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칼럼]

어느 날 아침 그레고르 잠자가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그는 자신이 침대 속에 한 마리의 커다란 해충으로 변해 있는 것을 발견했다.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의 대표작인 「변신」은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하룻밤 사이에 소설의 주인공 ‘그레고르’는 움직일 때마다 갈색 진액의 흔적을 남기는 벌레로 변한다. 인간만한 몸집을 가진 벌레로 변한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외판사원이었던 그는 벌레로 변한 순간에도 직장에 가지 못하는 것을 걱정한다. 시간이 지나자 회사 지배인은 그가 출근하지 않은 이유를 물으러 집으로 찾아온다. 결국 그레고르는 벌레로 변한 자신의 모습을 가족과 지배인에게 보이게 된다.

지배인은 벌레가 된 그레고르를 보고 도망간다. 그의 가족은 불쾌감, 두려움, 혐오감을 표현하며 노골적으로 그를 외면한다. 그레고르는 최대한 가족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 자신의 방 소파 밑에 숨는다. 그를 잘 따르던 여동생만이 방 문 앞에 음식을 가져다준다. 그러나 그레고르가 더 이상 돈을 벌어오지 못하게 되자 가정 형편은 어려워진다. 가족들은 그를 향해 비난의 화살을 돌리기 시작한다. 그들에게 그레고르는 더 이상 가족이 아니라 한 마리의 벌레일 뿐이다. 어느 날 화가 난 아버지는 사과를 던져 그를 다치게 한다. 결국 가족에게까지 외면당한 그레고르는 방 안에서 고독히 죽게 된다. 가족들은 그의 죽음으로 새 출발을 할 수 있단 사실에 기뻐하며 소설이 끝난다.

처음 이 소설을 읽었을 때 필자는 큰 충격을 받았다. 지난 1916년에 출판됐는데도 소설 속 상황이 지금과 다를 게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우리 존재의 가치는 무엇으로 결정되는 것일까. 인간이 컴퓨터로 대체되는 현대사회에서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 아등바등 노력한다. 우린 끊임없이 스스로가 쓸모없는 사람이 아님을 사회에 증명해 보여야 한다. 어학점수, 각종 자격증, 그리고 그 밖에도 사회가 가치 있다고 여기는 여러 가지 경험들. 나이도 빼놓을 수 없다. 사회에서 나이가 많은 것은 감점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내지 못한 사람들은 사회로부터 ‘벌레’ 취급받고 배제된다.

현대인들은 언제든지 대체될 수 있다는 불안감과 쓸모없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 속에서 살아간다. 그레고르의 모습은 본인 의지와 무관하게 경제활동을 할 수 없는 사람이 어떻게 소외되는지 보여준다. 그가 쓸모없는 존재로 여겨지는 것은 과연 옳은 일인가. 그레고르는 벌레로 변하기 전까지 가족을 위해 쉴 새 없이 바쁘게 일해왔다. 그러나 가족들은 그에게 그동안 고생했단 따뜻한 말을 한마디 해주지 않는다. 그레고르는 오직 돈을 벌어와야만 가치 있는 존재인가. 그의 죽음을 기뻐하는 가족의 모습은 평상시에 그레고르를 어떻게 취급해왔는지 잘 보여준다.

필자 또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경제활동을 해야 한단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다만 ‘나’란 존재가 ‘경제적 가치 유무’로 평가되는 사회는 잘못됐다. 앞으로 기술이 더 발전하게 되면 이런 사회적 풍조는 심해질 것이다. 필자는 인간인데도 벌레가 될 것임을 걱정하며 살아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벌레와 인간의 삶 둘 중 하나를 선택하게 만드는 사회가 아니어야 한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인간으로서 대우받는 사회가 되길 희망한다. 

미디어 18 조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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