물가지수를 100으로 둘 때 2022년의 물가지수가 120이라면 물가는 2년 동안 20% 오른 것이다. 

대표적인 물가지수론 ‘소비자물가지수’ ‘생활물가지수’ ‘생산자물가지수’ ‘수출입물가지수’가 있다. 물가지수의 종류가 다양한 이유는 소비자, 생산자, 수출업자 등 행위 주체의 주요 구매 품목이 다르기 때문이다. ‘소비자물가지수’와 ‘생활물가지수’는 일상에서 소비자가 체감하는 물가의 상승률을 계산할 때 사용된다(4면 ‘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 물가 상승’ 기사 참고). ‘생산자물가지수’는 드라이버, 나사, 석유 등 생산자에게 중요한 원자재의 종합적인 가격을 수치로 나타낸 것이다. 나사, 석유 등의 원자재는 대부분의 제품 생산에 활용되므로 이들의 가격이 오르면 물건의 가격도 상승한다. ‘수출입물가지수’는 수출입 상품의 종합적인 가격을 수치화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국제 물가의 변동이 국내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할 때 활용된다. 


수요와 공급의 아슬아슬한 줄다리기

▲‘수요-공급의 원리’에 따라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는 지점에서의 시장가격(균형점)을 나타낸 그래프다.
▲‘수요-공급의 원리’에 따라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는 지점에서의 시장가격(균형점)을 나타낸 그래프다.

인플레이션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된다. 경제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애덤 스미스(Adam Smith)’는 물건의 가격이 ‘수요-공급의 원리’에 따라 결정된다고 주장했다. 수요는 소비자가 사고자 하는 물건의 총량을 의미하며 공급은 생산자가 팔고자 하는 물건의 총량을 뜻한다. 경제학의 기본 원리인 수요-공급의 원리에 따르면 물건의 가격은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는 부분에서 결정된다. 

▲ 총수요가 증가했을때(D1에서 D2로 이동) 변화된 시장가격(P1에서 P2로 이동)을 나타낸 그래프다. 
▲ 총수요가 증가했을때(D1에서 D2로 이동) 변화된 시장가격(P1에서 P2로 이동)을 나타낸 그래프다. 

인플레이션은 원인에 따라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과 ‘비용 상승 인플레이션’으로 나눌 수 있다.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은 한 국가의 전체 수요량인 총수요가 증가했을 때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가계의 소비 지출, 기업의 투자 지출, 정부의 재정 지출, 대외 수출이 많아지는 등 경기가 좋을 때 야기된다. 통화량이 많아져도 수요가 늘어난다. 통화량이 증가하면 가계에 여유자금이 생긴다. 여유가 생기면 억제된 소비심리가 풀려 수요가 늘어난다. 본교 강인수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코로나19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정부가 지원금 명목으로 현금을 많이 푼 것이 그 예다”고 설명했다. 늘어난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면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 

▲ 총공급이 감소했을때(S1에서 S2로 이동) 변화된 시장가격(P1에서 P2로 이동)을 나타낸 그래프다.
▲ 총공급이 감소했을때(S1에서 S2로 이동) 변화된 시장가격(P1에서 P2로 이동)을 나타낸 그래프다.

비용 인상 인플레이션은 한 국가의 전체 공급량인 총공급이 줄어들어 발생한다. 비용 인상 인플레이션은 노동자의 임금, 건물의 임대료, 원자재 가격, 운송비 등 물건을 생산하는 데 드는 비용이 상승하면 발생한다. 강 교수는 “비행기나 배를 움직이는 핵심 에너지 자원인 석유값이 오르면 생산비용이 증가해 공급이 감소한다”고 설명했다. 생산비용이 증가하면 기업은 상품의 개수를 줄여 공급을 감소시킨다. 줄어든 공급이 수요와 일치하지 않으면 비용 인상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 

경제 전문가들은 최근의 인플레이션은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과 비용 인상 인플레이션이 맞물리며 발생했다고 말한다.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각각 총수요의 증가와 총공급의 감소를 낳았다. 미국, 독일 등의 국가는 코로나19 취약계층 구제를 위해 지원금을 지급했다. 지원금으로 인해 통화량이 증가하면서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 이 부연구위원은 “러시아는 주요 석유 생산국이며 우크라이나는 세계 3대 곡창지대다”며 “식품의 주요 원재료인 밀과 주요 에너지 자원인 석유의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비용 인상 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물가는 과유불급

▲물가 상승이 예상될 때, 가계와 기업에서 발생하는 선순환구조를 나타낸 그림이다.
▲물가 상승이 예상될 때, 가계와 기업에서 발생하는 선순환구조를 나타낸 그림이다.

적정한 수준의 인플레이션은 경제활동의 주체인 가계, 기업, 정부의 활동을 촉진해 경제를 활성화한다. 기업은 물가가 상승할 것이라 예상하면 물건의 가격을 올리고 생산량을 늘린다. 생산을 늘리기 위해선 더 많은 노동자를 고용해야 한다. 이에 따라 노동을 통해 가계가 얻는 소득인 임금이 늘어난다. 여윳돈이 생긴 가계는 소비를 늘리게 된다. 가계의 소비가 늘어나면 기업은 또다시 더 많은 제품을 생산하는 선순환구조를 따른다. 강 교수는 “적정한 수준의 인플레이션은 경제성장의 윤활유가 된다”며 “통상 2% 수준의 물가상승률을 목표로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과도한 인플레이션은 화폐 가치를 불안정하게 만들어 경제 침체를 불러올 수 있다. 단기간의 급격한 물가 상승은 미래 물가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워 기업은 투자를 망설이게 된다. 가계는 임금보다 빠른 속도로 치솟는 물가에 부담을 느껴 소비를 줄이게 된다. 투자와 소비의 감소는 전반적인 경기 위축을 불러온다. 물가상승률이 월 50%를 초과하는 ‘하이퍼인플레이션(Hyperinflation)’이 발생하면 경제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어렵다. 남아메리카에 위치한 베네수엘라는 지난 2014년 중앙은행에서 막대한 양의 화폐를 발행했다. 그 결과 물가상승률이 지난 2017년 438.1%에서 2018년 65374.1%로 치솟아 1만원이던 치킨 한 마리가 1년 사이에 650만 원이 됐다. 이 부연구위원은 “합리적인 통화정책을 취할 수 있는 정부에선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드물게 발생한다”며 “정부는 적정한 통화량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가 하락이 예상될 때, 가계와 기업에서 발생하는 악순환구조를 나타낸 그림이다.
▲물가 하락이 예상될 때, 가계와 기업에서 발생하는 악순환구조를 나타낸 그림이다.

물가 하락을 의미하는 ‘디플레이션(Deflation)’ 또한 경기에 악영향을 끼친다. 물가가 하락하면 단기적으론 소비가 늘 수 있다. 그러나 가계는 물가 하락이 지속되면 미래의 물가가 더욱 낮아질 것으로 예측한다. 물가 하락이 예상되면 가계는 소비를 미루고 기업의 매출은 줄어든다. 매출이 감소하면 생산과 고용이 축소된다. 기업이 고용을 축소하면 또다시 가계는 소득이 감소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일본은 지난 1990년대 이후 30년 가까이 디플레이션을 겪었다. 지난 2021년 10월 기준 우리나라의 물가상승률은 3.2%였던 반면 일본은 0.1%를 기록했다. 연평균 경제성장률도 일본은 지난 1992년 이후 평균 약 0.8%의 낮은 수치를 보였다.


고환율, 고물가, 고금리로 우리나라 경제는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앞으로의 경기를 예측하기 어려워지면서 현재 가계와 기업, 정부 모두 경계 태세다. 본교 강인수 경제학부 교수는 “경기는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기 때문에 너무 낙관적이거나 비관적으로만 전망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불확실한 현실 속에서 불안에 떨기보단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적절히 대응하는 유연성이 필요해 보인다.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 System, Fed): 미국의 중앙은행으로 세계 경제의 핵심 기관임.
**애덤 스미스(Adam Smith): 고전 경제학의 대표적인 이론가로 시장의 가격조절 기능인 ‘보이지 않는 손’을 주장하며 자본주의 이론의 기초를 마련함.


참고문헌
유종열, 「고등학교 경제」, 비상교육, 2015
오건영, 「인플레이션에서 살아남기」, 페이지2북스, 2022
기획재정부 경제교육포털 경제배움e. <경제로 세상읽기> (2021.06)
고기완. (2022.02.28). ‘돈 마구 찍어낸 베네수엘라의 초인플레…1만원 치킨이 1년새 650만원 된 셈이죠’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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