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시급 빼고 다 오르네’ 오늘날 가장 빠르게 변하는 것이 있다. 바로 물가다. 가파르게 상승하는 물가로 인해 최근엔 ‘런치플레이션(Lunchflation)’이란 합성어도 등장했다. 해당 단어는 물가 상승으로 점심값 지출이 늘어난 현상을 의미한다. 지난 4월 통계청에 따르면 외식 물가는 지난해보다 6.6%p 상승했다. 이는 지난 1998년 이후 24년 만에 가장 많이 오른 수치다. 물가 상승이 이뤄지고 있는 현황을 점검하고 정부가 시행한 정책을 검토해보자.


요즘 물가는 고공행진
물건의 값을 의미하는 물가는 ‘소비자물가지수’를 통해 측정할 수 있다. 소비자물가지수란 소비자가 구매하는 상품의 가격변동을 책정한 지수를 말한다. 해당 수치는 소비자의 구매력과 생계비를 측정하는 데 사용된다. 그러나 소비자물가지수는 소비자가 체감하는 물가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해당 격차를 보완하기 위해 ‘생활물가지수’가 활용된다. 생활물가지수는 일상생활에서 소비자가 자주 구입하고 지출 비중이 높은 쌀, 달걀 등 기본생필품 153개 품목의 가격변동을 나타낸다.

최근 물가지수는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올해 소비자물가지수는 108.74로 지난해보다 6.3%p 증가했다. 해당 수치는 외환위기를 겪었던 지난 1988년 11월(6.8%) 이후 가장 높다. 본교 최철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전년 대비 2% 정도 상승하는 게 일반적이다”며 “이를 고려하면 물가상승률이 6%가 넘는 현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고 말했다. 생활물가지수 또한 대폭 상승했다. 올해 통계청의 ‘7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생활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7.9%p 올랐다. 지난 1998년 11월(10.4%) 이후 가장 급격히 증가한 것이다. 농축수산물 가격은 작년 대비 7.1%p 올랐다. 특히 채소류는 오이(73.0%), 배추(72.7%), 시금치(70.6%) 등의 가격이 크게 변화했다.

대학가도 물가 인상의 여파를 피할 수 없었다. 올해 서울권 상위 14개 대학 중 본교를 포함한 9개 대학의 학식 가격이 올랐다. 지난 3월 본교 교직원식당은 품질 향상 추진과 지속적인 물가 상승을 이유로 5500원에서 6500원으로 학식 가격을 인상했다. 서울대는 1000원씩, 연세대는 500원씩 학식 가격을 높였다. 학식 가격에 부담을 느낀 학우들은 편의점으로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편의점 ‘GS25’에 따르면 지난 7월 도시락 매출은 전년 대비 15% 증가했다. 서연주(화학 20) 학우는 “학식 가격이 올라 학생 입장에서 부담스럽다”며 “편의점이나 가격이 저렴한 식당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시대에 따라 변모한 물가 대책
물가 상승은 개인의 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주기 때문에 국가의 개입이 필수적이다.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한 정책을 시행하지 않으면 개인이 경제적 부담을 온전히 책임져야 한다. 최 교수는 “개인은 경제위기를 이겨낼 자원이나 여력이 부족하다”며 “물가 상승은 삶의 질과 만족도를 낮춘다”고 말했다. 과거 우리나라 정부는 물가 상승 상황에서 민생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국민 생활 안정을 위한 대통령 긴급조치’ ‘경제안정화정책’ ‘구조조정정책’을 시행했다.

지난 1974년 정부는 ‘국민 생활 안정을 위한 대통령 긴급조치’를 통해 물가를 안정시키려 했다. 정부는 긴급조치를 통해 지출 예산 500억원을 절감할 것을 약속하며 절약에 앞장섰다. 당시 국제 석유 가격이 폭등하면서 지난 1973년 2.2%였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다음해 24.3%로 수직 상승했다. 지난 1973년 제4차 중동전쟁에서 패배한 아랍국가들이 석유 가격을 인상하면서 제1차 석유파동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석유와 같은 원자재를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는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석유 값이 오르면 모든 물가가 상승하는 것이 일반적이다”고 말했다.

지난 1980년 이후에도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자 정부는 ‘경제안정화정책’를 내놨다. 지난 1979년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8.2%였으며 1980년엔 28.7%를 기록했다. 정부는 국가 지출을 줄이고자 공무원 임금을 동결하고 공기업 근로자의 조기퇴직을 장려했다. 그 결과 지난 1981년 21.9%에 달하던 정부지출 증가율은 1984년 0%로 감소했다. 정부는 *통화량을 축소해 물가 상승을 억제하려고 했다. 통화량이 증가하면 화폐의 가치가 하락해 물가가 상승하기 때문이다. 지난 1977년부터 1978년까지 평균 **통화공급성장률은 35%를 상회했다. 경제안정화정책 시행 이후엔 1982년엔 27%, 1983년엔 15.2%, 1984년엔 7.7%로 통화공급성장률이 점점 감소했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에 직면한 정부는 기업과 금융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정책’을 시행했다. 외환위기 당시 원화 가치가 하락하고 수입 물가가 높아지면서 물가 상승이 나타났다. 당시 소비자물가상승률은 6.8%를 기록했다. 정부는 대기업의 비효율적인 투자와 경영 투명성 결여를 문제로 지적하고 개혁하고자 했다. 지난 1998년 이익을 내지 못하거나 3년 연속 이자를 갚지 못한 부실기업 55개를 정리했다. 동시에 정부는 재정경제부, 은행감독원 등으로 분산됐던 금융 감독 기능을 금융감독위원회 및 금융감독원으로 통합해 체계적인 감시체제를 구축하고자 했다. 해당 정책의 성과로 정부는 지난 1997년 이후 약 3년 8개월 만에 국제통화기금(IMF)에서 빌린 외화를 모두 상환했다.


물가상승, 정책과 전망은
현재 정부는 기준금리를 인상해 물가 상승에 대응하고 있다. 기준금리란 우리나라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에서 결정하는 이자율을 말한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대출과 예금 이자가 확대돼 저축이 증가한다. 소비자가 대출을 기피하고 저축을 선호하게 되면서 시중에 유통되는 통화량이 감소한다. 물가 상승은 통화량이 급격히 팽창하면 일어나는 현상이기 때문에 통화량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달 25일(목)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한국은행)는 기준금리를 기존 2.25%에서 2.5%로 인상했다. 지난 1월, 4월, 5월에 이은 네 번째 인상이다. 김 교수는 “시중에 존재하는 통화량을 회수하기 위해 정부는 한국은행을 통해 기준 금리를 계속해서 올리고 있다”며 “기준금리 인상은 정부의 대표적인 금융정책 중 하나다”고 말했다. 이승석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금리 인상으로 시민의 소비와 기업의 투자가 줄어들어 경제성장률이 낮아질 수 있다”며 “물가 상승으로 시민들이 고통받지 않도록 정부나 지자체 차원에서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5월엔 서민 가계 안정화를 위한 ‘긴급 민생안전 10대 프로젝트’가 발표됐다. 해당 프로젝트 내용으론 ‘교육비 절감’ ‘수입원가 절감’’이 있다. 교육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올해 2학기 학자금대출 금리가 1.7%로 동결된다. 최 교수는 “학자금 대출 시 금리가 높으면 이자 상환 부담이 커진다”며 “이자 비용 부담을 줄이는 해당 정책은 대학생의 부담을 완화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수입원가를 절감하고자 식용유와 돼지고기 등 7개 식품에 부과된 관세를 인하할 예정이다. 수입 돼지고기의 경우 제품에 부과되는 관세율이 25.0%에서 0%까지 낮아진다. 그 결과 판매자는 돼지고기 가격을 최대 20%까지 낮출 수 있다. 이 부연구위원은 “대중이 많이 섭취하는 식품의 관세를 낮추거나 동결하는 것은 분명히 필요하지만 이는 한시적인 대책이다”며 “ 정부는 근본적으로 통화량을 조절해 기업이 공급과 투자를 늘려나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가 오름세는 오는 2023년 초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달 22일(월) 발표한 ‘KERI 경제동향과 전망: 2022년 2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추석을 기점으로 소비가 확대돼 물가 상승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하반기부터 코로나19로 지연됐던 공공요금 인상이 시작되면 물가 상승 폭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 이 부연구위원은 “물가 상승의 원인이 사라진다고 해도 그 영향은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물가 안정을 위한 해결책은 명확하게 제시하기 어렵다. 최근 물가 상승은 통화량 증가, 우크라이나 사태, 코로나19로 인한 보복심리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물가가 계속해서 상승하는 현 상황에선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이 시급하다. 본교 최철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정부는 경제정책을 준비할 때 국민과 활발히 소통 해야 한다”며 “지원이 필요한 계층과 분야에 실효성 있는 지원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물가 상승의 원인을 분석한 것을 바탕으로 장기적인 영향에 대비해야 한다.

*통화량: 일정한 시점에 한 나라 경제 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화폐의 양을 의미함.
**통화공급성장률: 통화량의 증가를 나타내는 지표를 말함.

참고문헌
김용철, 지충남, 유경하, 「현대 한국정치의 이해」,정독 , 2017
옥동석(2021). 1980년대 경제안정화 : 물가안정과 긴축재정. 한국재정정보원.
장준경, 채수복(2015). 2015 경제발전경험모듈화사업: 1980년대 경제정책 전환기의 재정안정화 정책. 기획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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