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문화]

(사진제공=싸이더스)
(사진제공=싸이더스)

뜨거운 여름날들이 마치 거짓말이었던 듯 선선한 바람이 조금씩 불어온다. 덥고 습한 날들을 뒤로한 덕분인지 바람이 주는 시원함은 더욱 달콤하다. 한편으론 너무 빨리 가버린 여름의 따사로움에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올해 여름 개봉한 영화 <썸머 필름을 타고!>는 찬란했던 계절의 한 조각을 간직한 영화다.
 
예명으로 등장하는 주인공 ‘맨발’은 시대극의 광팬으로 영화감독을 꿈꾸는 고등학생이다. 그는 감독을 꿈꾸며 야심 차게 시나리오 ‘무사의 청춘’을 기획한다. 그러나 그의 시나리오는 멜로드라마 시나리오에 밀려 탈락하게 된다. 그러나 맨발은 포기하지 않는다. 그의 친구들 ‘킥보드’, ‘블루 하와이’와 함께 직접 영화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영화 제작에 무작정 달려들었지만 그들이 가는 길엔 수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영화에 나올 주인공을 찾아야 했고 녹록지 않은 환경에서 멋진 장면을 만들어 나가야 했다. 그뿐만 아니다. 영화를 찍는 곳에서 마주하게 되는 멜로드라마 친구들과 묘한 신경전까지 겪어야 했다.
 
그런데도 그들은 끝까지 달려든다. 서투른 모습을 계속 보여 주면서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그런 서로를 우스이 여기지도 않는다. 다만 함께 부딪히고 나아갈 뿐이다. 영화와 거리가 멀었던 스태프 친구들은 팀 안에서 기꺼이 자신을 내어 주기 시작한다. 남자 주인공 ‘린타로’는 미래엔 영화가 사라진다는 걸 직접 확인했음에도 현재에 최선을 다한다.
 
심지어 이들은 경쟁자들과도 함께한다. 처음에 맨발은 잘 나가는 멜로드라마 영화감독 ‘카린’을 질투한다. 하지만 촬영 과정에서 함께 도움을 주고받는다. 맨발의 팀원이었던 블루 하와이는 카린의 팀과 함께하며 자신이 로맨스물을 좋아한단 것을 점차 인정하게 된다. 영화 상영회에선 영화 한 편만 상영하기로 되어 있었지만 카린의 팀은 기꺼이 시간을 할애해 맨발의 영화를 함께 상영한다. 그러면서 그들은 하나가 된다. 동시에 관객에게도 뜨거운 마음을 가졌던 누군가와의 어린 시절을 상기시킨다.
 
그들의 열정은 푸르고 쨍한 여름의 계절감과 함께 풋풋하게 묘사된다. 어쩌면 더운 날들은 맨발과 친구들이 영화를 찍으며 간직했던 마음의 은유일지 모른다. 그들에게 여름은 아마 충분히 그럴 만한 이유가 있던 계절이다. 이 여름은 그들이 찍은 영화 필름만큼이나 오래 간직될 것이다.
 
맨발은 영화를 찍기 시작하면서 친구들에게 ‘당신들의 뜨거운 열정을 이번 여름엔 내가 빌릴게’라 말한다. 당신의 이번 여름이 충분히 뜨겁지 못했다고 생각한다면 잠시 맨발에게 살짝 빌려보는 건 어떨까.


글로벌협력 20 김양희

저작권자 © 숙대신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